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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서 찾은
태양광 발전의 미래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와 기다림이다. 꼭 태양이 뜨길 기다리는 의미에서 붙여진 꽃말 같다.
태양을 따라가는 꽃의 모습처럼 태양광이 많이 흡수될 때를 기다리는 태양광 패널이 아닌 태양을 쫓아
태양광을 흡수하는 패널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신수빈 칼럼니스트


태양을 따라가는 식물의 생존 전략

어느 날 문득, 창가에 놓아둔 바질이 생각나 며칠 만에 처음 눈길을 주었다. 무심한 사람에게 토라진 듯 바질은 필자에게 등을 돌린 채, 창문 밖을 향해 목을 쭉 빼고 있었다. 사실, 토라졌다거나 등을 돌렸다는 건 내 상상일 뿐, 식물은 그저 햇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햇빛이 식물에 수직으로 들어올 때 식물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합성해 낼 수 있고, 햇빛의 입사각이 커져 75도가 되면 약 75%의 에너지 손실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식물의 입장에서는 해의 방향을 따라 줄기를 굽히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햇빛이 식물을 비추면 식물 속의 빛 수용체들이 빛을 감지하고, 그러면 식물의 줄기 속에 있던 호르몬이 한쪽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호르몬이 ‘옥신’인데, 옥신은 식물 줄기 끝부분에 있다가 식물이 햇빛을 받으면 햇빛을 받지 못한 쪽으로 모여든다. 이때 옥신이 모인 쪽에서는 식물 세포가 자라며 줄기의 길이가 더 길어지고, 곧 햇빛이 비치는 반대쪽의 줄기는 햇빛이 비치는 쪽보다 길어져 줄기는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휘어진다.


태양광에너지에 식물의 모습을 적용하다

에너지를 이야기할 글에서 갑자기 식물 이야기를 시작한 건 ‘햇빛을 따라가는 식물의 모습을 태양광 발전에 적용하면?’ 이라는 질문을 던진 연구자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바로 샤오시 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재료 과학 및 공학부 교수다. 챤 교수팀은 2019년 11월 4일, 해바라기처럼 햇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폴리머 ‘선봇(SunBOT)’을 개발했는 데, 이 모습이 꼭 식물을 닮았기 때문이다.

선봇의 비밀은 구조에 있다. 선봇은 식물의 꽃과 줄기처럼 꼭지와 줄기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꼭지엔 햇빛을 흡수하는 장치, 즉 지름이 약 1mm 정도인 기둥엔 금과 에어로겔로 만든 나노물질이 있다. 이중 꼭지는 일반적인 태양광 패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둥에 있는 나노물질이 햇빛을 열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단 열이 발생하면 나노물질을 수축시키고, 기둥이 휘어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 기둥이 한쪽으로 휘어지다 보면, 스스로에게 가려져 그늘이 생기는 시점이 생기는데, 이때 기둥의 온도가 다시 내려가며 기둥은 휘어지길 멈춘다. 즉 선봇의 꼭지가 빛이 비치는 방향과 마주하면 휘어지길 멈추는 식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레이저 빛을 쏘아보며 기둥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선봇의 기둥은 20도부터 120도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90도까지 움직이는 데에는 빛의 강도에 따라수 초에서 수백 초 정도가 걸렸다.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선봇이 태양광 발전에 쓰일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변할 때 빛 흡수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75도 각도로 햇빛이 들어오는 경우, 일반적인 태양 전지판이 24%의 빛을 흡수하는데, 선봇은 90%의 빛을 흡수할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챤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이 기술은 태양열 발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태양 에너지 효율을 400%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건 태양광 발전뿐만이 아니다. 햇빛의 방향을 따라 태양광 발전 장치가 움직이 듯, 바람을 타고 움직이며 풍력을 얻는 ‘공중 풍력 발전’도 있다. 반대로는 바람이 너무 센 경우 풍력 발전을 멈추는 시스 템도 있다. 한 예로, 2018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솔릭이 상륙했을 때,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는 블레이드가 망가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운행을 멈추었다. 무조건 운행하기 보단 유연성을 발휘해 오히려 효율을 높인 셈이다.

챤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선봇이 햇빛을 따라가는 특징은 태양광 장치의 빛 수확기, 스마트 창문, 우주선, 망원경 신호 감지기 등을 발전시키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내다봤다.

참고 자료 Qian, X., Zhao, Y., Alsaid, Y. et al. Artificial phototropism for omnidirectional tracking and harvesting of light. Nat. Nanotechnol. 14, 1048–1055 (2019) doi:10.1038/s41565-019-0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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