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Jan. Feb Vol.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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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Jan. Feb Vol.115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도 남아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 매축지마을과 무너진 지붕 사이로 세간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이 그곳인데요. 흑백 사진을 펼쳐 놓은 듯, 역사와 성장의 상처가 남아 있는 두 마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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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색 바랜 풍경의 마을

부산 매축지마을 &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

Write. 박영화 Photograph. 정우철
Video. 성동해 Illust. 청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도 남아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 매축지마을과 무너진 지붕 사이로 세간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이 그곳. 흑백사진을 펼쳐 놓은 듯, 역사와 성장의 상처가 남아 있는 두 마을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속 그곳, 도시의 섬 매축지마을

천역 4번 출구로 나와 철길 육교를 지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가 나타난다. 빈집이 즐비한, 오래되다 못해 낡았다는 느낌이 드는 회색빛 동네. 슈퍼와 이용원, 양곡상회의 낡은 간판은 영화 세트장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한 사람이 걷기도 힘든 미로처럼 좁고 후미진 골목을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이라곤 동네를 지켜온 어르신들과 길고양이뿐이었다.

매축지마을은 ‘매축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오래전 바다를 메꿔 만들어진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때 이곳에 일본군의 군마를 관리하는 마구간이 대규모로 만들어졌고,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고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마구간을 칸칸이 집으로 개조해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지금의 매축지마을이 된 것이란다. 지금도 마을에 매축지마구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매축지마을 중앙 전봇대에는 녹슨 종이 있는데, ‘매축지종’이라 불린다.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과거 화재로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던 아픈 사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집집이 놓인 물병도 눈길을 끌었다. 동네 어르신에게 물으니 길고양이의 분뇨를 막기 위해 싫어하는 물을 페트병에 담아 놓은 것이란다.

쌓인 연탄과 오래전 스타일의 창살까지, 이제는 보기 힘든 옛 모습 덕분에 매축지마을은 영화 속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 아버지의 집도, <아저씨> 속 주인공이 있던 전당포 장소도 바로 매축지마을에서 촬영되었다. 현재는 마을 주변에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으로, 매축지마을은 마치 도시의 섬처럼 남아있다.

회색빛 집 벽에 그려진 원색의 그림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

늦어버렸다. ‘더 빨리 이곳에 왔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재개발로 이미 마을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드는 문현동 안동네. 한때 이곳의 맛집으로 유명했던 돌산식당 옆에는 석면해체제거 공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안동네는 문현동 산 23-1번지 일대로, 부산의 대표 달동네였다. 외지인들은 주로 돌산마을 또는 안동네라 부르고 마을에 사는 이들은 황령산 자락에 자리 잡은 까닭에 황령마을이라고 불렀다. 무허가로 지어진 목조와 슬레이트 건물이 모여 있고 인근에 공동묘지가 자리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안동네. 그러던 중 2008년 부산시가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거리벽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첫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안동네는 부산 최초의 벽화마을이 되었다. 50여 점의 벽화 덕분에 스산한 회색빛 골목은 화사한 골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게다가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명소로 떠올랐고,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부분 무허가 건축물인 탓에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해야만 했고,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안동네는 점점 악화일로를 걸었다. 비틀린 목재 대문에는 잠금장치가 무겁게 달려 있고, 세간살이들이 집안에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깨진 유리들로 가득한 폐가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그 옛날 활기찼던 마을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부산 최초의 벽화마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와봤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부산 대표 달동네인 안동네는 2008년 거리벽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부산 최초의 벽화마을이 되었다. 현재는 재개발 진행 중으로, 폐허와 알록달록한 벽화가 공존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산에 살아요

매축지마을과 안동네는 시간이 멈춘 듯하지만,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갤러리 느낌의 꽃집, 주말마다 쇼핑객이 몰리는 가구거리가 나타난다. 한때 매축지마을의 대표 맛집이었던 스완양분식도 이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완양분식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236번길 7-5

자기 소개해주세요. 스완양분식 대표 정민화입니다. 스완양분식은 ‘백조’라는 뜻의 ‘스완’과 서양 음식인 돈가스를 판다는 뜻에서 ‘양분식’을 붙여 이름이 탄생했어요.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1993년 매축지마을에서 시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재개발이 진행되어 이곳으로 이전해왔어요. 지금은 저희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코로나19 영향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세요. 식당을 자랑한다면요? ‘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겠다’는 신념으로 최대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합니다. 수제돈가스, 수제수프, 함박스테이크, 오므라이스 등 자랑할 메뉴가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현재 진행 중인 스완양분식 체인점도 대박났으면 좋겠어요. 1월부터 상품권도 발행했으니 많이들 오세요.

양성국갤러리가구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469-1번지

자기 소개해주세요. 부산하면 60년 전통을 간직한 ‘좌천동 가구거리’가 유명합니다. 70여 곳의 가구점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양성국갤러리가구를 운영 중인 박성란입니다.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목재 관련 일을 했던 남편과 함께 ‘좋은 가구를 팔아보자’라는 생각으로 가구점을 열었어요. 오픈한지 10년 되었네요.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전에는 봄, 가을에 가구축제도 열고 활기를 띠었는데, 요즘은 상권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어요. 소비층이 분산되기도 하고, 코로나19 영향도 큽니다. 가구점을 자랑한다면요? 100% 원목가구입니다. 제품 자체가 견고하고 피니싱공법을 사용해 질감이 아주 좋아요. 80% 이상은 수제입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정성으로 만든 질 좋은 양성국갤러리가구를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좋겠어요. 경기가 하루빨리 좋아지길 바랍니다.

카페 클라(CLA)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461

자기 소개해주세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상원입니다. 제가 클라리넷을 좋아해서 약자를 써서 클라라고 지었어요.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오래전부터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를 하는 게 꿈이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19년 5월부터 건물을 신축해서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교통도 편리하고 가구거리로 유명해서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죠.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어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어요. 카페를 자랑한다면요? 카페의 모든 차는 수제로 만들고 있고요. 딸기라테, 망고라테도 수제로 만들어서 정말 맛있답니다. 커피도 에티오피아나 케냐의 고급 원두로 커피를 만듭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모두 힘든 상황이잖아요. 지역 경제가 좋아져서 모두가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플라워 스튜디오 오브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대로 162번길 23 1층

자기 소개해주세요. 플라워 스튜디오 오브 사장 이정선입니다. ‘오브’가 프랑스어로 ‘새벽’이라는 뜻이거든요. 새벽에 여는 꽃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경험 삼아 꽃을 팔았는데, 재밌더라고요.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꽃집을 연지는 3년 정도 되었어요.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주로 20~30대 젊은 분들이 오시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잘 안보여요. 손님들의 발길이 줄었죠. 꽃집을 자랑한다면요? 일반적인 꽃집보다는 제가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파스텔 느낌의 꽃집 분위기가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힘든 시기에 꽃이 위로가 되길 바라고, 거리에 사람이 많아져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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