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ep. Oct Vol.119
구독하기코끝에 훅 들어오는 바다 냄새가 정겹다.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어선들 주위로 갈매기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어물전에는 갓 잡아 올린 날것들이 파닥거린다. 깎아 지르는 비탈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골목 담벼락에 적혀 있는 감성문구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9월의 어느 날, 바다를 품고 있는 감성마을을 찾았다. 삼척빛드림본부에서 30여 분의 거리에 있는 삼척 정라동이다.
삼척 정라동
Write. 박영화 Photograph. 이정수
Video. 고인순 Illust. 청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코끝에 훅 들어오는 바다 냄새가 정겹다.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어선들 주위로 갈매기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어물전에는 갓 잡아 올린 날것들이 파닥거린다. 깎아 지르는 비탈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골목 담벼락에 적혀 있는 감성문구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9월의 어느 날, 바다를 품고 있는 감성마을을 찾았다. 삼척빛드림본부에서 30여 분의 거리에 있는 삼척 정라동이다.
꼬불꼬불한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삼척이 거느린 항구들을 줄줄이 만나게 된다. 해안을 벗하는 7번 국도는 그 유명한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못지않은 풍경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그중에서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에 있는 삼척항을 찾았다.
삼척항의 정식 명칭은 ‘정라항’. 항구와 어판장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보니 청정 앞바다가 그대로 수족관이고,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곳이다. 대게부터 오징어, 가자미, 우럭, 광어, 전복, 해삼, 성게 등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오징어도 찍어봐!” 항구 앞 즐비한 어물전에서 활어를 향해 카메라를 누르자 오징어를 줄에 걸고 있던 아주머니가 취재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추석 명절에 쓰기 위해 오징어를 말리는 중이라고 하면서 낯선 이의 방문을 반겨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삼척항 대게거리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산해졌단다.
도마를 꽉 채울 만큼 큰 곰치를 빠르게 손질하시는 아주머니의 솜씨에 감탄하고 있는데, 갈매기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른 새벽 만선을 품고 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회항하며 갈매기 떼를 몰고 들어온 것. 어부들은 그물에서 생선들을 쏟아냈고, 갈매기 소리에 맞춰 생선들이 펄떡거렸다. 주황빛의 대게까지 우르르 쏟아지고 나니 고요하던 정라동이 다시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나는 듯 했다.
삼척항을 지진해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항구에 거대한 수문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오징어를 말리는 손길이 분주하다.
하얀 물쌀을 일으키며 회항하는 어선
나릿골감성마을 입구의 고래 조형물
삼척항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나릿골감성마을. 마치 포구를 감싸듯 언덕배기에 동그랗게 자리한 달동네다. 마을 여행의 기점이 되는 곳은 나릿골말랑이수퍼인데, 수퍼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면 나릿골감성마을이고 오른쪽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면 정라항그리go작은미술관이 나온다. 사실 어딜 먼저 구경하느냐의 차이일 뿐 두 장소는 이어져있다.
마을길은 초입부터 언덕 끝까지 갈 지(之)자로, 경사가 30도는 돼 보였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집 앞길이 한 걸음 내외로 폭이 아주 좁고 앞집 옥상이 우리 집 마당이 되는 모양새다. 집과 길은 좁지만 앞집은 뒷집 시야를 가리지 않으니 어느 집에서든 삼척항이 내려다보이는 구조다. 오르는 길이 녹록지 않지만 볼거리로 가득한 매력적인 마을이다. 2016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빛바랜 마을 미관을 바꾸기 위해 페인트칠을 하고, 빈집은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미술관으로 조성했단다.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정라항그리go작은미술관이다. 미술교육과 작가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방문객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작품이 전시되지 않아 건물만 구경할 수 있었다.
정라항그리go작은미술관에서 바라본 삼척항
정라동은 집들이 언덕으로 이어지는 산동네 어촌마을이다.
