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효정(여행작가)
다시 여행의 시대가 왔다. 지난 3년간 억눌렸던 여행 욕구는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다소 달라졌다. 엔데믹 시대의 여행, 과연 무엇이 다를까?
웨이브 웹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는 주인공이 제주도를 무대로 ‘빵지순례’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오직 ‘빵’만을 주제로 여행하는 것이다. 최근 이렇게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여행은 더 이상 ‘어디에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집을 사거나 차를 사는 것처럼 물질을 소유하는 것보다 무형의 경험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웨이브 뉴스룸
패키지여행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 패키지여행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패키지 상품에 눈을 돌린 젊은 층이 늘어났다. 하지만 기존의 패키지여행이 관광과 쇼핑 중심이었다면, MZ세대가 선호하는 패키지여행은 색다른 체험 중심이다.
최근 한 여행사는 프리다이빙 푸껫 4박 6일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전문 다이빙 강사들과 동행해 프리다이빙이 가능한 체험형 패키지 상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청춘유리, 서이룬 등 인기 여행 크리에이터와 홍콩을 함께 여행하는 상품이나,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선수와 태국 끄라비에서 실전 등반을 할 수 있는 상품, 4대 스포츠 종주국 영국에서 인기 스포츠 경기를 직관하는 상품 등도 인기 속에 매진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이나 클룩, 트립어드바이저 등 여행 앱에선 다양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태국에서는 현지 셰프와 함께 새벽 시장을 방문하고 전통요리를 만들어 보거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현지 무아이타이를 배워볼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발리의 전통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현지 점성술사를 만나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색 체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해안가의 플라스틱이나 쓰레기 등을 빗질하듯 주워 모은다는 뜻의 ‘비치코밍’이나 산책하며 해안가 주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등이 환경보호와 연계된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 여행을 하며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또 환경에 대한 자신의 신념도 드러낼 수도 있기에 MZ세대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친구를 만나면 어떨까? 싱가포르 현지 젊은이들처럼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면 에어비앤비 체험을 통해 현지인 호스트와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삿포로에서는 현지인들처럼 동네 뒷산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볼 수 있고, 파리에서는 파리지앵과 함께 마레 지구를 돌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에어비앤비 체험에는 마치 현지 친구를 만난 것처럼 현지인 호스트가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을 즐겨볼 수 있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멀리 떠나기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에어비앤비 체험 여행을 추천한다. 에어비앤비 체험에서 ‘한국’을 검색해 보면 한옥에서 나만의 향수 만들기, 천연 과일로 막걸리 만들기, 양양에서 일출과 함께 싱잉볼 명상하기, 제주도 앞바다에서 우쿨렐레 배우기, 싱어송라이터에게 홍대 인디 음악 역사 듣기 등 다양한 체험이 있다. 새로운 체험을 접하는 순간, 익숙하던 장소도 마치 멀리 여행을 떠난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발리 우붓을 배경으로 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오는 대사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험에 뛰어들어 보는 것은 인생의 새로운 스승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 이제 나를 둘러싼 세계를 더욱 확장할 시간이다.
예부터 차 문화가 발달한 하동에는 지역의 눌루와 협동조합에서 만든 체험상품이 있다. 여행객에게 차와 다기, 다식이 포함된 차 시음 세트를 대여해 준다. 차마실을 예약한 손님은 지정된 다원에서 다기 세트를 빌리고 원하는 곳에서 차를 즐길 수 있다.
대한민국에 20년 이상 거주한 두 외국인 숀과 존이 서울의 명소를 돌며 자신들이 아는 모든 괴담 이야기를 풀어낸다. 덕수궁 미 대사관 귀신이나 청계천 광통교 괴담 등 우리에게도 생소한 서울의 귀신 이야기가 펼쳐진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경희궁이다. 이들은 이 투어를 10년 정도 운영했는데, 가끔 참가자들에게 이곳에 소복을 입은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줄리아 로버츠처럼 발리 곳곳을 여행하며 마음을 평화를 찾는 콘셉트의 여행이다. 사원에 방문해 흐르는 성수에 기도를 하며 심신을 정화하거나 발리 현지인 힐러를 만나 미래를 물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드갈랄랑 계단식 논에서 발리 현지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포스팅하는 것이 지겨워졌다면 몽마르트르의 화가처럼 에펠탑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잔디밭에 앉아 느긋하게 에펠탑을 관찰하고 인상파 화가들처럼 그 순간 에펠탑의 색감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수채화 물감, 수채화 종이, 붓, 봉투 등이 제공되기에 재료에 대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