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모닝 vs. 티볼리
오늘 게임을 함께할 직원들은 각 부서의 신입사원들. 경영기획부 오세은, 시설관리부 박정준, 연소화학부 신석헌, 자재연료부 김소연 사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생들로 구성된 오늘의 선수들은 공기놀이라곤 학교에서 해본 게 다라, 촬영 전 미리 공깃돌을 사서 연습했다고 한다.
오늘 모인 사원들은 평소에도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소식지 촬영 때문에 모이긴 했지만,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 평소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자타공인 고수는 신석헌 사원이다. 누나가 있어 공기놀이를 꽤 해봤다고 한다. “신석헌 사원 있는 팀이 그냥 이길 것 같은데요. 같은 팀 돼야 하는데.” 모두가 그와 한 팀이 되기를 갈망하는 모습에 실력이 기대됐다.
손바닥을 내 앞면, 뒷면끼리 짝지어 팀을 정하는 편가르기를 위해 손을 모았다. 편가르기를 부르는 말은 지역마다 다르다. 수도권에서는 주로 ‘데덴찌’나 ‘엎어라 뒤집어라’로 불리고, 대구·경북은 ‘뺀다 뺀다 또 뺀다’, 부산은 ‘젠디’, 호남 지역에서는 ‘소라~’로 시작하는 다양한 말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의 선수들도 각자 지역에 따라 다른 편가르기 구호로 잠시 투닥거리다, 결국 모두를 위해 논란이 없는 ‘묵찌’로 나누기로 했다.
김소연·신석헌 사원이 한 팀, 박정준·오세은 사원이 한 팀으로 나뉘었다. 팀명을 정하는 시간. 김소연·신석헌 팀의 김소연 사원이 최근 자가용으로 ‘모닝’을 구입했다며 팀명을 ‘맥모닝’으로 정했다. 이에 질 수 없는 박정준·오세은 팀 역시 오세은 사원의 차량 이름인 ‘티볼리’로 이름을 지었다. 본의 아니게 차량 대결(?)이 된 이번 게임. 각 팀의 각오가 담긴 구호와 함께 놀이를 시작했다.
공기놀이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익숙한 놀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과 기억력 향상을 위해 권장하기도 한다. 공깃돌을 바닥에 뿌려 하나씩 집어 올리는 1단부터 두 개, 세 개씩 집는 2단과 3단, 돌 하나만 던지고 나머지를 바닥에 내려놨다가 다시 한 번에 모아 집는 4단, 공기놀이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꺾기로 구성된다. 꺾기에서 잡은 돌의 수만큼 연차가 쌓인다. 연차를 얼마나 더 많이 쌓느냐가 공기놀이의 승패를 좌우한다.
공기놀이는 ‘극한의 규칙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세부 규칙이 있고, 지역마다 규칙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공중에 돌을 던질 때 눈높이 아래로만 던지는 규칙인 ‘백두산(혹은 한라산) 금지’가 있고, 꺾기 단계에서 손등에 돌을 올린 채 손가락을 움직여 돌을 가운데로 모아 잡기 쉽게 하는 ‘피아노’, 공깃돌을 잡다 손에서 튀어 오르면 ‘콩!’이라고 외치는 규칙 등 수십 가지의 창의적인 룰이 있다. 돌 다섯 개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규칙을 만들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다만 오늘의 선수들은 공기놀이 초보자에 가까워, 기본적인 규칙만 적용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기놀이, 이렇게 어려웠나
먼저 20년에 도달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으로 승패의 기준을 잡았다. 은은한 긴장감이 흐르는 장내. 시작은 맥모닝 팀. 김소연 사원이 돌을 흩뿌려 1단을 시작하자마자, 던진 돌을 잡지 못하고 순서가 끝났다. 다음은 티볼리 팀. 시작의 기세와는 달리 오세은 사원 역시 1단에서 끝나고 만다. 조금은 허무한 분위기가 감돌 때, 맥모닝 팀의 실력자 신석헌 사원이 돌을 잡았다.
실력자는 달랐다. 신석헌 사원은 다른 선수들의 고전에도 묵묵히 앞서나가며 순식간에 4단까지 도달했다. 4단은 네 개의 돌을 다뤄야 하기에 꽤 고난도다. 신석헌 사원이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4단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바닥에 뿌려진 돌을 잡지 못하며 다음 순서를 기대하게 됐다.
