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효정
할머니 입맛이라고 불리는 녹차, 흑임자, 쑥 등의 간식이 인기를 얻더니 할머니 스타일이라는 빈티지한 꽃무늬가 들어간 스커트, 카디건을 입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취향을 지닌 젊은 세대들을 할머니와 밀레니얼이란 단어를 조합해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여긴 먹거리, 스타일이 ‘뉴트로’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재미가 더해진 전통시장도 2030세대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의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를 체험하는 로컬 여행이 떠오르면서 전통시장도 경험·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여행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청년들의 전통시장 내에 가게를 열기 시작하고, 하나둘 유명한 가게들이 전통시장에 분점을 내면서 젊은 층의 전통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서울시 동대문구의 경동시장이다. 문을 연 지 60여 년이 된 경동시장은 서울의 전통시장 중 가장 넓으며 한약재 거래가 많은 곳으로, 시장이 위치한 제기동은 ‘노인들의 홍대’라고 불릴 정도로 백발의 노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장소였다. 이런 곳에 최근 2030세대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LG전자의 금성전파사와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오픈했기 때문이다. 경동시장 건물 3~4층을 개조한 두 곳은 세련된 인테리어가 아닌 옛 극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접하는 레트로한 감성으로 꾸며졌다. 이런 분위기가 젊은 층에게 한번쯤 가봐야 할 장소로 떠오르게 되었다.
관광명소로만 알려진 서울 광장시장도 ‘힙’한 장소로 변하고 있다. 이미 서울 여행지로 알려져 국내외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상점들이 문을 열면서 기존 관광지의 이미지를 넘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 대표적인 상점이 식료품, 주류 등을 판매하는 그로서리 스토어 365일장이다. 총 4층 구성으로 된 365일장은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춘 식품과 독특한 모양의 리빙템들이 판매하고 있으며, 카페, 와인바도 갖춰져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유명 카페가 60년 동안 이어 온 금은방을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개조해 오픈하면서 광장시장을 더욱 힙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현지인 맛집’, ‘진짜 맛집’을 발굴하는 재미도 더해져 전통시장이 하나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망원시장, 서울시 풍물시장, 인천시 신포국제시장, 경기 수원시 남문로데오시장, 강원 속초시 관광수산시장, 대구시 서문시장, 광주시 양동전통시장, 충남 예산시장 등이 대표적인 ‘힙’해진 전통시장이다.
이런 젊은 층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덩달아 주변 가게도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데이터를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는 2019년 1~4월부터 2023년 1~4월까지 총 5년간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에서 발생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내어놓았다. 전통시장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1년을 기점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가 시장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던 충남 예산시장 MZ세대 방문 증가율은 무려 934%였다. 이런 증가세로 떠오른 곳 중 한 곳이 힙당동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 신당동의 중앙시장이다.
젊은 세대는 취향에 맞는 곳이면 어떤 곳이든 방문한다. 이런 현상을 가장 엿볼 수 있는 곳이 인스타그램이다. ‘전통시장’만 검색해도 1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검색되며, ‘시장투어’, ‘시장맛집’이란 검색어로도 많은 수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뿐 아니다. 유튜브에서도 ‘시장브이로그’를 검색하면 많은 콘텐츠가 업로드된 것을 볼 수 있다. 경험과 가치 소비에 중점을 두는 젊은 세대들은 전통시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K-관광마켓 10선을 선정했다. 선정된 곳은 ▲서울시 풍물시장 ▲인천시 신포국제시장 ▲경기 수원시 남문로데오시장 ▲강원 속초시 관광수산시장 ▲충북 단양군 구경시장 ▲대구시 서문시장 ▲경북 안동시 구시장연합 ▲경남 진주시 중앙·논개시장 ▲광주시 양동전통시장 ▲전남 순천시 웃장이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시장 전체가 주황동(구제의류), 초록동(골동품) 등 7가지 무지개색 콘셉트로 구분되어 있어 색깔 따라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청춘 1번가 테마존에서 7080 교복을 빌려 입고 다방에 앉아 레트로 감성을 즐긴 다음 인근의 청계천과 동대문, DDP, 동묘 등 서울의 대표 관광지까지 즐길 수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시청 페이스북
만두, 닭강정, 공갈빵, 타르트 등 유명 먹거리로 입이 즐겁고, 인근에는 19세기 말 개화기의 이야기를 품은 개항장 거리, 차이나타운과 월미도 테마파크 등이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며 ‘인천 e지’ 앱을 통해 스마트 관광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 출처 : 인천투어홈페이지
호두과자, 달고나 등 길거리 음식 판매와 비즈 공예 등 쥬얼리 가판이 설치되는 수원 골목마켓에 들러 물건을 사고 청소년 야외공연장, 로데오 아트홀에서 청년들의 노래·춤·전시 등을 감상하며 인근의 공방거리에서 도자기, 패브릭 공예 등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본 뒤, 화성행궁-팔달문, 조선향교 등을 걸으며 조선시대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수원뉴스홈페이지
바다를 끼고 있어 현지에서 잡은 수산물을 구경하고 속초아이 대관람차에서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무동력선인 갯배를 타고 피난민들이 살던 아바이마을에서 과거 어른들의 삶의 모습과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속초관광수산시장 홈페이지
마늘만두, 흑마늘 누룽지 닭강정 등 단양 특산품인 마늘을 활용한 먹거리가 가득하고, 주변에 국내 최대규모의 민물고기 생태관인 다누리아쿠아리움과 2019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있다.
사진 출처 : 단양관광공사 홈페이지
납작만두, 컵막창, 계란김밥 등을 먹으며 버스킹, 대규모 미디어파사드, 미디어아트 등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고, 인근에 이월드 테마파크, 대표 번화가인 동성로, 김광석 거리와 근대문화골목 등 대구 대표 관광명소까지 둘러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서문시장홈페이지
찜닭 골목, 떡볶이 골목, 갈비 골목 등 음식특화거리와 전통 탈을 이용한 ‘마스크데이페스티벌’ 등 즐길 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인근에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서 선비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어 식도락 여행이 가능하다.
사진 출처 : 안동국제페스티벌홈페이지
낮에는 꽈배기, 꿀빵, 식혜 등의 간식, 밤에는 진주 맥주 진맥, 닭튀김, 조개술찜 등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 풍광이 아름다운 진주성과 남강, 유등테마공원과 진양호 등의 관광지가 인근에 있다.
사진 출처 : 진주논개시장홈페이지
통맥(통닭·맥주)축제, 건맥(건어물·맥주)축제, 리버마켓 야시장 등 주제별 행사와 요리·공예 일일 수업 등의 추억거리가 가득하다. 언제나 문화예술 공연·전시가 있는 아시아문화전당, ‘MZ핫플’ 동명동 카페거리와 양림동 벽화마을까지 인근 관광지에서는 아기자기하고 밝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 양동시장홈페이지
매년 5월에는 남도 음식거리 축제, 9월 8일에는 국밥 축제가 열릴 만큼 맛있는 국밥집이 많이 있고, 인근에 순천만 국가 정원과 순천만 습지가 있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출처 : 디지털순천문화대전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