군계일학 > 먹방 친구
양다모 남제주빛드림본부 본부장은 본사와 하동 등 여러 본부를 거쳐 남제주에 온 지 이제 꼭 1년이 됐다. 누구나 한 번쯤은 천혜의 섬 제주에서 살아보기를 꿈꾸지만, 막상 타의로 가게 된다면 정착해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제주로 오는 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원해서, 나머지 두 명은 어쩔 수 없이 오는 경우죠. 제 목표는 남제주빛드림본부를 남부발전 직원 모두가 근무하고 싶어 하는, 행복한 직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근무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데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좋은 사람은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좋은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하지 않아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능력도 뛰어나고 흔히 말하는 스펙도 좋습니다. 개개인으로는 너무나 훌륭하지요. 다만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단기적인 목표나 개인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기 어렵잖아요. 좀 더 멀리 내다보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더 좋지 않을까요?”
멀리 내다보고, 옆에 있는 동료와 발을 맞춰 목적지까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힘. 그런 지구력을 기르려면 몸의 건강도 중요하다. 양다모 본부장은 제주에 온 뒤 주말마다 올레길을 걸었다. 제주 올레길을 모두 정복한 그는 제2의 인생을 계획하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오늘 양다모 본부장과 함께 식사하게 된 이들은 전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다. 이들에게 직장생활은 제주 바다만큼이나 까마득한 망망대해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원히 이어진 듯 보이는 길도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덧 끝이 난다. 이들보다 30여 년 앞서 걷고 있는 양다모 본부장과 오늘의 먹방 친구들이 나눌 이야기는 무엇일지 함께 들어보자.
“밥 먹게마씸!”
촬영 전 연습한 양다모 본부장의 제주 방언에 먹방 친구들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식사를 함께할 김영환·김재호·윤세빈·이영호·이은교 프로 중 원래 제주에 살던 김영환 프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법에 대해 궁금해했다. 양다모 본부장 또한 처음에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낸다는 것이 어색했다고. 오늘의 먹방 친구들은 아직 입사한 지 두어 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기에 적응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빠르게 제주에 적응한 비결은 주변을 탐구하려는 노력에 있었다. “제주에는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고 갈 만한 곳도 많으니 혼자라도 재미난 곳에 가보면서 마음껏 즐기세요. 제주는 맛집에 혼자 가서 밥을 먹어도 괜찮은 곳이니까요.” 많은 이들이 여행지로 찾는 제주에 살 수 있다는 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이면 외로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뜻이 아닐까. 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김재호 프로는 제주에 좋은 장소가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이은교 프로는 본부장님만의 ‘최애’ 제주 맛집이 어디냐는 질문을 던졌다. 양다모 본부장이 김재호 프로에게 추천한 장소는 역시 제주 올레길. 걷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걸으면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가기 어렵다면 점심시간을 활용해 회사 근처를 걷는 것도 추천했다.
남제주빛드림본부는 화순 해변 근처,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곳에 위치 해있다. 가벼운 산책 코스라기엔 과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산과 바다를 즐기며 걷다 보면 어느덧 업무와 관련된 복잡한 생각들도 정리될 것 같다. 이은교 프로에게는 근처의 훌륭한 횟집을 추천해 주었다. 평소 식사 자리를 자주 갖는 이들이기에 그 맛집에 다 함께 가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싶다.
빠질 수 없는 질문, MBTI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다모 본부장은 ISFJ로, 평소 여행을 가거나 일할 때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특히 계획형인 J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한다. 김재호 프로 또한 양 본부장과 같은 성향이라고. 이외에도 오늘 함께한 직원 대부분이 내향형인 I 성향이었다.
유일한 외향형인 윤세빈 프로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로 알려진 양다모 본부장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양 본부장은 근력과 유산소 운동 둘 다 챙겨야 한다는 말과 함께 테니스를 추천했다. 아주 재미있는 운동이기에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을 거라며.
김영환 프로도 평소 테니스를 즐겨 친단다. 남제주빛드림본부에는 테니스에 관심 많은 직원들이 있어 이미 초보자들끼리 모여 대회도 연 적이 있다. 양다모 본부장은 내년 봄에 대회를 한 번 더 열 계획이라고 했다. 경품도 많이 준비할 것이라는 말에 모두의 눈이 잠시 반짝 빛났다. 오늘의 먹방 친구들이 내년 봄 열릴 테니스 대회에서 서로 적수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호 주제는 ‘과거의 나와 대화할 수 있다면?’이다. 경력 차가 30년 이상 나는 신입들을 보며 양다모 본부장도 자신의 신입 시절을 떠올렸다. “과거의 나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그저 ‘수고했다’고 할 것 같아요. 힘든 일도 많이 있었고 설비 사고, 안전사고도 있었지만 어쨌든 모두 잘 이겨냈으니까요.”
덧붙여 신입사원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소통과 배려입니다. 여러분을 포함한 요즘 세대들과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늘 문제가 되지요. 서로 살아온 배경이 너무 다르니까요. 저 또한 예전에 선배와의 다툼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서로 감정이 상해 몇 달간 대화도 없이 지냈죠. 그러다 그분과 함께 교육을 받으러 먼 길을 가야 할 일이 있었어요. 가는 내내 어색한 사이로 있기가 불편하니 내가 먼저 사과했어요. 그랬더니 그분도 금세 화를 풀었고, 그 이후에는 어딜 가나 저를 칭찬하더군요. “저 친구 참 진국이야” 하면서요. 상대를 배려하고 먼저 다가가면 나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걸 명심한다면 여러분의 회사 생활도 무탈할 거예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라 더 깊이 와닿았다. 갈등 관계에서는 내 마음이 불편하면 상대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서로 남의 사과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문제의 실타래가 생각보다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진솔함을 가득 담은 이야기를 나눈 오늘의 식사. 서른 해가 넘는 세월을 사이에 둔 이들이지만 오늘을 계기로 그 간격을 조금이나마 줄인 듯하다. ‘삼다도’라는 말에 걸맞게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던 날,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오늘의 먹방 친구들에게 양다모 본부장과의 대화가 기분 좋은 환기의 시간이 됐길 바라본다.
김영환 프로
본부장님은 결재 라인의 끝에 계신 분이라 늘 거리감을 느꼈는데요.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힘들 때마다 오늘 해주신 조언을 떠올리겠습니다.
김재호 프로
오늘 식사를 계기로 본부장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 같아 좋습니다!
윤세빈 프로
오늘 식사 자리 너무 즐거웠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종종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영호 프로
본부장님을 대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는데요.
오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이은교 프로
앞으로 회사 내에서 본부장님을 만나면 더욱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