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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담은
예술의 서(書)

정진수 영상 감독

홍대 인디밴드들부터 혁오, 샤이니, 수지 등 K-Pop 최전선의 뮤직비디오를 비롯 <D.P.>, <악한영웅> 등의 오프닝 영상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망라하는 다양한 영상에 본인만의 시각을 풀어내는 영상 감독 정진수.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안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현재 LA에서 작업 중인 그를 인터뷰했다.

글 차예지(편집실) / 사진 공오 제공
  • 정진수 영상 감독
  • 좋아하는 것 따라가니 여기에
    • Q
    • 안녕하세요. 지금 일 때문에 LA에 계신다고요. 요즘 어떤 작업 중이신가요?

    반갑습니다! 지금은 다가오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함께하고 있는 스튜디오 공오(www.gong-o.com)의 도움으로 어디에 머무는지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고 있어요. 양쪽의 현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들을 함께 도모하고 있습니다.

    • Q
    • 예술학과를 거쳐 방송,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오다 뮤직비디오 제작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영상 감독의 길로 들어섰는데요. 그 많은 분야 중 왜 영상이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동원해 여러 분야를 조금씩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영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그 관심이 직접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게 만들었죠. 솔직하게는 그동안 거쳤던 여러 분야 중 자연스럽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야가 영상이라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다만 다른 분야도 여전히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지속하고 있습니다.

    Jinsoo Chung(VF.) / Director's showreel by GONG-O from GONG-O on Vimeo.

    정진수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을 모은 영상
    • Q
    • 그간 뮤직비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영화 관련 작업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셨습니다. 영상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장르마다 각각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장르에 따라 만드는 공식이 바뀌지만 담기는 그릇이 사각형의 프레임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음악가 또는 그 테마 자체가 주인공이 되고, 때로는 만들고자 하는 테마를 위해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광고는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전달을 고민할 수 있는 형식이고요.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습니다만 다른 것들이 픽션인 반면, 다큐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영화는 즐거운 촬영 현장을 같은 사람들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데요. 동시에 그런 작품의 제작을 현실화시키는 것 역시 쉽지 않죠. 또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주 긴 시간이 지난 뒤에도 꾸준히 사랑받잖아요.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이 가치 있게 보존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 정진수 영상 감독
  •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담으며
    • Q
    • 다양한 영상을 작업해 오셨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을까요? 반대로, 유난히 아쉬움이 남는 작업도 있을 것 같아요.

    <Something to Someone>이라고,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대화가 오가는 3~5분 길이의 비디오 5편이 묶인 시리즈가 있습니다. 영상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을 무렵,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항상 작은 비디오카메라로 제 여정과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담곤 했어요. 그 시기에 만든 영상들인데요. 이 비디오를 보신 분들이 제게 상업적인 영상의 제작을 의뢰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완성한다고 목표하고 있기에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작업은 없고요, 사실 저는 촬영 현장이 끝나는 것이 매번 아쉽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의 성취감이 작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Something to Someone - E.Memory(part.2) from VISUALSFROM. on Vimeo.

    정진수 감독의 <Something to Someone> 영상 시리즈
    • Q
    • 감독님께 영향을 미친 영화나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양한 예술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입니다. 미술 회화는 피에트 몬드리안, 호안 미로의 작품을 빠짐없이 찾아보려고 하고요. 클로드 모네는 말년에 녹내장에 걸려 실명해가면서도 그림을 그렸잖아요. 그 이야기 때문에 그림에 더 공감하면서 봅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자주 관람하려고 노력합니다. 직접 극장에서 본 작품들의 기억이 더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좋아합니다만 이제 극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 Q
    •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긴 호흡으로, 감정을 찬찬히 따라가는 콘텐츠를 선호하신다고요. 좋아하는 영화를 추천해주신다면요?

    그러한 빠른 콘텐츠를 반대한다기보다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들을 선호합니다.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너무나 취향을 타는 일이라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들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이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포레스트 검프> 같은 작품을 아직 본 적이 없는 경우라면 권해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현 세기의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 Q
    • 이번 호 <코스포 패밀리>의 주제는 ‘내 삶이 한 편의 영화가 된다면?’입니다. 감독님에게 본인의 철학이나 삶을 담아낸 것 같은 작품이 있었나요? 아니면, 이 작품 속 인물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여도 좋고요.

    삶을 담아낸 것 ‘같은’ 장르 중 하나로 시트콤이 있을 것 같아요. 시트콤은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유머 코드가 맞아떨어져야 더 즐겁다 보니 <IT 크라우드>나 <프렌즈>조차도 생활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아니러니한, 다소 매니악한 측면이 없잖아 있는데요. 그렇기에 시트콤을 감상하는 일이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한번은 친구에게 “인생을 <프렌즈>처럼 살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해당 작품을 오랜 시간 소비했던 저로서는 서운한 말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그 작품 속 일들이 내 주변에서 벌어진다면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나는 친구들과 연락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정진수 감독의 모습
  • 정진수 영상 감독
  • 조급하지 않게 찬찬히, 나의 길을 걷다
    • Q
    • 최근에는 ‘소라’ 같은 AI 영상 제작 서비스가 꽤 그럴듯해지고 있죠. 그렇지만 기술로 담아낼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프로그램을 자주 시도해 보고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저로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다만 작업을 준비할 때 상상이나 생각을 시각적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나누어야 할 때는 많은 도움이 되죠. 새로운 창작 도구가 생긴 만큼 여러 변화가 있겠지만 여전히 클래식 영화나 오페라, 연극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처럼 이러한 기술들이 예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확장의 기회가 되기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 Q
    • <코스포 패밀리(KOSPO Family)>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좋아서 하는 영상 작업이더라도, 지칠 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일을 지속하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내게 지속가능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행하며 사는 자체로 만족스러운가? 라는 고민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엔 그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일 때도 있을 거예요. 내면적인 이유든지 물질적인 이유든지요. 이 두 속성의 동기는 전혀 다르지만 결국 지향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지속하려면 그 일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야 해요. 그래야 계속할 원동력이 생기는 거죠.

    • Q
    •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도 여러 번 하셨죠. 그 꿈은 여전한가요? 그 꿈을 위해 여전히 달려가고 계신가요?

    한때는 그 꿈을 이룰 시점을 생각하면 초조해지던 때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냥 영화를 생각하는 이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영화를 소비하는 것에서도 여전히 행복을 느낍니다. 어떤 시기에는 남이 만든 영화를 보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었어요.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영화를 바라보고, 즐기고 있습니다. 이게 영화를 제게 지속가능한 무언가로 두는 더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요.

  • 명사소개

    정진수 영상 감독

    예술학과에서 공부한 뒤 사진, 방송, 전시 등 다양한 일을 하다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 후배였던 오혁(밴드 혁오의 보컬)의 노래 ‘위잉위잉’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악뮤, 엑소, 지코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광고, 영화 티저, 드라마 오프닝 영상 등을 다수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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