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y. Jun Vol.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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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ay. Jun Vol.117

우리는 살아가는 순간마다 처음과 끝을 맞이한다. 끝을 마지막으로 치자면, 처음은 시작이겠지. 돌이켜보면 시작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설레고 희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마지막은 결과가 어찌되었던 간에 아쉬움 투성이었고…. 우리의 끝이 희망과 기대, 설렘으로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먹고 가기도 쉽지 않은 땅끝마을 해남. 그 끝에서 잠시나마 설렘을 느꼈다. 묵은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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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끝에도 설렘은 있었다네

Write. 최선주 Photograph. 정우철

우리는 살아가는 순간마다 처음과 끝을 맞이한다. 끝을 마지막으로 치자면, 처음은 시작이겠지. 돌이켜보면 시작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설레고 희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마지막은 결과가 어찌되었던 간에 아쉬움 투성이었고…. 우리의 끝이 희망과 기대, 설렘으로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먹고 가기도 쉽지 않은 땅끝마을 해남. 그 끝에서 잠시나마 설렘을 느꼈다. 묵은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서 있는 내내 감탄 그 자체, 땅끝전망대

땅끝전망대에서 한참을 내려오면 땅끝탑이 보인다.

해남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서울 기준으로 다섯 시간이 넘어 특별한 연고가 있지 않고서야 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지척에 산다고 해도 ‘땅끝’이라는 느낌 때문에 괜스레 멀게만 느껴졌던 것도 사실. 우연한 기회가 있어 땅끝마을로 갔다.

땅끝마을을 보려면 땅끝전망대에 망설임 없이 올라야한다. 땅끝마을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위치한 땅끝전망대는 우리나라 땅의 끝에 위치해 한반도의 기를 받는 희망봉이라고 부른다.

남해바다를 품고 기가 막힌 일출과 일몰로 사랑받는 곳이며, 날이 좋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일 정도라고. 최정상에 오르면 공기는 물론이거니와 탁 트인 바다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땅끝전망대를 오를 때는 땅끝모노레일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튼튼한 두 다리와 여유가 있다면야 도전해 봐도 나쁘지 않겠지만, 올라가다보면 꽤나 높게 느껴질 것이다. 올라가다가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시작은 땅끝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길에 다리의 힘을 빌려보자.

땅끝길, 삼남길 등의 트레킹 코스도 잘 갖추어 놓았기 때문에 기막힌 장관을 눈에 담고 천천히 내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땅끝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가 있다. 바로 일출로 유명한 맴섬. 이곳의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사진에 담기가 어렵다고. 시간과 여유가 허락하지 않아 일출을 담겠다는 욕심은 일찌감치 내려두었지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포인트다.

땅끝마을에서 바라본 땅끝전망대

땅끝전망대는 땅끝모노레일을 타지 않아도, 산책길로 오를 수 있다.

땅끝마을은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

땅끝마을을 보려면 땅끝전망대에 망설임 없이 올라야한다. 땅끝마을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위치한 땅끝전망대는 우리나라 땅의 끝에 위치해 한반도의 기를 받는 희망봉이라고 부른다.

화창한 날에는 꼭 한번, 고산 윤선도 유적지

전날의 날씨가 좋지 않았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창했던 해남 여행의 이튿날. 이토록 화창한 날씨와 어울리는 곳을 찾았다. <어부사시사>로도 유명한 조선시대의 문인 고산 윤선도 선생의 유적지다. 수학여행에서나 들를법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녹우당과 녹우단 비자나무숲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효종이 스승이었던 윤선도 선생에게 하사했던 녹우당은 풍수지리에 따라 덕음산을 진산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ㅁ’자 형으로 구성되고 행랑채가 갖추어져 있는 곳. 역사적으로나 건축사적으로 보나 의미가 있어 한번쯤 들르면 좋지 않을까 해서 찾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있었다. 코로나19를 원망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녹우단 비자나무숲길로 향했다. 해남 윤씨의 중시조인 효정이 500년 전 심은 것이 자라 숲을 이루었는데, 걸을 때마다 느꼈다. 인공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러워 전국의 어느 비자나무숲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 안의 녹우단 비자나무숲으로 가는 길

해질녘까지 밭일하는 송호해변 마을의 주민

낙조를 담아가려면, 송호해변

송호해변은 땅끝마을 가는 길에 만나볼 수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다인데 유명해진 이유는 해송림과 일몰 덕분이다. 해남을 여행지로 선택했던 것도 맴섬의 일출보다 죽도와 증도가 함께 잡히는 송호해변의 일몰 때문이었다.

낙조야 어느 바다든지 아름답기 마련이지만, 송호해변은 해 밑 부분이 바다에 비쳐서 잔영이 남는 오메가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죽도와 증도 사이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너라도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삼대가 덕을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풍경을 눈에 담으려면 날씨의 운도 따라줘야 하니까. 다시 찾으려면 큰 결심이 필요한 곳이기에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 기다리다가 해남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송호해변은 시간대를 잘 맞추면 신비의 바닷길을 볼 수 있다.

해남에 가는 ‘맛’

들어는 봤나 닭코스 요리 진솔통닭

닭이야 어느 지역에서 먹어도 맛있을 테지만, 좀 더 색다른 닭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해남으로 가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추천한 집으로 닭코스 요리가 일품이다. 구이, 주물럭, 닭 회, 백숙, 닭죽까지 코스별로 나온다. 그러니 초반에 달리지 말고 천천히 즐기며 음식을 맛볼 것.

  •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262

고구마의 성지에서 찾은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해남 고구마가 맛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크기도 크고 두툼하고 맛이 좋아 전국에서 해남고구마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할 정도. 그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 모양을 한 빵을 파는 곳이다. 빵이라고는 하지만 쫀득한 식감이 고구마 떡 같다.

  •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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