미로처럼 이어진 정라동 나릿골감성마을
삼척항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데는 이곳에 대게거리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척항은 삼척 지역 어업의 전진기지로,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점과 건어물 상가들이 많다. 특히 이곳의 대게는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이는 역사적으로도 알려진 사실이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한 강릉 출신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삼척의 명물 대게를 ‘해(蟹:게)는 삼척에서 나는 것이 크기가 강아지만하여 그 다리가 큰 대나무만 하다. 맛이 달고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기록해 놨다. 여기서 대게의 명산지가 삼척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라동은 어촌마을의 정겨움을 간직하면서도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4.6km 구간에 새천년도로가 완공되었다. 새천년이 시작되는 시점에 완공되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도로 전 구간이 바다와 맞닿아 당장이라도 파도가 튀어오를 것 같은 절개지를 따라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해안을 조망하는 드라이브 코스로는 이만한 곳이 흔치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쪽빛 바다의 풍광이 보고 싶다면, 감탄사가 쏟아질 만큼 맛있는 대게와 싱싱한 해산물의 맛을 원한다면 정라동으로 향하면 된다.
나릿골감성마을의 정상. 완연한 가을에는 핑크뮬리로 가득한 분홍빛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정미로처럼 이어진 정라동 나릿골감성마을
강원 삼척시 새천년도로5길 31
펜션을 소개해주세요. 저희 펜션은 앞에는 확 트인 항구가 보이고, 뒤에는 산이 있어서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요. 넓은 정원도 있고 산책로도 있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펜션입니다. 펜션을 시작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이곳은 제가 자란 집이었어요.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든 곳에 장미를 심고, 예쁜 나무를 심으면서 정원이 완성되었는데요. 정원도 예쁘고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룬 이곳의 아름다움을 저만 보기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3년 전쯤 펜션을 지었습니다. 정라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라동은 어부들이 산을 깎아 지은 마을이어서 따로 길이 있지 않고 내 집을 가려면 남의 집 마당을 지나서 가야할 정도로 따닥따닥 붙은 산동네입니다. 정겨움도 느껴지고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도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강원 삼척시 나리골길 37-14
카페를 소개해주세요. 정라동에 나리꽃이라는 꽃밭이 있었대요. 이 동네의 추억을 카페에 담고 싶어서 ‘나리꽃담장’으로 짓게 되었어요. 대표 메뉴는 뭔가요? 기본적으로 커피 종류는 다 준비되어 있고요. 특히 애플민트차나 유자민트차가 인기가 많아요.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쌍화차나 대추차 등 건강차도 준비되어 있어요.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대게빵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답니다. 정라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라동이 제 고향인데요. 공기도 좋고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살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바람은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축제가 취소되고 관광객 수도 줄어서 어르신들이 많이 힘드세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강원 삼척시 새천년도로 38
식당을 소개해주세요. 삼척에서 대게궁이라는 간판을 걸고 식당을 운영 중인데요.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한 만큼 손님들이 인정해주시고 계속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 메뉴는 무엇인가요? 대게와 회를 위주로 하고 있는데요. 직접 조업해서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습니다. 반찬도 다양합니다. 정라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라동은 공기도 좋고 바다와 산도 있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입니다. 이곳 상인들 대부분 이곳이 고향이세요. 인심도 좋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은요? 코로나19로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상황이 진전되어서 국민들이 삼척을 많이 찾고,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원 삼척시 새천년도로 85
식당을 소개해주세요. 삼척항에서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접 덕장 운영을 통해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입니다.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합니다. 대표 상품은 무엇인가요? 오징어, 황태, 노가리, 한치 등 각종 건어물과 미역, 김, 젓갈류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라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라동은 제 고향입니다. 일흔이 될 때까지 살 정도로 이곳이 좋습니다. 살기 정말 좋아요. 덕풍계곡 등 알려지지 않은 명소도 많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은요? 예전에는 어촌일 뿐이었는데, 요즘은 관광객들이 오셔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많이들 오셔서 먹고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