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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 가수가 된다면?’이라는 주제에 맞는 인터뷰 대상으로 <내일은 국민가수>(TV조선)의 우승자만큼 적격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만나본 박창근은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과 어쩌면 가장 먼 사람같이 느껴졌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가는 박창근의 여정을 엿봤다.
5월에 전국 투어 콘서트 ‘박창근 장르’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공연일까요?
서울(5월 11, 12일)과 전주(5월 25일)로 시작해 인천, 경기권 등 순회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에요. 본격적인 공연 연습 이전부터도 준비할 게 많아서 고민 중입니다. 어떤 콘셉트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제 공연이니 제가 직접 아주 예민하고 세심하게 하나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현재 저희 공연제작팀 모두는 지역마다 다른 컨디션의 공연장을 어떻게 잘 꾸려서 팬들을 만날지 상의 중에 있고요.
늘 해오는 공연이지만 그 공연의 주제가 되고 주연이 되는 아티스트는 매번 이런 고민을 하게 돼요. 나라는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정서는 박창근에게서만 느낄 수 있어’ 하게 하는 것들이 뭔지 말이에요. 이런 고민은 오래전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저에게서 특별한 감동을 느껴주신 분들이 팬이 되어주시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서를 감히 장르라고 표현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죠. 팬과 아티스트가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시킨 ‘박창근 장르’가 되는 셈입니다.
한마디로 ‘박창근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공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공연 퇴근길에 관객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주는 영상을 봤어요.
팬 분들이 저로 인해 감동과 기쁨을 느끼신다는 게 참 감사해요. 그래서 그렇게 인사를 드리죠. 너무 길지 않게 영상을 편집해 올리게 되다 보니 가끔 ‘왜 내 얼굴은 없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앞으로는 영상이 30분 되든 1시간이 되든 다 찍어서 올리라고 전달해야 될까봐요. 아니면 올리지 말라고 하던가. 누군가가 불편하거나 불만이 있는 게 마음이 안 좋거든요. 저는 제가 불행해도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욕심인 줄은 알고요. 사람은 자신의 성격, 성향에 따라 가수를 이해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것이 본인의 행복지수에 영향을 끼치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 같아요.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우승하시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셨죠. 출연을 상당히 고사하셨다고 들었어요. 본인에게 도전 같은 거였나요?
저는 경연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해서 가슴 졸이는 상황들, 그런 게 저는 불편했어요. 누가 평가를 하고 누가 평가 받아야 되는 걸까요? 창작자는 정답이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리고 또 하나 웃자고 말씀드리면 저는 그런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낼 유형의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했었죠.(웃음)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출연을 결심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작가님이 방송을 만드는 데 있어 참 최적화된 인재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저라는 아웃사이더였던 사람을 모두가 주목하는 경연 프로그램에 올려놨더니 우승이라는 아주 뜻밖의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그래서 이것으로 뭔가 새로운 물결이랄까,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현재도 방송들이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요즘 젊은 층 사이에 밴드 음악이 다시 뜨는 경향도 보이잖아요.
조금 뜹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근데 더 좋을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내일은 국민가수> 경연 제일 마지막 곡으로 자작곡 ‘엄마’를 불렀는데요. 작가님이랑 어떤 노래를 할까 의견을 나누던 과정에서 자작곡 얘기가 나온 거거든요. 그게 경연 프로그램 마지막에 나올 만한 선택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방송을 만드시는 분들의 일반적이지 않은 촉이라든가 어떤 도움 같은 게 있어서 좀 더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지금보다 더 멋진 무대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시너지를 내서 특별한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음악 외에 그림에도 취미가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재능은 어디로부터 온 걸까요?
어릴 적 외할머니나 어머니께서 속옷을 사오시면 새 옷을 받치고 있던 그 빳빳한 종이 있죠? 그게 최고의 선물이었어요. 유년 시절부터 어디든 그릴 수 있는 공간만 생기면 동생과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요. 막내 외삼촌이 그림을 잘 그리시는데 그 피도 좀 이어받았나 생각해보기도 했죠. 그리고 친할아버지 형제분 중에 노래와 시를 즐기셨던 어른이 한 분 계셨다는데요. 아마 그 피도 이어받지 않았을까요?
