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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
배우 문소리는 ‘올곧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여러 역할을 소화하면서 그 내면의 진심을 관객에게 닿게 하는 배우다.
독립 영화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는가 하면, 어떤 역할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영화 <배심원들>을 통해 판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성훈 씨네21 기자 사진 씨네21 제공


<배심원들>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인 법원에 속한 판사다. 임용된 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단 있다. 사법부가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첫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재판장으로 그를 내세운 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무난하게 진행될 거라고 믿었던 재판에서 김준겸은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인 배심원 8명을 상대하며 판사로서 관성에서 벗어나 조금씩 변화한다. 문소리는 김준겸 판사에 대해 하는 일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고, 쉽게 겁먹지 않는 태도는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 화  속  국 민 참 여 재 판 은
김 준 겸 에 게   초 심 을  일 깨 우 고 ,
판 결 에 서  무 엇 이  중 요 한 지
다 시  깨 닫 게  한 다 .
김 준 겸 이  변 화 하 는
모 습 을  보 면 서
나  또 한  무 언 가 를  느 꼈 다 .


판사 법복을 입은 건 처음인데.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시나리오를 일찍 받았다. 먼저 캐스팅이 되고도 투자사가 한번 바뀌고 다른 캐스팅을 기다리느라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지금과 달리 이런 여성 캐릭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컸던 때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 8명이 함께 서사를 이끌어가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고, 감독님이 오랫동안 실화사건을 취재하고 공을 들인 흔적이 많이 보였다. 신인감독이지만 시나리오만큼은 신뢰가 갔다.
문소리라는 배우가 가진, 정치적으로 올곧은 이미지가 김준겸과 통하는 구석이 많아 보였다.
김준겸은 평생 1등만 했고 사법고시를 패스한 뒤 연수원 성적이 좋아 판사가 됐다. 18년 동안 판사로 살아온 사람을 연기로 담아내기는 어려웠다. 김준겸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무게를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극적장치 없이, 등장하자마자 짧은 대사 몇 마디로 재판장인 동시에 사법부를 대표하는 인물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게 부담스러웠다.
촬영 전 여성 판사들을 만난 것도 이 직업을 좀더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나.
그렇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판사 다섯 분을 만났고 그들이 용기를 많이 주셨다. 김준겸의 직위가 부장판사인데 판사님들이 나를 ‘부장님’이라고 불렀다. (웃음) ‘부장님, 맥주 한잔 하시죠’라거나 ‘부장님, 촬영현장에 언제 가볼 수 있나요?’라고 말씀하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난감해하는 나를 두고 그들은 ‘정말 부장님 같다’고 하셨다. 그들은 내 또래 일반 직장여성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엄격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내가 판사 역할을 맡는 걸 허락해준 느낌을 받았고, 그 덕분에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 보여주는것 또한 가능하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법대 위 판사석에 앉아 재판을 진행하는 역할이라 신체를 많이 움직일 수 없어 제약이 많았겠다.
맞다. 법대가 높아 카메라에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팔을 움직여도 손가락이 화면에 잘 보이지 않더라. 앉아서 대사 연기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답답했다. (웃음) 그래서 뭘 하기보다는 안으로 더 집중하기로 했다. 발언 내용과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검사, 피고인, 배심원을 바라볼 때 눈빛을 비롯해 감정, 목소리, 태도 등이 각각 다르지 않나. 그 차이를 섬세하게 잘 살려야겠다 싶었다. 긴장하면 목소리가 변하는 편인데 목소리를 안정적으로 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가장 신뢰감 있는 톤을 찾아야 했다. 또 펜을 쥐는 사람들은 펜 쥐면 달라지듯이 판사다 보니 뭘 많이 읽으려고 했다.
무엇을 주로 읽었나.
가리지 않고 읽었다. 법률용어에 익숙해져야 해서 영화 속 사건과 관련 없는 판결문이나 재판 관련 기사들을 많이 챙겨 읽었다. 촬영 전 만난 김영란 전 대법관이 쓴 책도 읽었다. 실제로 재판하는 분위기가 중요해 제작진에게 방청석에 사람들을 다 채워달라고 부탁했고, 제작진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실제 재판장 같은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
18년 동안 판결을 내려온 김준겸이 국민참여재판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판사가 연차가 오래되면 무죄 선고율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한 조직에 오래 몸담으면 자신도 모르게 관성으로 판결을 내린다고 한다. 영화 속 국민참여재판은 김준겸에게 초심을 일깨우고, 판결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한다. 관성이 나쁜 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터닝 포인트가 있지 않나. 김준 겸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무언가를 느꼈다. 말로는 아무렇게나 살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라고 하지만 여배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남들이 보는 시선에 맞춰 살아가는 건아닌가 싶기도 하고.
최근 연기하는 틈틈이 영화를 연출하고, <메기>(감독 이옥섭) 같은 독립영화에 작은 역할로도 출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들은 그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웃음) 청춘은 도전해야 한다는데, 나이 든 지금도 도전할 수 있더라. 그렇다고 청춘은 쉽다, 그런 뜻은 아니고…. 청춘이 지나도 도전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삶이 너무 우아하고 명예로운 것만으로 채워지면 지겹지 않나. 이상해 보여도, 남들이 예상하지 못해도 도전하고, 하다가 재미있으면 또다시 도전하고, 그래야 흥미진진한 긴장감도, 공부할 것도 더 생기는 것 같다. 그게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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