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임경 사진. 이승헌
70만 평의 대지 위에 자리 잡은 삼척빛드림본부. 매일 이곳 정문을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은 1,000여 명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이곳에 출입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안전할 수 있도록 앞,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안전 파수꾼 안전재난부 직원들이다.
“작업장에는 무수히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안전하도록 지도하고, 교육하고, 잘못된 행동은 개선시키는 것이 안전재난부 15명의 역할입니다. 지금, 이 시간도 건물 밖 소방 안전 체험장에서는 소방 교육이 진행 중이고요.”
백만 번 아니 천만 번 강조해도 모자란 것이 안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안전재난부 직원들. 수장 이환길 프로는 최근 안전재난부가 소방 안전 체험장을 마련해 5월 15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방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척빛드림본부 직원부터 시작된 교육은 협력사, 주변 유관기관, 학교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모든 산업 현장에서 불은 위험 요소지만, 휘발분이 40%가 넘는 석탄을 활용하는 삼척빛드림본부에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환길 프로의 설명이다.
안전이라는 것은 관리자가 아무리 강조해도 현장에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 때문에 안전재난부 구성원들은 늘 ‘어떻게 하면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안전 규칙을 잘 수용하고 지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들의 고민의 흔적은 건물 복도 곳곳에 붙어 있는 안전 포스터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흔히 보아온 안전 포스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슈퍼맨이라는 영웅을 통해 ‘안전을 지키는 당신이 우리들의 영웅입니다’라고 말하는 안전 포스터는 감각적이면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할까.
“안전 규칙을 지키라는 백 마디 말보다 근로자 스스로가 마음을 움직여 안전 의식을 갖추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죠. 그 때문에 저희는 안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통제가 아닌 근로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자발적 안전 문화 정착을 유도하는 감성 안전을 추구합니다. 감성적으로 접근한 포스터나 현수막 또한 이러한 활동의 일환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수건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감성 안전도 중요하지만, 직접 제재해야 하는 상황일 때는 단호히 나설 수밖에 없어 안전재난부 구성원들은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역할을 하게 된단다. 하지만 이들은 안전과 관련한 상황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안전 관리 업무는 곧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라는 이환길 프로의 설명이 이어졌다.
“안전재난부 구성원들은 안전에 관한 소신을 갖지 않으면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1,000여 명의 사람들을 안전하게 잘 이끌어가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모범을 보이며 리더십 있게 행동하도록 노력합니다.”
안전재난부는 체육인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많은 구성원이 운동을 좋아한다. 주짓수부터 수영, 테니스, 헬스 등 즐기는 운동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주짓수 블루 벨트인 공태용 프로는 부서 동료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3개월간 주 4일씩 사내 헬스장에 함께 가기로 했어요.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도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다. 김상규 프로는 옆에 앉은 박진영 프로와 바다 수영대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를 앞둔 김상규 프로가 자녀 또래의 후배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만 봐도 친분의 밀도를 짐작하게 했다.
“안전재난부는 세대 간 벽이 낮은 부서입니다. 가능하면 나이 어린 친구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해요. 배워야 할 것도 많고요. 아무래도 나이 들수록 어떤 사안에 멈칫하게 되는데 이들은 거침이 없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배워야 하죠”라는 김상규 프로다. 이동규 프로 또한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직원들 의견에 귀 기울이고, 반영하려는 상사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공태용 프로는 “일로도 생활면에서도 선배님들이신데 업무며 인생이며 넌지시 조언을 해주시니 늘 든든합니다. 다만 예전에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는 축복만 해주셨는데 최근 다른 동료가 청첩장을 돌리니 결혼을 말리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왜 이런 조언을 안 해주셨는지…”라고 말하자 모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좋은 사람들만 모인 곳이 안전재난부다’라는 박강희 프로의 말 한마디는 짧지만, 많은 것을 함축한 듯했다. 안전재난부를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이환길 프로는 최근 아들이 공기업에 입사하면서 아들 또래의 직원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며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들은 물론 삼척빛드림본부에 오가는 모든 이들의 삶, 행복과 직결된 안전을 관리하는 만큼 이들의 마음가짐은 늘 단단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환길 프로에게 안전재난부의 궁극적 목표를 물었다.
“삼척빛드림본부 누구나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나아가 현장에서 움직이는 모든 이가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물론 안전 문화라는 것은 제도, 업무 규정, 절차, 안전을 받아들이는 작업자 마인드 등이 쌓여야 하지만, 그날이 오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일할 때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