다른 인터뷰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처럼 성실하게 공연과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셨더라고요.
저에게 무대는 가장 솔직한 공간이 돼요. 긴장도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저의 삶의 공간인 듯해요. 일이기도 하면서 놀이터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 되기도 해요. 삶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의 출근지와 비슷하지 않나요? 저에게도 공연장은 그러한 공간일 것이다 라는 뜻으로 말씀드린 거예요. 창작자는 게을러야 하고, 자유로움이 필수다. 하지만 무대로의 출퇴근은 성실하게, 최선으로 임한다! 이렇게 저의 바람을 정의해봅니다. 다만 다른 직장인 분들처럼 근래 들어서는 노래방을 자주 가진 못 했네요.(웃음)
직업인으로서 가수이지만, 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 거군요.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의미일까요?
지금 제가 곧 무대에 오르는 상황이라고 가정합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노래를 마치고 무얼 먹으러 갈까?’가 머릿속에 없어야 해요. 이해가 되시나요? 지금 나에게 노래하는 일, 즉 현재만 존재하고 그 일이 끝난 뒤 더 좋은 무언가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이건 분명 일이지만 일을 넘어선 그 무엇,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상태 그 자체인 거죠. 그래서 저의 일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냐’ 그 자체가 없는 논리가 됩니다.
만약 예술직을 하시는 누군가가 그 직업 이외에 다른 것도 겸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말 뛰어난 사람인 거고요. 적어도 저보다는요. 저에게 예술 창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고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음악 외에 다른 게 가능한가 싶은 거죠. 이걸 하나의 직업(job)으로만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굉장한 사람인 것 같아요. 음 그런데 창작활동에 더 도움 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면 투잡도 가능할 거예요. 뭐가 있을까요?
예술을 위해서는 여러 대상으로부터 영감도 받아야 하잖아요.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지금 이렇게 대화하면서도 여러 가지를 느껴요. 영감을 위해 뭔가를 한다기보다 늘 마음을 열어두고 있는 거죠. 지난 3월까지도 콘서트를 했고 많은 무대에 서고 있지만 절대 만만해질 수 없어요. 며칠만 쉬어도 어려워요. 예전에 방송에서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의 대가가 나온 걸 본 적이 있는데, 연습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하는 말이 본격적 연습 전 손가락 푸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린대요. 그렇게 경지에 오른 분이라면 기타 탁 잡는 순간 곡이 술술 나올 것 같지만 아닌 거죠. 근데 저는 그분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잖아요. 음악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가 툭 나와서 ‘저 가수입니다’하는 게 저는 부끄럽거든요.
그렇게 노력하고 고민해서 박창근이 자기 음악 안에 담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고뇌하면서 살 수밖에 없지 않아요?”예요. 제 노래들은 다 물음이에요. 우리는 어떤 일에 답을 낼 수 없는 존재니까요. 그 부족함 자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물어보자. 그게 위로가 될 수 있다…. 누군가가 아플 때 아프지 말라고 말한다고 치유되는 게 아니잖아요. 같이 아파야 치유될 때가 있잖아요.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죠. 어떻게 하면 덜 아픈지 답은 저도 모르거든요.
평가에 연연하는 분은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가 좋은 평을 해줄 때는 어떤 기분이신가요?
제 음악은 대중매체 어디서 늘 들어오던 익숙함과는 좀 다르게 느끼실 거예요. 저는 유행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인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로서의 가치를 전하는 일에 더 치중해왔고요. 그런데 이 대중 시장에서 그러한 좀 다른 특별함을 알아주시고 팬이 되어주시는 모습은 저에게 큰 감동이었죠. 그분들께 좋은 평을 들을 때는 단순히 ‘내가 잘하는구나’ 이런 감정이 아니죠. ‘함께 공감해주시는구나’ 하는 좀 더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되죠.
