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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하동 금오산 즐기는 법

글. 이효정   사진. 한정선   영상. 최의인

굽이굽이 깊어지는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쳐있던 곳. 예측할 수 없는 날씨로 야속하다가 시원한 바람과 슬쩍슬쩍 보여주는 남해의 모습에 그 서운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하동의 여름과 가을 중간 어느 틈에서 문명의 이기로 펼쳐진 풍경을 눈에 담았다.

예측 불허의 여행길

하동빛드림본부에 이웃한 금오산은 산줄기가 바다로 향하는 자라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과거 볏단을 쌓아 올린 노적가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소오산, 병목처럼 생겨 병요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금오산은 인근 바닷가 산 중 높은 편이라 예부터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다. 금오산 정상의 해맞이공원을 오르는 방법은 등산과 차량을 이용해 오를 수 있다. 2시간 정도에 오를 수 있는 등산코스는 진남면 중평리의 청소년수련원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차량을 이용할 때는 진교면 고룡리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이어진 6.3km 도로로 오를 수 있다. 이 도로는 굽어진 각도가 급격한 편이라 마주 오는 차와 비켜 갈 장소를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 이 두 방법이 전통적인 방법이었다면 지난해 설치된 케이블카를 이용해 편리하고 빠르게 최신의 장비로 정상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남해의 일출을 보기 위해 자동차로 이른 새벽 정상으로 향했다. 매일매일 변덕스럽게 바뀌는 일기예보가 새벽녘에 구름이 많다고 하더니 정상은 짙은 구름에 갇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송전탑 앞으로 나무 덱 전망대에서 파노라마 형태로 다도해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구름으로 시야가 가려져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송전탑은 주차장 뒤에 있었고 나무 덱 전망대 자리에는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이 생겨 지난해에 없어졌다고 한다. 일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케이블카가 운행되기 전 인근의 경충사로 발길을 돌렸다.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바로 옆에 있는 경충사는 등산으로 정상에 오를 때 들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조선에서 활약한 정기룡 장군의 사당이다. 정기룡 장군은 선조 19년(1586년) 무과에 급제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육지에서 왜군을 무찔렀고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등을 거쳐 삼도수군통제사에 올랐다.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아 초록이 무성하지만 그 위용을 뽐내는 은행나무와 사당을 둘러싼 돌담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정기룡 장군의 생가터에 지어진 초가와 사당을 만날 수 있는데, 문이 열리기 전 이른 아침이라 영정은 볼 수 없어 건물만 둘러보고 케이블카로 향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남해

금오산 케이블카의 정식 이름은 ‘플라이웨이 케이블카’다. 정식 이름 외에 ‘하동케이블카’로도 불린다. 총길이 2.56km의 케이블카 옆으로는 아시아에서 최장 거리인 3.186km 짚와이어도 있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것은 주황색의 커다란 곰인데 건물 3층 높이와 같은 크기의 곰은 아빠곰이란다. 지리산에서 아기곰을 찾아 금오산까지 온 아빠곰은 아기곰을 찾다가 다도해의 풍경과 사탕에 눈이 멀어 이곳에서 멈춰버렸다고. 앙증맞은 꼬리가 인상적인 거대한 곰은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있어 케이블카의 마스코트가 되고 있다.

케이블카는 일반 케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2가지로 나뉜다. 탑승시간 길이가 긴 만큼 15분 정도 타야 한다. 천천히 고도를 올리며 움직이는 케이블카는 서서히 다도해의 모습을 보여줬다. 파란 바다, 인근의 작은 섬들, 해안선이 새벽녘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랬다. 진바등(486m) 줄기를 넘어 골짜기가 보이고 깊이 팬 협곡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특히 암석이 풍화되어 잔돌로 부서진 너덜지대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애니메이션 <피구왕 통키>의 피구 공에 표시된 불꽃 같은 모습이었다. 금오산의 너덜지대는 빙하기 화강암이 만들어 낸 흔적으로, 빙하기를 거치면서 암석이 부서지며 작고 날카로운 돌들이 산비탈에 깔렸다. 너덜지대의 왼편으로 허술해 보이는 움막이 보였다. 해발 590m의 움막은 석굴암과 봉수대다. 봉수대가 산허리에 있는 모습이 신기한데 아마도 이 정도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왜적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고려 헌종 때(1149년) 설치된 봉수대와 봉수대 파수꾼이 사용한 석굴암은 지금은 불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그곳에서 보는 남해의 풍경은 장관이라고 하니 산행할 때는 한번 들러볼 만하다.

