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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는 일상에 생긴 쉴 틈
부산 감천 나누리 파크

글. 이효정   사진. 한정선   영상. 최의인

북적이는 도심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특히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자기 집 인근에 있다면 더욱더 말이다. 부산빛드림본부가 이런 쉼터를 개장해 지역주민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지역과 따뜻한 동행을 시작한 곳으로 떠나보자.

쾌적한 환경을 위한 도시공원

세상의 공원 중 가장 유명한 공원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다. 현대 도시공원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 센트럴파크는 맨해튼 도시설계자인 로버트 모지스에게 누군가가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만들게 될 거야”라고 조언을 한 계기로 생겨났다. 조언한 사람은 삶의 쉼터가 없다면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도시가 붕괴될 것으로 생각해서가 아닐까. 150여 년 전의 누군가의 조언 덕으로 만들어진 센트럴파크는 현재 뉴욕의 상징이 되었고, 많은 시민과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우리를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도시공원. 이러한 도시공원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부산빛드림본부가 이런 공원을 지역주민을 위해 조성했다. 과거 운동장,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유휴지 9,076㎡ 공간을 2011년 감천 에너지테마파크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것. 산책로, 체육시설, 어린이 놀이공간, 에너지 조형물 등 설치되어 있었고 사하구청이 관리했었다. 이 공간을 개선해 지난해 12월 감천 나누리 파크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이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로 문화·체육·소통의 중심 공간으로 영역을 더욱 확장시킨 것이다.

나누리 파크는 한국남부발전이 발전소 주변에 조성한 공원의 브랜드 이름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공원을 찾는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추억을 쌓는 행복한 장소’라는 의미를 품고 현재 부산과 제주 두 곳에서 조성되어 있다. 부산의 감천 나누리 파크는 문화카페, 키즈카페를 비롯해 족구장, 게이트볼장, 샤워장과 야외무대, 주차장, 반려견 놀이터 등이 꾸려지며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랑방

감천 나누리 파크에 들어서 맨 처음 만난 2층 건물은 감천 문화카페다.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방문객들이 빈자리 없이 빼곡히 앉아 있다. 그 사이로 하얀색의 중절모에 갈색 앞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두 분의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부산빛드림본부는 나누리 파크를 계획할 때부터 지역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을 고려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주민에게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보탬을 주고자 사회복지법인 부산사하시니어클럽에 나누리 파크를 위탁해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갈색 앞치마를 입으신 분들이 바로 시니어클럽에서 일자리를 제공한 시니어 바리스타들이다. 이분들은 매일 하루에 3시간 30분씩 근무하며 나누리 파크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음료를 제공한다. 부산사하시니어클럽 팀장의 “시니어분들은 두 공간에서 나뉘어 일하세요. 문화카페와 키즈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와 야외인 공원을 청소하고 가꾸는 일은 담당하는 분들이에요. 카페에서는 3교대, 야외는 2교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니어분들의 일 만족도는 높아요. 감천동에는 시니어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좋아하세요. 쉼을 줄 수 있는 공원이라 더 좋아하시고요. 여기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높습니다”라는 말에 부산빛드림본부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어 운영되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방문하는 지역주민의 만족감도 높다고 전한다. 이곳에 출근하듯 매일 오시는 지역주민도 많다고 한다. 한 지역주민은 아침에 시원한 음료를 한잔 마시고 서늘할 때는 공원 한 바퀴를 돌다가 더워지면 다시 시원한 커피를 한잔하고 그늘에 앉아 친구분들과 수다를 나누기가 일상이라고 한다. 동네에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답답했던 차에 감천 나누리 파크가 생겨 좋다는 그의 말에서 감천 나누리 파크가 동네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카페에서는 음료 외에도 안마의자, 혈압계가 마련되어서 건강관리도 할 수 있다. 건물 2층에 마련된 커뮤니티센터는 회의실과 주방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회의실은 부산사하시니어클럽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문화카페가 시니어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또 다른 건물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입구에서 반겨주는 키즈카페는 개장 당시부터 아이와 부모들이 많이 찾는단다. 저렴한 가격대의 음료를 1인 1잔 구매하면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너른 잔디광장에는 수국, 홍가시, 석류나무, 아왜나무, 장미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 사이로 걸을 수 있는 산책로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운동을 겸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방문 당시 인근 노인보호센터의 어르신들이 운동 겸 바람을 쐬기 위해 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전한 공간에서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운동을 겸하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에 많이 오게 된다는 게 노인보호센터의 관계자 설명이다.

공원을 타박타박 산책하는 중 어디서 “멍멍”하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공원에서는 동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반려견 놀이터가 주차장과 연결된 곳에 마련되어 있다. 반려견 놀이터로 내려가는 길 벽면에 부산의 대표 명소가 그려진 벽화가 보이더니 안동, 하동 등 빛드림본부가 있는 곳의 명소들도 하나둘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꽤 많은 주민분이 바둑, 장기를 두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정자를 지나니 족구장과 반려견 놀이터가 나타났다. 이미 강아지들이 신나게 놀이터를 즐기고 있다. 최초 개장 당시에는 동물도 잔디광장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주민들의 요청으로 지금은 별도의 놀이터를 설치해 공원을 이용하도록 했다고.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거대한 공간은 아니지만 없는 게 없이 짜임새 있게 구성된 감천 나누리 파크는 지역 상생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자 하는 부산빛드림본부의 바람이 담긴 공간이다. 지역 어르신에게는 일자리를, 쉼터가 필요한 주민들에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에게는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는 감천 나누리 파크. 이 공간이 처음 들어설 때 품은 한국남부발전의 ‘추억을 쌓는 행복한 장소’라는 의도가 앞으로도 꾸준히 실현되길 바라본다.

TIP


남파랑길의 쉼터, 감천 나누리 파크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란 슬로건을 지닌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약 1,470km의 총 90개 코스로 이뤄진 탐방로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이 길 중 3코스의 종착점과 4코스의 시작점에 감천 나누리 파크가 있다. 남파랑길은 방향을 표시하는 붉은색과 파란색의 화살표와 파란색과 노란색의 리본을 따라가며 길을 걸을 수 있다. 3·4코스 남파랑길을 걷게 된다면 감천 나누리 파크에 잠시 둘러보는 건 어떨까?


남파랑길 3코스 (길이: 14.9km, 소요 시간: 5시간 30분, 난이도: 보통)



남파랑길 4코스 (길이: 21.8km, 소요시간: 7시간 30분, 난이도: 쉬움)




감천
나누리 파크

문화카페 9시 30분~22시
키즈카페 9시 30분~19시 30분
족구장 9시~19시

무료

부산시 사하구 감천항로 7

부산사하시니어클럽
www.sahacs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