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 멍 때리기, 물 + 멍 때리기를 줄여 말하는 ‘불멍’, ‘물멍’ 등 ○멍이 인기다. 그리고 이번엔 ‘밭 + 멍 때리자’며 등장한 이가 있다. 바로 강원도 영월의 스타트업 ‘밭멍’의 김지현 대표다. 폐광 지역에 버려진 유휴공간을 재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며 우리나라에 없던 퍼머컬쳐를 도입해 새로운 농장 문화를 연 밭멍에서 함께 멍 때려보자.
안녕하세요. 또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밭에서 멍 때리자’라는 뜻에서 지은 ‘밭멍’입니다. 저희는 처음에 관행 농업처럼 감자밭, 옥수수밭, 배추밭 등 평범한 농장이었는데요. 영월 상동이라는 위치상 고객분들에게 택배를 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생각을 바꿔 고객분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분들이 찾아오는 서비스를 하는 게 어떨까 싶어 밭에서 멍 때릴 수 있게 밭을 예쁘게 가꾸기 시작했죠. 지금은 농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는데요. 손으로 만져보고, 코로 냄새도 맡아보고, 입으로 먹어보고, 또 직접 며칠을 머물러 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공간이 원래는 소를 키우던 축사였습니다. 이 축사를 리모델링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죠. 여기에서는 불멍을 할 수도 있고 바비큐를 구울 수도 있으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또 올해는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 중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요가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남부발전 덕분에 많은 분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죠.
자연의 모든 원리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배추를 심는 경우 농약 대신 해충이 배추를 기피하는 효과를 지닌 허브를 심는 등이 그 예입니다. 쉽게 말해 친환경 농장이죠. 무경운, 무퇴비, 무농약, 무비료 영농인 셈입니다.
최근에는 EBS <한국기행>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생각보다 매스컴에 빨리 소개되어서 놀라웠고요. 아직까지 반응은 몇 군데 안 나와서 미미한데, 그래도 매스컴을 통해 봤다면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로 스테이 공간에 대한 문의가 제일 많았고,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도 있었고요. 이런 것들과 별개로 저와 같은 청년들이 귀농이나 귀촌을 할 때의 경우를 묻는 문의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퍼머컬처를 배우고 싶다며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전화가 사실상 많이 늘어났습니다.
밭멍을 창업하기 전에도 벤처기업을 창업한 적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공공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자체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보통은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희를 담당하셨던 대리님께서 먼저 뭐가 더 필요한지 물어봐주시고 진행할 때 애로사항이 있는지 등 몇 수를 앞서서 내다봐주시니까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아가 저희의 의견도 많이 물어봐주셔서 굉장히 소통이 잘 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모집한 후 2주 정도 이곳에 머무르면서 정보도 교환하고 공부도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크게는 이 청년들이 영월 상동이라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저희 농업 방식이 최근에 떠오르는 스마트팜과는 정반대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이 청년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지금 3기가 진행 중이고요, 2기까지 거치면서 4명의 청년들이 영월에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이잖아요?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게 훨씬 더 진지하고 귀농귀촌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렉서스 영 파머스에 도전하라는 권유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농사여서 그런데, 사실 참여 전날까지도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서면상으로 퍼머컬처에 대해서 어필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선례가 없다 보니 그랬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통하고 현장 면접을 거의 3시간가량 보았거든요. 현장 심사위원분들께서 저희의 가능성을 보고 선정을 해주신 것 같아요. 같은 꿈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하는 모습을 보며 뭐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최종 4인에 선정된 것 같아 굉장히 기쁩니다.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새싹이 자라나려면 물을 줘야 하고 햇빛도 쐐줘야 하잖아요? 최소한의 조건이 있어야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생력을 키우는데, 한국남부발전이 바로 그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저희가 힘들었을 때 서포트해주는 지원 사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큰 도움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네트워크도 생겼고, 매스컴도 탔다고 봐야죠.
올해에는 소위 말해 딸린 식구들이 많아졌어요. 2021년은 창업 기반을 만든 해였으면 2022년은 기반과 매출을 안정화할 수 있게끔 ‘안정화’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 농장에서 줄 수 있는 교육의 가치라든지 아니면 이 지역이 다시 살아나는 경제 활성화의 가치라든지, 이런 가치들을 모두와 같이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