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재미드림 여기 빛드림

걷기로 채워지는 몸과 마음의 행복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올레길 9코스 & 남제주 나누리파크

글. 한율   사진. 정우철   영상. 박윤후,최의인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게 시간이고, 계절이다. 매해 변함없이 찾아오는 봄일지라도 지난봄과 올봄은 또 다르다. 우리 마음이 그렇다. 봄에는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 올레길이라면… 더없이 황홀하고 더없이 눈부시다.

대평포구에서 박수기정을 만나다

올레길 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시작된다. 작고 아담하고 조용한 포구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고 잔잔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대평포구가 자리한 대평리는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넓은 지대다. 그래서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난드르’라고도 불린다. ‘난드르’는 ‘넓은 돌’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대평포구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병풍 모양의 주상절리 ‘박수기정’이다. 박수는 ‘샘물’을, 기정은 ‘절벽’을 뜻한다. 즉,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뜻이다. 박수기정의 절경을 감상할 방법 중 하나는 대평포구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인근에는 박수기정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들이 즐비해서 차 한 잔과 함께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만약 박수기정의 기암괴석과 신기하게 나뉜 단층면까지 보고 싶다면 해안가를 걸어 절벽 가까이 가면 된다(해안가에서 해산물을 손질하던 할머니께서 가까이 가서 보라고 알려주셨다).

편평한 돌들 사이를 건너 해안가 끝자락에 당도하니 박수기정의 웅장한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절벽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어우러진 풍광은 멋스럽고 신비하다.

해안가를 나와 박수기정으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섰다. 올레길 9코스다. 좁고 가파른 돌길이지만 작고 아담한 숲길이 내내 펼쳐져 있어서 걷기 즐겁다. 올레길 9코스 완주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숲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걸어볼 만하다. 자연 그대로의 숲길이 건네는 즐거움은 직접 오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싼 안덕계곡

올레길 9코스에는 기암절벽과 상록수림이 우거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안덕계곡이 있다. 귀양 온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조선 후기 선비들이 즐겨 찾아 글을 읽고 시를 읊었다는 곳이다. 계곡 자체가 천연물 제377호로 지정되었다.

안덕계곡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과 평평한 암반, 나무 향기와 새소리, 물소리가 세상 시름을 잊게 한다. 참식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감탕나무 등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숲길을 통해 진한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안덕계곡은 화산섬인 제주의 계곡이라, 육지의 계곡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색다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유채꽃과 산방산의 절경을 한눈에!
남제주 나누리파크

총길이 11.8km의 올레길 9코스는 11km 지점에서 절정을 맞는다. 바로 남제주 나누리파크다. 제주의 봄은 단연 노랗게 펼쳐진 유채 꽃밭이기 때문이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마음도 가벼워진다. 걷느라 고단했던 몸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남제주 나누리파크는 남제주빛드림본부가 부지 일부를 개방하여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조성한 개방형 공원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공원을 찾는 모두가 추억을 쌓는 행복한 장소’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기까지는 사연이 있었다.

남제주 나누리파크가 조성된 구역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선사시대 마을은 해안과 인접해 있고, 가까운 곳에 물이 있으며, 점토층이 발달한 곳에 자리했다. 나누리파크 일대는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었다. 유적 조사 과정에서 많은 유물과 마을 형성 주거지가 발견되었다. 문화재청은 발전소 확장 예정 부지 전부를 유적지로 지정할 것을 검토했으나 발전소를 짓지 않을 경우 제주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국남부발전은 2008년에 발굴 유적 일부를 이전 복원한 화순리 선사마을 유적공원을 조성하여 제주도에 기부채납했고, 발전소 확장 예정 부지 일부를 문화재보존지역으로 지정해 2021년까지 보존해 왔다. 이후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2022년 나누리파크를 조성했다.

약 16,529m2(5,000평) 규모의 남제주 나누리파크는 유채 꽃밭과 멀리 내다보이는 산방산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자연을 벗 삼아 천천히 걷기에 좋고 벤치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따금 부는 바람을 따라 유채꽃이 춤을 출 때마다 이런 호사가 또 있나 싶을 정도다. 활짝 피어난 유채꽃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으므로 감성 가득한 추억도 간직할 수 있으리라.

남제주 나누리파크는 유채꽃과 더불어 보라, 노랑, 주황빛 색색의 화려함을 더할 버들마편초와 억새, 메리골드 등을 심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공원 내 작은 언덕들은 제주 오름을 상징한다. 가을과 겨울, 남제주 나누리파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노을이 질 무렵 찾는 것이다. 산방산 쪽으로 기우는 해와 하늘을 가득 물들인 노을빛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남제주 나누리파크에서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면, 이제 화순금모래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데크를 따라 올레길 9코스 마지막 목적지로 향할 차례다.

올레길 9코스의 끝,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올레길 9코스 종점은 용천수와 바닷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에 자리한 화순금모래해변이다. 항구로 둘러싸인 아담한 해변이기에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뒤로는 산방산이 자리하고 있어 정취가 가득하고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부드러운 모래와 푸른 바다가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면서 올레길 9코스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이곳에는 제주올레 9코스 종점이자 10코스 시작 안내소가 있다.

Mini Interview

안효민 프로

“지역민과 여행객의 휴식처 같은 공간으로!”

남제주 나누리파크는 마을과 발전소의 연결고리이자 여행객들의 편안한 휴식처입니다. 지난해 준공을 했기 때문에 점차 더 멋진 곳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노을을 감상하기에도 더없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김선일 프로

“남제주 나누리파크, 올레길 9코스의 꽃이 되길!”

올레길 9코스는 비교적 도로가 많은 편입니다. 남제주 나누리파크가 들어서면서 올레길 9코스의 아름다움이 배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시사철 피고 지는 꽃들과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풍광이 행복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소라 프로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곳”

점심을 먹고 남제주 나누리파크를 산책하다 보면 이곳을 방문한 지역민이나 여행객들을 만나는데요. 얼굴에는 웃음꽃이 한가득이에요. 남제주 나누리파크가 많은 분에게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TIP

올레길 9코스는!!

루트

대평포구 – 군산오름정상부 – 안덕계곡 – 창고천다리 - 남제주 나누리파크 –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고 하는 정상의 뿔바위 ‘군산’,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안덕계곡’의 숨은 비경,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과 산방산을 품은 ‘남제주 나누리파크’,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화순금모래해변’이 올레길 9코스 11.8km를 이룬다. 다른 코스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박수기정과 월라봉이 있어 쉽지 않은 코스다. 하지만 가는 내내 산방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고 남제주 나누리파크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으니 즐거운 걷기가 가능하다. 종점 인근까지 인가와 가게가 없으니 간단한 요깃거리는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