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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어디까지 가봤니?
영월관광센터

글. 이효정   사진. 조병우   영상. 최의인

산 넘어 산, 길고 긴 길을 지나 영월에 도착했다. 골짜기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도착한 곳에서 볼거리가 가득한 현대적인 공간과 애환이 서린 섬을 만났다.

기대 이상의 공간이 펼쳐지다

과거 석탄이 가장 많이 생산되던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광업소가 생긴 곳이 영월이다. 일제강점기에 개발되어 우리나라 근대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 때문일까. 강원도 남부 폐광지역인 영월군, 삼척시, 태백시, 정선군 4개 시도의 관광 홍보 거점 역할을 할 영월관광센터 와이스퀘어(Y-square)가 지난 2021년에 영월군 청령포로에서 개관했다. 관광센터라는 이름 탓에 단순한 관광안내소를 연상시키지만 이곳은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복합문화센터다. 그리고 최근에 떠오르는 트레킹 코스인 운탄고도1330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초록의 나무들 사이에 있는 영월관광센터는 외관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붉은색의 강렬한 입구는 폐광의 동굴 이미지를 중첩되게 사용해 영월군, 삼척시, 태백시, 정선군 4개 지역의 연결성과 상징성을 담고 있다고 한다. 붉은 동굴의 문을 지나면 높고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생각보다 더 웅장한 규모다. 각종 꽃으로 완성된 거대한 나비와 천장 조명을 감싼 조형물까지 입구부터 포토존이 펼쳐져 시작부터 이리저리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게 했다. 분명 지상으로 들어왔건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1층에 다다를 수 있다. 너른 로비가 펼쳐진 1층은 폐광지역 4개 시‧군의 관광 안내 자료가 비치돼 있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로컬푸드 판매장인 쉬어가게는 강원도에서 건강하게 키워낸 꿀, 잣, 산나물, 잡곡, 꽃차 등 농특산물을 만날 수 있다. 직매장으로 운영되어 가격도 시중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1층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나란히 놓여 있는 빈백이었다. 이곳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새벽녘에 달려온 피곤함을 잠시 내려놓았다.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공간, 영월관광센터

오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 2층 미디어전시관으로 향했다. 총 23분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트는 ‘디지털 꿈의 정원’, ‘마음을 비추는 얼굴’ 두 영상이 상영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내려앉은 전시장에 모란꽃들이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더니 4폭의 병풍 아래 모여 화사한 병풍을 완성했다. 또 별빛이 깜빡깜빡 반짝이더니 민화 속에서 보던 호랑이 한 마리가 뛰어와 전시장을 누볐고 봉황이 날아올랐다. 들에서 산으로, 산에서 바다로 때로는 환상의 동물 용이 날아와 공간을 휘감았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아름다운 새가 몽환적인 형상을 만들어 이곳저곳을 활보했다. 정면과 좌우, 바닥까지 화면으로 가득 채워진 디지털 영상은 우리를 신비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했다. 조선시대 민화를 소재로 한 ‘디지털 꿈의 정원’에서는 잠시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잊어버리기 충분한 영상들이 펼쳐졌다. 이어지던 영상 이후 두 번째 영상 ‘마음을 비추는 얼굴’은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시작했다. 영상 속에서 인자한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나한, 한없이 욕심 없어 보이는 나한들이 푸근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영상 속 나한들은 2001년 영월 창령사 터에서 발견된 오백나한으로, 돌 속에 담긴 평온함이 사계절과 함께 구현되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민화 리빙아트, 나비되어 날다>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10월 말까지 진행되는 전시에는 40년 동안 민화를 현대화한 이정옥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민화를 재해석해 각종 생활용품에 적용한 작품들은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냈다. 작품들은 과거, 현재, 미래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과거의 공간에는 신사임당의 유품인 초충도 화첩과 차탁이 놓여 있고, 현재 공간은 나비로 그려진 벽체 패널 그림, 침대, 이불 등이 현대적 감각을 담고 전시되었다. 미래 공간은 왕실에서 쓰던 가구 등에 중세시대의 느낌을 더한 작품이 가득했다. 뮤지엄숍에서는 민화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새집 만들기, 꽃차 덖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3층 야외 옥상 정원은 뷰맛집으로, 지척에 있는 청령포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풍경 외에도 조약돌, 초승달, 토끼, 민들레홀씨 모형의 조형들을 만날 수 있는데 조형들은 저녁 시간이 되면 불을 밝히는 조명이다. 또한 89석 규모의 소극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진행한다고 한다. 얼마 전 축구, 농구, 핀볼, 피칭, 양궁 등의 스포츠를 스크린으로 즐기는 스포츠 체험관도 오픈했다. 더불어 다양한 와인과 스페인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건물 밖에는 60m 정도의 별빛 내리는 터널과 정원, 조각들이 전시된 야외 정원도 있어 다양한 즐길 거리가 곳곳에 넘쳐났다.

많은 체험과 볼거리가 가득한 영월관광센터. 정성스럽게 매만져진 이곳에서는 다채로운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가득했다. 한나절을 한자리에서 보내도 만족스러울 정도이니 영월의 새로운 관광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육지 속 섬, 청령포

영월관광센터 맞은편에는 영월의 대표 관광지인 청령포가 있다. 청령포는 뒤로는 가파른 절벽인 육육봉으로 둘러쳐지고 앞으로는 서강이 휘감아 버려 육지 속 작은 섬 아니, 천혜의 감옥이 되어 버린 곳이다. 조선의 여섯 번째 왕이었던 단종의 유배지이기에 청령포라는 이름에는 늘 단종이 따라온다. 단종은 열두 살에 임금이 되었다. 자신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어야 할 아비도 어미도 없이 왕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힘없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이곳 영월로 와버렸다.

“내 이름은 홍위외다. 이 고개를 넘으면 영월땅. 난 이미 왕이 아니라 노산군이 되어 이 땅을 밟는구료. 세상 사람들이여… 조선의 왕이 되려는 사심도 욕심도 없었던 열일곱의 소년 날 이제부터 홍위라고 불러주시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막막함이 가득한 그는 작은 나룻배를 타고 이곳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지금도 작은 모터 나룻배만이 유일한 이동 수단인 청령포. 이곳에 발을 내디디면 처음 만나는 풍경은 매끈하게 늘어선 소나무들의 향연이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송림을 따라 걸으면 《승정원일기》에 따라 복원한 단종어소와 영조의 친필이 음각된 단묘재본부시유지비,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금표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송림의 비경 사이로 독특한 두 소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단종어소를 향해 예를 다하듯이 줄기를 숙이고 있는 모습의 노송, 그리고 단종이 걸터앉아 궁을 그리워했다는 관음송. 후세 사람들의 의미를 부여했는지, 어린 유배객의 아픔을 자연이 잘 알아주었는지 몰라도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이곳의 처연함은 두 노송으로 괜스레 아리게 다가왔다. 아마도 단종의 사연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사연을 떠나 아름답게 펼쳐진 송림 사이를 한 번쯤 걸어봄 직한 공간이다. 영월관광센터를 들렀다면 이곳도 잊지 말고 방문해 보자. 소나무 사이로 부서질 듯 찬란하게 내려앉은 햇볕의 따스함을 느끼기 충만한 곳이니 말이다.

info

영월관광센터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청령포로 126-3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무료, 단 미디어전시관·상설전시관 10,000원

033-375-8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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