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재미드림 트렌드 과몰입

요즘 뭐 마셔?
난 하이볼!

글. 이효정

술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는 맥주와 소주다. 최근 이 자리에 새로운 술이 등극했으니 바로 하이볼이다. 위스키의 붐과 함께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하이볼(Highball)과 관련한 신상들이 편의점 상품으로도 쏟아지고 있다.

위스키를 맛있게 즐기다

일본식 주점에 가야 볼 수 있었던 하이볼이 이제 일반음식점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술이 되었다. 사람들은 하이볼을 술의 분류로 생각하지만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특정 칵테일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탄산수가 들어간다면 모두 하이볼이라 할 수 있다. 칵테일 이름 끝에 ‘토닉’, ‘콕’, ‘피즈’ 등과 같은 말이 붙으면 하이볼에 속한다. 독한 술의 도수를 탄산수와 얼음으로 낮춰 부드럽게 마실 수 있도록 한 하이볼은 음주문화의 전환으로 주목받은 술이다. 팬데믹으로 늘어난 홈술·혼술족들이 폭음보다는 이왕 즐기는 술이라면 좋은 술로 마시자는 생각에서 찾게 된 술이 위스키다. 이는 통계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국세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출고가액을 기준으로 19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58억 원보다 231% 상승한 수치다.

위스키의 대중화는 하이볼의 인기로 이어졌다. 강한 풍미를 지닌 위스키에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섞어 풍미를 높여 위스키를 맛있게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탄산음료, 탄산수를 섞기 시작해 토닉워터, 사이다 등이 섞어 마시며 재미난 놀이로써 하이볼이 두드러졌다. 투명한 유리잔에 얼음과 함께 다양한 색상과 조합이 만들어 내는 모습 역시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음료가 되기 충분했다. 남들과 다른 술을 마시는 걸 인증하고 싶은 욕구도 하이볼이 충족시켰다. 또한 인기 유튜버, 연예인들의 제시한 하이볼 레시피가 SNS에서 회자되면서 그 인기를 가속시켰다.

이런 하이볼의 열풍은 믹솔로지(Mixology)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믹솔로지는 ‘Mix(섞다)’와 ‘Technology(기술)’가 합쳐진 신조어로, 술과 시럽, 음료 등이 섞어 만든 칵테일이나 그 문화를 일컫는다. 이런 흐름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까지 ‘4캔에 만 원’ 맥주가 점령했던 편의점에서 각양각색의 RTD(Ready To Drink, 즉석음료) 하이볼을 쉽게 볼 수 있다. 소주와 홍차를 섞거나 위스키에 콜라를 섞은 등의 하이볼들이 캔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하이볼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골프를 칠 때 위스키와 소다를 섞어 마시다 취해 공이 높이 떠서 하이볼이라고 외쳐서 시작했다거나 열차 안 바텐더들 사이에서 쓰던 은어, 긴 유리잔에 탄산수를 부었을 때 얼음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하이볼의 역사는 탄산수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자연에는 천연 탄산수가 존재했다. 천연 탄산수는 발포성 가스가 녹아 있는 광천수로 과거 사람들은 약수로 믿었다. 나오는 곳이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싸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탄산수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탄산염을 이용해 최초의 인공 탄산수를 만들었다. 개발된 인공 탄산수를 영국인들이 브랜디에 섞어 마시기 시작했고 위스키로 이어지며 ‘위스키(스카치) & 소다’라고 불렀다. 여기서 인공 탄산수를 만들 때 발포성 가스를 만드는 탄산염으로 소다를 사용했기 때문에 소다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이런 위스키소다는 19세기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이볼의 전성기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유입된 하이볼은 위스키와 소다를 조합한 스타일이었다. 한동안 사랑을 받다 맥주, 사케에 밀려 인기가 줄어들다가 2000년대 중반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된 이후 위스키의 소비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하이볼의 인기도 높아졌고 일본의 국민술로 등극하게 되었다. 한국과 유사한 패턴으로 성장한 일본의 하이볼은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 위스키와 탄산수, 레몬 등을 섞어 드라이하면서 상큼한 맛이 강한 일본의 하이볼과 달리 우리나라는 당도가 높은 탄산음료나 토닉워터를 사용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지배적이다. 독한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시작해서인지 얼그레이 시럽, 유자청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달콤한 맛이 강조되고 있다.

하이볼의 제조 방법은 간단하다. 하이볼 잔(꼭 하이볼 잔이 아니어도 상관없다)에 얼음을 가득 담고 위스키를 50mL 정도 부은 후 탄산수를 잔에 가득 채우고 레몬을 곁들이면 끝. 주량에 따라 위스키의 정도를 맞추고 토닉워터, 콜라 등을 취향껏 부으면 된다. 시럽을 더해주는 것도 한 방법. 주의할 점은 맛있다고 마구 먹으면 안 된다. 위나 소장에서 가장 흡수가 잘되는 알코올 농도가 15~20도인데 낮은 도수의 하이볼은 편하게 즐기다가 숙취, 간 손상이 올 수 있으니 말이다.

하이볼의 인기는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관련 업계들의 예상한다. 그들의 예상처럼 맛뿐만 아니라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이 계속 접목된다면 하이볼의 인기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이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출처: 썸트렌드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간 언급된 수치이다. 하이볼에 대표하는 이미지에는 긍정적인 단어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