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효정
무인매장이라고 하면 아이스크림 매장, 셀프빨래방, 즉석사진 매장, 주유소 정도만 알았다면 오산이다. 현재 애완용품, 밀키트, 공방 등 다양한 품목의 무인매장이 지역 곳곳에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우리의 삶은 코로나19 이전과 유사한 삶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삶 속에서 변화된 부분도 많이 있다. 특히 비대면 생활의 편의성을 알게 되면서 생활 곳곳에 비대면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인매장이 많아진 것이 그런 흐름의 하나이다. 물론 1970년대부터도 무인매장은 존재했다. 다만 그 당시 무인매장들은 오락실이나 길거리 자판기 정도로 한정된 분야에만 존재하고 시장 전반의 흐름은 아니었다.
무인매장의 추세는 통계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가 발표한 ‘대한민국 리테일 리서치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의 91%가 무인매장을 이용한 바 있으며, 응답자의 46%가 유인매장보다 무인매장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런 흐름을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실험적으로 오픈한 언커먼스토어를 통해 알 수 있다. 오픈한 지 1개월 만에 언커먼스토어에 10만 명의 방문자가 찾았고, 주말에는 입장 대기 순번까지 받는 등 관심을 받았다. 이때 전체 방문객 중 85%가 30대 이하였다.
대부분의 무인매장에는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설치되기 마련인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공·민간부문에 설치된 키오스크 수는 2019년 18만 9,951대에서 2022년 45만 4,741대로 늘었다. 3년 사이에 2.4배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무인매장의 숫자도 늘어남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통계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등의 무인 주문기를 사용한다고 답한 외식업체 비율은 2019년 1.5%에서 2022년 6.1%로 늘었다.
무인매장의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시행되는 AI 면접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취준생들을 위한 무인 면접 스튜디오가 생겨났다. 취준생들은 조금 더 좋은 품질의 웹캠과 조명을 이용해 면접에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강사가 없는 무인공방도 있다. 아직 시작 단계라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연남동의 담금주를 만드는 공방이다. 소비자들은 이곳을 방문해 온라인 동영상에 따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꽃도 24시간 간편하게 살 수 있다. 서울 홍대의 한 무인꽃매장에선 매주 3회씩 새로운 꽃이 채워지는 등 소비자들에 시선을 끌 만한 포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안경도 무인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시력 측정을 위해 일정 시간에 안경사가 매장의 별도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 시력만 유인으로 측정하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안경테를 마음껏 써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의류매장, 테니스장, 프린트숍, 안경점, 술집, 스터디카페, 문방구, 카페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무인매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무인매장은 기존의 목적 외에도 다른 용도로도 사용된다. 무인 면접 스튜디오는 ‘영통팬싸’에서 활용된다. 영통팬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2분 정도 1대 1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팬 서비스 이벤트다. 매장의 좋은 시설을 활용해 자신의 최애와 통화하는 모습을 좋은 화질로 녹화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단다. 무인편의점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인편의점이 독서실, 도서관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캠퍼스 주변의 무인편의점이나 학교 내 무인편의점의 식사공간으로 마련되었던 좌석에서 공부를 한다. 장시간 자리를 잡고 공부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카페나 시험기간이면 부족한 도서관과 스터디카페의 자리싸움에서 벗어나 방해받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인기의 이유라고 한다.
전자기기를 어린 시절부터 접하고 비대면이 익숙한 세대일수록 무인매장을 선호한다. 이 세대들은 저렴한 가격과 영업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업계의 입장에서는 적은 인건비, 24시간 운영과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창업을 많이 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로보틱스·인공지능(AI)이 가져온 키오스크·보안산업의 발달이 맞물리면서 무인매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 단위: %)
(출처: 한국소비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