아기곰이 여기 있었네

4층 규모의 상부승강장은 식당, 편의점, 커피숍과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바로 옆 부분에는 바닥이 투명한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출발점이 있다. 스카이워크 아래로 1.2km의 산책로 ‘하늘길’이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산책할 수 있다.

하부승강장에서 보았을 때도 금오산 정상이 구름 속에 감춰 그 모습이 보이지 않더니 해맞이공원은 구름 속에 갇혀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승강장 4층 전망대에서는 날씨가 좋을 때 멀리 다도해와 지리산까지 볼 수 있다. 이 전망대에서 주황색의 아빠곰이 그리도 찾아 헤매던 아기곰을 만났다. 호기심이 많은 아기곰은 정상까지 와 길을 잃고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아빠곰을 기다린다고 한다. 방문한 날은 산 아래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오늘은 그들이 만날 수 없는 날인가 보다. 3층 전망대의 팽이를 닮은 의자 ‘스펀 체어’가 인기가 많았다. 스펀 체어는 사람이 앉으면 멈추기 직전의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의자는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관광객이 오더니 하나둘 스펀 체어에 앉아 까르르 웃으면서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와, 이거 누구 아이디언교”, “아이고 한바꾸 돌아간다”, “와 나는 안 돌아가노, 누가 돌리도” 왁자지껄 한 무리의 관광객으로 흐릿한 풍경에 생기가 더해졌다.

잠시 바람이 시원하게 불자 다도해를 감싼 구름이 걷혔고, 관광객의 탄성이 쏟아졌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이순신 장군이 최후를 맞은 노량해협이다. 옅은 구름 사이로 남해와 하동을 연결하는 노량대교를 비롯해 하동빛드림본부, 광양제철, 여수산업단지까지 보였다. 바다 곳곳에 박혀있는 섬들을 보노라니 시경이 맑은 날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전망대 뒤편에서 아침에 보지 못했던 송전탑의 모습도 드러났다. 과거 이곳은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다가 1993년 출입이 허용되었다. 과거 군사시설이 있었던 덕에 차량을 끌고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걷기 싫어하는 여행객에게는 감사할 일일 터다. 몇 시간 동안 날씨가 개길 기다렸지만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 아쉬운 마음만 남기고 다시 케이블카에 올랐다.

금오산은 등산, 차량, 케이블카, 짚와이어를 이용해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하동을 여행한다면 녹차밭, 최참판댁 외에도 금오산을 여행 코스에 넣어보자.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info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경남 하동군 금남면 경충로 461-7

www.hadongcablecar.com

9시 30분~17시 30분(월~금),
9시~18시(토, 연휴).

한국남부발전 직원 할인(2024년 6월 29일까지)
: 사원증 제시 시 1인 5,000원(최대 4매 적용)




날씨 체크는 필수!

금오산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다도해를 만나기 위해서는 날씨를 점검하고 가자. 금오산 정상은 높은 편이라 구름이 많은 날이면 어김없이 구름 속으로 정상 부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산 아래 날씨가 좋다고 하더라도 구름 많은 날, 흐린 날, 비가 올 예정인 날은 피해서 방문하자. 그렇지 않다면 구름만 잔뜩 보고 올 수도 있다.

지도에서 검색할 때는 반드시 ‘하동’을 붙이자

경북 구미·경주, 전남 여수 등 다양한 곳에 금오산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도에서 금오산을 검색할 때는 ‘하동’ 지명을 앞에 꼭 붙여야 하동 금오산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