이어 차분하게 돌을 잡은 박정준 사원도 마의 ‘1단의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 공기놀이가 이렇게 어려웠던가? 다들 고전하는 모습이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오랜만에 공깃돌을 잡는다면 생각보다 손이 따라주지 않을지도.
신석헌 사원의 4단을 이어받은 김소연 사원. 연습할 때는 여기까지 도달해본 적이 없어 어려워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열심히 방법을 설명해보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모양이다. “하나를 던지고 나머지를 내려요? 너무 어려운데요?”라며 다섯 알을 동시에 공중에 집어 던지는 엉뚱한 모습에 현장에 있는 모두 웃음이 터지고 만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오늘의 선수들이 가진 개성이 점점 드러났다. 우선 모두가 인정한 ‘실력파’는 역시 신석헌 사원. 어려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갖고 임하는 ‘열정파’는 김소연 사원. 차분하게 집중하며 경기에 임한 박정준 사원은 ‘정통파’, 오세은 사원은 돌을 던질 때마다 사지가 함께 뻗어나가는 다채로운 포즈를 보여주며 ‘액션파’라는 별명을 획득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시간
계속해서 티볼리 팀은 1단에, 맥모닝 팀은 4단에 갇힌 상황.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에게 20년은 무리였던 듯하다. 승리 기준을 10년으로 낮추고 재차 각오를 다져본다.
집중해 다시 4단에 도전하는 신석헌 사원. 찬찬히 바닥에 4개의 돌을 내리고, 나머지 하나의 돌은 위로 높게 던지라는 현장의 조언을 듣고 드디어 4단에 성공한다. 첫 꺾기의 순간. 모두가 신석헌 사원의 손에 올려진 공깃돌에 집중했다. 그가 공깃돌 2개를 집으며 먼저 2년을 달성한 후, 1단을 건너뛰고 바로 2단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잠깐! 신석헌 사원의 주장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꺾기에서 잡은 돌의 수만큼 다음 턴에서 단을 점프할 수 있다고. 지역마다 다른 규칙을 알아가는 것도 공기놀이의 재미다. 신석헌 사원이 기세를 몰아 앞서다가 다시 돌아온 꺾기에서 아쉽게 실패해 티볼리 팀에게 돌을 내줬다.
차분하게 집중해 1단을 성공하는 박정준 사원. 경기를 시작한 지 한참 만에 2단에 진입한 티볼리 팀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자 ‘1단 성공하고 박수받기는 처음’이라며 민망해하는 모습이다. 이어지는 2단에서는 간발의 차로 돌을 놓쳤다. 돌아온 맥모닝 팀의 꺾기 순서. 이번엔 김소연 사원이 맡았다. 서툰 손길이지만 집중해 1개를 손에 넣었다.
어느덧 두 팀의 차이는 7년으로 벌어졌다. 공깃돌이 손에 익으며 점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우리 선수들. 더위가 한창인 8월의 날씨에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열중한다. 티볼리 팀은 아직 꺾기도 한 번 못했지만, 맥모닝 팀이 꺾기에 성공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변은 없었다. 맥모닝 팀의 신석헌 사원이 7년 차 꺾기에서 돌 1개를, 이어서 다음 꺾기에서 2개를 연속으로 잡아 10년 차에 도달하며 승리를 손에 쥐었다. 오늘의 승자 팀에게 축하가 쏟아졌다. 맥모닝은 “쏘 이지”하게 이겼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티볼리 팀은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단순하고 익숙한 게임이지만 막상 시작하니 모두가 집중하며 재밌게 즐긴 오늘의 공기놀이. 어쩌면 처음부터 예상했던 승패일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웃으며 즐거웠으면 된 게 아닐까. 승자 팀에게는 오늘 경기에 사용한 귀여운 쿠키 모양의 공깃돌과 클리커 키링을 선물했다. “솔직히 클리커는 내 거지~”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오늘의 MVP 신석헌 사원.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기에 결국 클리커는 그의 손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직원들끼리 간단한 내기를 할 때 공기놀이로 승패를 가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바쁜 업무 속에서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라며, 오늘의 게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