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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을 만나
<기생충>에 대해 묻다

영화감독 봉준호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까지 그의 작품은 사람을 한 번에 끌어당긴다.
이처럼 매력적인 시선을 가진 봉준호 감독의 시선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은 관객을 더욱 영화 속으로 흡입시킨다.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영화 <기생충> 제작기에 대해 알아보자.

이화정 사진 백종헌 씨네21


<기생충>의 ‘충’은 사실 비하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는 단어다.
영화에 기생충이 나오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비유적인 표현인데 나쁜 비유다. 글자 하나만 바꾸면 ‘상생’, ‘공생’에서 모든 형태의 리스펙트가 없어지고 말의 뉘앙스가 곤두박질친다. 한쪽 사이드를 비난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되는 거다. 그 곤두박질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와 자식이 완벽하게 충족된 두 가족의 만남이란 점에서 <기생충>은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가족 구성원을 띠고 있다.
전형적인 가족 구성원 형태를 띤 것은 이번이 최초다. <괴물>은 엄마가 없었고, <마더>도 엄마와 아들만 있고, 사회에서 규정한 구성원 중 누군가가 없다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상황이 늘 그랬다. 지금은 가족 구성원 자체는 완벽하게 두 세트로, 그들 간에 재밌는 일들이 벌어진다.
<기생충>의 기택네는 전원 백수다. 실업 문제를 앓는 지금의 사회문제가 단도직입적으로 응축된 설정인 것 같다.
<괴물>과 다르게 기택네는 일이 없다. 전원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전원이 무직인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하지만, 기우의 과외 자리가 생길 것 같으면서 부잣집으로 간다. 요즘 과외 자리 얻기가 만만치 않다. 전원 백수인 상태에서 아들이 처음으로, ‘좋은 균열’을 내면서 일하러 가는 거다.
기우가 과외를 하면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왜 과외여야 했나.
동선을 위해서였다. 가만보면 지금 사회에서 부자와 소시민의 동선이 일치되지 않는다. 특히 밀접하고 사적인 거리에서 그 두 계급이 함께 오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영역이 과외다. 평범한 중산층과 부자가 만날 수 있고, 요즘은 심지어 입주과외도 많다고 하더라. 그 접점이 주는 드라마틱한 재미가 상당하다고 봤다.
<기생충>의 두 계급이 충돌하는 데 있어 1순위는 ‘기생충’이 라는 단어의 발설로 인한 모욕감에서 유발된 정신적 박탈감 아닐까.
이 영화에는 악인이 없다. 그런데도 무시무시한 사건들은 터진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사이코패스나 악한 의도로 수십년 간 범행을 준비해온 사람만이 나쁜 사건을 터트리는 건 아니다. 다들 약간의 허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두 회색,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소심하고 또 적당히 못됐고 적당히 비열하다. <기생충>의 인물들이 다 그렇다.
<기생충>은 현재의 한국 사회를 감독 봉준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더 궁금하다.
이번엔 구체적인 시공간의 좌표가 있다. <마더>는 모자관계만 원형적으로 포커싱하고 싶어 의식적으로 지우려고 했다. 도시인지 시골인지, 사용하는 핸드폰을 제외하고는 모호해진다. 그런데 <기생충>은 명확하다. 오늘, 현재, 여기, 특정 도시가 연상되는 설정이다. 인물들이 사는 곳이 어느 동네인지 명시하지 않아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주로 북쪽, 현재의 서울 느낌을 담았다.

이   영 화 에 는   악 인 이   없 다 .
그 런 데 도   무 시 무 시 한   사 건 들 은
터 진 다 .   우 리   사 회 를   돌 아 보 면
사 이 코 패 스 나   악 한   의 도 로
수 십   년 간   범 행 을   준 비 해 온
사 람 만 이   나 쁜   사 건 을
터 트 리 는   건   아 니 다 .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송강호 배우였나.
송강호 선배와 최우식 배우였다. 2017년 하반기에 시나리오를 썼는데, 혼자서 지문 쓰다 보면 굉장히 고독한데 그 외로움을 풀어준 게 둘의 존재였다. 이미 육체를 가진 배우들이 머릿속에 있으면 배우들이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고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 같다. 그 다음이 기우의 여동생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 배우였다. 워낙 연기 잘 하는 배우인 데다 덤으로 최우식 배우랑 얼굴이 비슷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남매네 할 정도로 동일 유전자 느낌이 나더라.
청년 감독에서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감독님 영화에 거듭 등장하는 ‘가족’에 대한 생각도 변했을 텐데. <기생충>에 반영된 지점이 있다면 어떤 지점일까.
무엇이 똑같고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매일 매일이 혼란스럽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시점에, 내가 가진 혼란한 상황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다. 이와 관련, 우리가 흔히 거장이라고 불러왔던 이들은 어떻게 하나, 궁금증이 들 때도 많다. 최근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을 오스카 투표용 블루레이로 봤는데 여러 생각이 들더라. <그랜 토리노>(2008) 때 배우 은퇴 선언을 했다가 왜 굳이 다시 출연 했을까 하는데, 영화를 보니 알겠더라. 자신의 늙은 육체를 스크린에 전시하는데, 거기서 오는 이상한 감흥이 있다.
<기생충>이 이제 세상에 나와 많은 관객을 만났다.
이 작품을 통해 현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드라마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는데, 그갭이 점점 벌어지면 벌어졌지 좁혀지질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주 한국적인 영화고 한국적인 디테일로 가득한 영화지만 동시에 전 세계 모두가 동일하게 처한 현시대에 대한, 아주 보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이야기했다는 게, 나 스스로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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