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문화칼럼니스트) 참고. 《트렌드 코리아 2023》
남다른 몰입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향에 맞는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이른바 ‘디깅러’들이 그 주인공. 이들의 활약은 파고듦을 통해 성장과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 ‘디깅모멘텀’으로 발전,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채굴’을 뜻하는 영단어 ‘디깅(Digging)’의 의미가 2020년대를 맞아 변화‧확장되고 있다. 마치 광산을 채굴하듯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모든 행위를 ‘디깅’이라 일컫게 된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깅을 실천하는 사람들, 즉 ‘디깅러(‘Digging’과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의 합성어)’들은 과몰입‧오타쿠‧괴짜‧너드(Nerd) 등으로 불리며 부정적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최근 이들의 행동 패턴이 현실 친화적으로 변화함과 동시에 ‘덕후 문화’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짐에 따라 이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디깅모멘텀(Digging Momentum)’이라 정의하며 디깅러들의 활약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요 문화 트렌드 반열에 올려놨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디깅러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의 특별한 콘셉트를 즐기거나 특정 콘셉트에 몰입해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콘셉트형 디깅’이 첫 번째 부류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여고생이 스스로에게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소설 속 주요 인물 헤르미온느라는 콘셉트를 부여해 학습 집중력을 높이는 식이다. 한편 ‘관계형 디깅’은 타인과 소통하며 특정 대상에 함께 몰입하는 유형으로,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연을 관람하고 굿즈를 나누는 등 함께 ‘덕질’을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 부류인 ‘수집형 디깅’은 말 그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집품이나 경험을 모으고 이를 SNS 등으로 공유하며 만족과 과시를 추구한다. 특정 영화나 뮤지컬을 여러 번 관람하고 세세한 소감을 기록 및 공유하는 ‘N차 관람러’가 여기에 속한다.
디깅의 보편화, 그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다. MZ세대는 어릴 적부터 게임과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즐기며 자란 덕분에 가상세계를 또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성향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상에 대한 몰입과 디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MZ세대는 물론 전 세대에 걸쳐 덕질 문화가 널리 퍼진 것도 디깅의 보편화를 이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갈등‧경제적 위기 등 개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덕질을 통해 일상의 에너지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도 디깅 문화 확산의 주요 배경이다.
과거의 오타쿠와 현재의 디깅러를 나누는 가장 분명한 기준은 ‘현실’이다. 오타쿠는 현실을 외면한 채 좋아하는 대상에 집착적으로 몰입하는 반면, 디깅러는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동시에 덕질을 즐기고, 나아가 덕질을 통해 또 다른 성장과 행복을 추구한다. 적절한 디깅을 통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디깅모멘텀 트렌드의 핵심이다.
■ 긍정
■ 부정
■ 중립
Point of View의 약자로 입장·관점을 뜻하는 말로 틱톡 콘셉트놀이 하는 해시태그에 많이 붙어 있다.
나의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몰두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계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인데 좋아하는 것의 봇을 팔로우하면 해당 내용을 주기적으로 알려준다.
덕후의 주인이란 단어다. 내가 BTS를 좋아하는 덕후면 BTS가 덕주가 된다.
함께 덕질하는 친구
덕질을 그만둔다.
덕질을 시작한다.
온라인상에서 덕친을 맺고 실제로 만나는 실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