사실 <내일은 국민가수> 이후로 좀 더 대중적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이따금 들었는데 그들에게 저는 어쩌면 반대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할 거예요. 저는 제가 대중적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뿐이에요. 지금의 방송들이 저라는 한 사람의 대중에게는 그렇게 인기가 없는 것처럼요. 저 같은 아티스트도 존재하고, 이런 다양성이 필요하다 뭐 그런 거라고 봐요. 근데 이러한 선택들이 가능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길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해요. 저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요. 이곳에서 나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거나 이제 더 이상 음악인으로서 존재가치가 떨어진다면 과감하게 때려치우는 거죠!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역설적이게도,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이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 가수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하하. 그저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유명한 가수를 국민 가수라고 칭할 것이냐 아니면 어떤 한 사람이라도 그 가수의 노래를 듣고 그에게 다시없는, 다시없을 가수로 존재하게 되는 것, 그걸 바로 국민에게 감동을 준 국민 가수로 명할 것이냐의 차이 아닐까요? 사실 국민 가수라는 말을 어떻게 붙이고 사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네요.
<내일은 국민가수>로 한정시켜 보자면 저에게 표를 주신 분 중에는 그냥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제 무대를 보신 분들이 많아요. 평소에는 TV를 안 보셨다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우연이란 게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나 싶죠. 참 특별한 일이면서도 큰 행운이죠. 지금 후속으로 만들어지는 경연방송 내지는 음악방송의 내용과 스타일을 보게 되면 아마 다시는 <내일은 국민가수>나 <바람의 남자들> 같은 프로그램은 안 만들어질 것 같네요.(웃음)
누군가를 국민 가수라 부를 수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특별함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중에서도 선한 영향력이 있을 텐데요. 팬분들이 박창근 씨를 따라 봉사활동도 많이 하신다고요?
오히려 저보다 팬분들이 더 많이 움직여주시고 계세요. 제가 지금보다 더 많이 유명하지 않아서 그분들의 활동이 덜 알려진 게 죄송할 정도로요. 매주 지역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해변 정화 활동에도 열심이시고요. 반려 해변을 입양 받아서 정화하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계세요. 앞으로 저와 저희 회사는 이러한 여러 좋은 활동들을 함께 공유하고 같이 의미를 키워나가기 위한 콘텐츠를 더 많이 의논해 보려 합니다.
<코스포 패밀리(KOSPO Family)>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박창근을 계속 노래하게 하는 에너지,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동력은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죠. 창작을 하는 아티스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고요. 그리고, 무한동력이라고 하죠? 내가 에너지를 만들면 그게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거요. 음악을 만드는 게 너무 괴로울 때도 있는데 그러면서도 기타를 들고 뭔가를 만들어 내요. 그러면 그게 다시 나한테 에너지가 되어 돌아와요. 그 경험이 유지되면서 제가 계속 생존하는 거예요. 멈출 수 없는 거죠.
<코스포 패밀리(KOSPO Family)> 독자들을 비록한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 있으세요? ‘내가 봐도 이 무대에서 나 참 멋졌다’ 하는 것도 좋고요. 저는 최근 콘서트에서 부르신 ‘주라’ 무대가 좋던데요.
제 무대를 보면서는 ‘나 저 때 왜 저렇게 했지?’ 싶기만 해서요. 아이고, 제가 저한테 만족하면 제정신이 아닌 거죠. 그래도 좋아해 주시면 저도 좋아져요. 하하. 어쩌면 그 무대에서 입은 옷이 눈에 띄어서 많이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KOSPO 가족분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세요.
제가 자주 쓰는 말인데요. ‘그대는 늘 존재만으로도 빛납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친절하자는 의미예요.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세상살이를 견딘다는 게 쉽지 않아요. 부딪치고, 비교당하고, 괴롭죠. 그래서 스스로를 아껴주자는 거죠. 나를 인정하고 북돋아주자. KOSPO 가족분들도 늘 스스로를 아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