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스타트!

우리는 어디서든,
언제나 자라납니다

Write. 강초희 Photograph. 이승헌

농사의 필수조건이 있다. 땅, 빛, 물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 필수조건을 바꿔놓았다. 사회적기업 ‘매일매일 즐거워’ 황태연 이사장은 땅 없이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다. 그에게 필요한 건 땅이 아니라 공간이다. 어디서든 자라는 스마트팜처럼 어디서든 자라는 이들의 웃음을 키우는 매일매일 즐거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사명이 독특합니다. ‘매일매일 즐거워’로 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저희 사명에 대해 특이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실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참여했을 적 팀 이름이 ‘오늘 하나 내일 둘’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팀원분께서 “꼭 오늘내일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때문에 당장 팀명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에 있는 친구들이 사회생활에 합격하면 무언의 시선들을 많이 겪잖아요? 그 시선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건강한 마음에서 나오고요. 그래서 매일매일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팀명을 ‘매일매일 즐거워’로 바꿨고, 이후 사명이 되었습니다.

Q. 매일매일 즐거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비장애와 장애 사이에 있는 느린 학습자를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스마트팜 기술을 기반으로 재배한 농산물이나, 샐러드, 샌드위치를 교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죠. 나아가 정기 구독 서비스나 배달 서비스도 주 사업모델로 하고 있고요. 실제로 느린 학습자에 대한 고용을 위해 시작된 기업이라 여기에 초점이 다 맞춰져 있습니다. 직무나 공정도 이 친구들이 홀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저희나 스마트팜 설비는 보조 역할을 할 뿐입니다. 현재 교통망으로는 부산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점과 거제해맞이역에 스마트팜 작물 시설과 샐러드바, 샌드위치 가게가 위치해 있고요. 앞으로 KTX 역까지 확장해서 신선한 농산물을 도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스마트팜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제 아들이 자폐 진단을 받고 소통이 어려운 친구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쯤인가요, 아들이 어딘가 이상하더라고요. 한번은 귓가에 대고 ‘악’ 소리를 질러 보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전까지 늦된다고 생각만 했지,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검사를 받아보니 자폐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엔 말도 못할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한국말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어, 일본어도 잘하고요, 그림도 굉장히 잘 그립니다. 이렇듯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라는 울타리에 가둬놓고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죠. 이 친구들에게 한 가지 단점이라면 ‘소통’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소통 역시 속도의 문제일 뿐 큰 장애가 되지 않죠. 아들이 발전을 하면서,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위치한 경계에 있는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고, 직업 창출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지역의 봉사자들과 장애 아동들과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요. 한 번에 아이들이 70~80명씩 오고는 했죠. 인원이 많다 보니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때마침 직업 창출의 결론과 맞물리면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버섯 농장을 위탁받았는데요. 버섯 농장을 하니까 친구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나 하던 중에 스마트팜이 눈에 들어왔죠.

Q. 스마트팜의 정확한 개념이 무엇인가요?

외부 환경하고 상관없이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남극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죠. IoT 등의 첨단과학 기술이 필요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온도나 습도, 이산화탄소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식물을 재배할 예정인데요. 자본이 많이 들지만 기후문제가 점점 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재해 문제 역시 전 세계 사람들이 더욱더 주목하면서 스마트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스마트팜 업계에서는 농장 재배부터 판매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 업계는 스마트팜 기술을 가지고 시공을 하거나 농장을 하나 샘플로 갖고 있거나 유통을 하거나, 혹은 유통을 하다가 시공을 흡수한 경우가 주를 이루는데요. 저희처럼 시공하고 농산물을 유통하면서 샐러드, 샌드위치처럼 가공 식품 판매까지 하고 있는 데는 찾기 어렵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저희의 강점이자 차별점이죠. 그리고 우리의 기술력이고요. 최근에는 ‘아쿠아포닉’라고 물고기로 농장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을 시공했는데요. 다양한 사업모델을 확장해서 건실한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Q.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해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코로나19가 왔을 무렵인 2019년입니다. 그 즈음 저희 매출이 없었어요. 당시 저희가 스마트팜보다는 경계에 선 친구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위주로 운영했습니다. 스마트팜 진로체험 교육사업을 막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아시다시피 프로그램이 전부 취소가 되었습니다. 정말 막막했죠. 코로나19가 저 포함해서 많은 분들을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부산에서 교통망을 통해 스마트팜을 선보이고, 샐러드를 재배하면서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 주셨고, 우리 청년직원들도 스스로의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제 부산을 넘어서 한국, 그리고 전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분야가 탄소 포집 기술인데요. 특허출원을 마쳤고, 이러한 지속가능한 혁신기술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고 좀 더 전투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도심 교통망을 통해 샐러드와 샘드위치를 신선하게 제공하는 샐러드체인들을 하나하나 늘려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그 체인점에 저희 친구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게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고요. 그렇게 경계에 선 친구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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