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너지소통의 가치와 의미를 묻다임헌우(교수, 디자이너)
글: 박은경 / 사진: 이영진, 윤종현
- 소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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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 소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소통(Communication)은 원래 '함께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mmunicar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즉, 소통은 단순한 말이나 언어의 전달이 아니라 함께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소통하면 '말로 하는 대화'를 먼저 떠올리지만, 소통의 본질은 감정, 눈빛, 몸짓 같은 비언어적 요소에서 비롯됩니다. 진정한 소통은 사람의 마음이 닿는 것이며, 결국 입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소통을 디자인과 교육에 적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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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는 디자인을 하시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글도 쓰십니다. 이러한 소통의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에 나오는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란 문장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시인의 통찰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에서처럼 우리는 단순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의 마음을 맞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소통에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은 차가울 수 있지만, 마음은 따뜻해야 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말이 닿는 게 아니라 눈빛이 감정, 기분과 태도가 닿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 AI 시대, 소통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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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소통의 가치나 의미도 변했을까요?
오히려 AI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소통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어떤 면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부분이 있지만, 인간다움의 가치를 학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AI가 언어를 모방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가진 감정과 공감 능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의 발전을 두려워하지만, 저는 AI를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공감'과 '소통'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 소통하는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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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쓰신 호모 유니쿠스에서 '소통하는 인간'이 AI를 넘어서는 요소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저의 책 「호모 유니쿠스」에서 인간다움의 가치로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제러미 리프킨이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에서 정의한 개념으로, 공감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사회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입니다.
리프킨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공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인류가 원시 부족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거쳐 지금의 네트워크 사회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와 공감을 형성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그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공감적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AI는 효율적이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처럼 깊이 이해하거나 진정성 있는 위로를 건넬 수 없습니다. 결국 사람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거예요.
공감의 핵심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반사하는 신경세포로, 우리가 상대방의 기쁨이나 슬픔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자기 의견을 먼저 주장하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공감의 실패가 결국 소통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AI 시대에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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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위한 소통의 방법이 있을까요?
AI 시대라고 해서 인간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의 가치와 소통의 기술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인간다움을 확장하는 것'이에요. AI는 평균적인 답변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은 감정의 온도와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다룰 수 있습니다. 리사 펠트먼 바렛 교수는 '감정 입자도(Emotional Granularity)'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AI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강점이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알랭 드 보통의 말은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 자기 자신과의 소통, 내면 대화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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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기 자신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자기 자신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서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라 부르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아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메타인지적 사고는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이는 AI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독특한 사유일 것입니다. 진정한 내면 소통은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자신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조직 내 소통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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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직 내에서 소통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조직 내에서는 흔히 '일의 대화'가 먼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소통은 단순한 정보나 업무 전달이 아니라 '마음의 대화'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저는 조직 내 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일의 대화에서 마음의 대화로일에 대한 대화보다 먼저 상대방의 감정과 마음의 상태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 듣는 것이 소통의 시작소통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먼저 경청해 보세요
- 회의 보다 대화가 필요회의는 많지만, 대화는 언제나 부족합니다. 빠르게 결론 내리지 말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통의 반대말은 불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모이면 조직 내에서도 더욱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통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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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통에 대해 한 마디 해주신다면?
소통이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소통은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지만, 소통은 상대방의 기분과 태도,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소통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은 노력과 관심으로 충분히 더 나은 소통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소통이란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임헌우 교수는
임헌우는 교수라는 직과 디자이너라는 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Reddot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iF 디자인 어워드, GD USA 등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계명대학교 최고의 명강의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우수교육상'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학생들로부터 장난삼아 받은 '선생니므상'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저서로는 스테디셀러를 기록했던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와 《스티브를 버리세요》,《인문학콘서트2》(공저),《새로운 편집디자인》(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예술 불변의 법칙 100》,《불변의 디자인 방법론 100》,《멋지게 실수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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