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효정
자기 관리가 필수인 요즘, 제로라는 단어가 붙은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칼로리,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제로’는 음료수, 주류를 넘어 과자, 사탕, 요리 소스 등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코로나19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관심에서 ‘헬시 플레저’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헬시 플레저는 ‘Healthy(건강)’와 ‘Pleasure(기쁨)’을 결합한 말로,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그런 맥락에서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Your Daily Sporty Life)도 같은 결의 단어다. 헬시 플레저와 오하운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먹고 싶은 걸 먹으면서 최대한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찾거나 지방, 나트륨, 당 등을 뺀 음식들을 선호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업계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도드라지는 현상이 ‘제로(Zero)’, ‘슈거 프리(Sugar Free)’ 식품이다. 기존의 맛을 유지하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대체품으로 인기를 얻으며 음료, 술, 과자, 디저트 등의 다양한 음식에 속속 제로 타이틀이 담긴 신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제로 관련 식품이 등장한 건 100여 년 전이다. 1904년 러시아에서 최초의 무설탕, 제로 칼로리 음료를 선보였고, 1960년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무설탕 음료를 내어놓으며 꾸준히 제로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맛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제품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설탕이 비만, 당뇨의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대체 상품을 찾기 시작했고, 설탕 없이 단맛이 나면서도 맛이 보강된 제로 식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제로 칼로리를 강조하며 출시된 모 주류는 출시 7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 1억 병을 돌파했다.
‘제로 칼로리(ZERO CALORIE)’라고 표기된 식품의 칼로리는 정말 제로일까? 정답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음료수는 100mL당 4kcal 미만일 때는 0kcal로 표기하는 걸 허용하고 있다. 즉, 3.99kcal도 0kcal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러니 제로 칼로리라는 의미는 0kcal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정도의 의미이지 0kcal가 아니다. 설탕이 1g당 4kcal이니 칼로리 표기만으로도 설탕보다 칼로리가 낮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일반 음료·주류와 제로 음료·소주에 표기된 성분표를 보더라도 칼로리 차이는 사실 미미하다. 이와 더불어 100g당 40kcal 미만이거나 100mL당 20kcal 미만일 때 ‘저’열량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표기법을 허용했을까?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4kcal 크기 때문에 0kcal로 표기하는 걸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의 단맛은 천연감미료인 설탕에서 주로 나온다. 무설탕, 제로 식품에서는 설탕의 단맛을 인공감미료가 대신한다.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수백 배 강한 단맛을 내는 식품으로, 설탕보다 칼로리와 혈당지수(GI 지수)가 낮고 가격이 설탕보다 저렴하다. 단맛이 강해 소량으로도 설탕의 단맛을 낼 수 있으니 전체적인 열량을 낮출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공감미료 22종을 식품첨가물로 허가하고 있다. 이 중 최근 화두가 된 인공감미료가 아스파탐이다. 지난 6월 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분류에 넣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많은 논란으로 시끌벅적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지금의 사용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에도 건강을 위해 일부러 찾아 먹었던 음식들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선택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일부 업계는 아스파탐이 아닌 다른 인공감미료를 넣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아직 인공감미료의 위해성과 관련한 연구는 계속 나오며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스파탐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 다른 감미료를 찾아야 하냐에 대한 질문의 대답도 여전히 의문이다. 이는 인공감미료가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 아스파탐만큼 다른 인공감미료들은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만 먹을지를 결정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단, 우리는 업체가 제시하는 제로, 무설탕이란 문구를 무조건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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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량 추이는 2023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의 데이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