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ep. Oct Vol.119
구독하기하동의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섬진강 줄기 따라 이어지는 화개장터부터 탁 트인 뷰를 자랑하는 최참판댁은 들르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하동은 지금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동의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섬진강 줄기 따라 이어지는 화개장터부터 탁 트인 뷰를 자랑하는 최참판댁은 들르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하동은 지금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배달성전삼성궁 가는 길에는 돌담이 많다.
사람들에게 ‘하동’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으면, 아마도 ‘꽃놀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남쪽에 위치한 덕분에 매해 봄이면 꽃놀이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동십리벚꽃길’이라는 벚꽃 명소가 있어 추측을 합리적이게 한다.
하지만 으레 아는 명소보다는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 아니던가. 우연히 본 사진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신비로워 하동에서의 처음을 배달성전삼성궁으로 시작했다.
지리산 높은 곳까지 한참을 오르니 모습을 드러낸 배달성전삼성궁. 이름부터 모습까지 신비롭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민족 고유의 예와 도를 행해 오던 이곳은, 우리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고자 연마하는 배달의 성전이었기 때문이다.
하동 출신인 강민주(한풀선사)가 1983년 고조선 시대에 천신의 제사를 지내던 소도(蘇塗)를 복원해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셨다. 그 후 1984년 이름을 삼성궁으로 바꾸고 화전민이 버리고 떠난 폐허 속의 원시림을 가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울타리를 만들어 행인의 출입을 막고, 굴러다니는 돌을 모아 연못을 판 것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라고.
사진 속에서 본 유명한 삼성궁의 일부 모습에 돌아보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초입부터 다 둘러보기까지는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면적만 4만 3967㎡ 이니, 가려거든 시간을 넉넉히 잡고 움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편한 신발은 필수다. 험한 길은 아니지만 약간의 산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달성전삼성궁의 전경
유명한 차밭이라고 하면 전남 보성과 제주도가 다였던지라, 하동이 차(茶)가 유명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알고 보니 하동군의 주요 차 재배지역은 섬진강과 화개천에 연접해 있어 안개가 많고 다습해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단다.
땅 역시 수분이 충분하고 자갈이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하동군은 2003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지정하는 지리적 표시제에 ‘하동녹차’를 등록했다.
이런 하동에서 가장 유명한 차밭은 어딜까 알아보다가 도심다원이 마음에 들어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무수한 ‘다원’을 봤지만 그래도 인기가 있는 곳은 무엇인가 특별한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도착한 도심다원.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 차밭과 바로 아래에 자리한 도심다원 카페에서 다기에 차를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계단식으로 산을 뒤덮은 차밭 중간에는 조그마한 쉼터가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포토존으로도 유명해 예약하는 사람이 많다고. 예약을 못해 쉼터는 이용할 수 없었지만, 아래 도심다원 카페 뷰가 워낙 좋아 큰 아쉬움은 없었다.
도심다원에서 내려다본 풍경
도심다원의 초록색 찻잎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평사리 최참판댁은 하동에 왔다면, 꼭 들르는 관광 코스 중 하나다. 최참판댁이 유명해진 데는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와 드라마 <토지>의 역할이 크다.
하동에 자리한 최참판댁이 그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공 서희와 길상의 어린 시절 배경이 되는 곳. 시작은 <토지>였지만,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으로 이용되면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넓은 마당에 사랑채, 안채, 별당 등 조선시대 양반가를 그대로 재현해 두었는데 별당 앞에 자리한 연못에서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둘러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지만, 섬진강과 평사리 마을의 평야 모습이 아름다워 오래 머무르고 싶어진다. 특히 마당에 서면 보이는 ‘평사리부부소나무’는 최참판댁의 또 다른 볼거리. 가을이면 벼가 익어 황금빛으로 변하는 드넓은 들판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고. 가을의 평사리부부소나무는 워낙 유명해서 사진 좀 찍는 사람들이라면 꼭 담아간다고 하니, 가을의 절정에 다시 한번 평사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최참판댁은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참판댁 앞마당에서는 평사리부부소나무를 볼 수 있다.
배달성전삼성궁에서 2분가량 차를 타고 내려오면 보이는 곳이다. 산채비빔밥은 이곳의 베스트 메뉴. 신선한 나물을 넣고 한 입하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파전, 백숙도 맛이 좋아 지리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이곳 역시 자주 찾는다고.
차의 고장 하동에 왔다면 꼭 마셔야할 차 한 잔. 기왕이면 도심다원에서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우전, 세작, 잭살 세 종류의 차를 파는데, 머물다 가는 사람들은 다기에 정성스레 차를 내려서 마실 수 있다. 느긋하게 차를 내려서 자연을 바라보며 여유를 갖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