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 찐 클래스
8월의 찌는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었던 제33회 파리올림픽. 그중 우리나라에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안겨준 펜싱.
검을 쓰는 위험한 종목임에도 어쩐지 우아해 보이는 이 스포츠를 직접 해본다면 어떨까.
6명의 신인천빛드림본부 직원들이 이 흔치 않은 경험에 도전했다.
짧은 수업 후 둘씩 대결을 펼쳤는데, 과연 이들이 펼친 승부는 어땠을까.
‘펜싱 강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덕분에 펜싱에 대한 인기와 관심도 많이 높아졌다. 스포츠 경기를 TV나 유튜브로 시청하다 보면 직접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펜싱은 어쩐지 쉽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은근히 많은 이들이 펜싱을 즐기고 있다. 집이나 사무실 근처에 펜싱클럽을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곳이 있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그리하여 이번 호 찐 클래스는 펜싱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늘 펜싱 수업이 진행될 곳은 신인천빛드림본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펜싱 아카데미 더원. 용감하게 도전에 나선 김강백·김도연·김동숙·백소현·임채현·허윤행 프로가 호기심과 기대,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이곳에 모였다.
참가자 대부분 펜싱은 처음이라, 오늘 찐 클래스 진행 장소는 신기하기만 하다. 여느 스포츠 도장과 달리 바닥에는 피스트(Piste)라는 직사각형의 금속성 마루가 깔려 있고, 벽에 걸린 마스크와 검, 장갑, 재킷 등이 눈에 들어온다. 펜싱만큼 경기복과 장비가 독특하고, 아름다운 종목도 드물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김태리,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이 유난히 멋져 보인 데는 그 영향도 없지 않을 듯. 오늘 참가자들도 그들 못지않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찐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오늘 수업을 맡아 준 펜싱 아카데미 더원의 노의선 대표는 먼저 펜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펜싱(fencing)은 두 사람이 검을 가지고 ‘찌르기’나 ‘베기’ 등의 동작으로 승패를 겨루는 경기다. 플뢰레(Fleuret), 에페(Épée), 사브르(Sabre) 세 개 종목으로 나뉘는데, 이들을 쉽게 구분하려면 공격 부위를 기억하면 된다. 플뢰레는 팔과 머리, 다리를 제외한 상체, 에페는 전신, 사브르는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공격할 수 있는 것.
이와 더불어 득점 방식과 공격권과 방어권, 경기 시간, 장비, 피스트의 규격 등 펜싱 전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펜싱 아카데미 더원은 에페 전문 클럽으로, 오늘의 참가자들은 에페에 도전할 예정이다. 모든 운동은 시작 전 충분한 준비운동이 필수. 다음날 근육통을 방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먼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제자리에서 스트레칭 한 뒤 피스트의 끝에서 끝을 왕복해 달려 체온과 맥박을 올렸다.
이렇게 몸이 살짝 후끈해진 뒤 기본자세 배우기에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태권도 경기가 한국말로 진행되는 것처럼, 프랑스에서 시작된 펜싱은 경기 용어가 모두 불어로 이루어져 있다. 경기 시작과 끝에 인사를 의미하는 살뤼(Salut), 기본자세인 앙 가르드(En Garde),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알레(Allez), 앞으로 나아가는 공격 기본자세 팡트(Fente) 등….
일단 참가자들은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검을 든 것처럼 한 손을 굽혀 들고, 양발을 벌린 뒤 앞뒤로 움직여 봤다. 경기 시작 전 기본자세는 오른손잡이일 경우 검을 든 오른손과 오른발을 앞에 두고, 반대 발은 뒤로 빼 무릎을 살짝 구부린 자세. 여기서 공격 기본자세인 전진은 마르셰(Marche)라 하며 앞발이 나간 뒤 뒷발이 따라가야 한다. 후퇴는 롱빼(Rompre)로 뒷발을 먼저 뺀 뒤 앞발이 따라 나가야 한다. 공격과 후퇴 시 양다리가 교차해선 안 되는 것이 핵심.
기본자세를 익혔으니 이제 복장과 장비를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대련을 펼칠 순서. 마스크와 재킷, 가슴 보호대, 장갑을 착용하고 참가자들이 각자 검을 들었다. 검에는 전기장치가 되어 있어 재킷 안쪽으로 전선을 넣어 검과 연결해야 한다. 에페 검은 전체 길이 110cm, 무게는 770g 이하로, 펜싱 종목 중 가장 무겁고 길다. 이 검으로 상대를 찌르면 득점이 되는데, 에페 종목은 동시에 함께 찌르는 동시타가 허용된다. 점수는 득점이 표시되는 전광판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의는 입지 않았지만, 재킷과 마스크를 쓰니 참가자들 모두 선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짝수로 모인 만큼 두 명씩 대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여성 참가자인 김동숙·백소현 프로와, 남성 참가자들도 두 명씩 피스트에 섰다. 마치 중세의 기사처럼 시합 시작 전 검을 들어 손잡이 부분을 입술 앞에 갖다 대고 인사하는 모습이 모두 매우 멋졌다는 것은 비밀.
시합 시간은 3분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어 망설이던 참가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열띤 경기를 펼친다. 특히 남성 참가자들은 넘치는 승부욕으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대로 찌르기에 성공해 점수가 올라가니 짜릿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듯. 남성 참가자들은 상대를 바꿔 시합을 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합을 끝낸 후 마스크를 벗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보기보다 운동량이 상당하다는 증거.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역시 모든 운동은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TV로 보아왔던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비록 펜싱 초보자들이었지만, 사진 촬영만큼은 프로처럼 멋진 포즈로 촬영하며 찐 클래스는 마무리되었다. 펜싱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누구보다 용감했던 이날의 신인천빛드림본부 6인방에게 조언을 부탁해도 좋을 듯.
김강백 프로
TV로 볼 때는 어렵지 않아 보였는데 실제로 해보니 힘들고 땀도 많이 나네요.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김도연 프로
동료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김동숙 프로
힘들지는 않았는데 공격받으니, 생각보다 아프네요.
그래서 상대를 찌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백소현 프로
실제로 해보기 힘든 스포츠인데 직접 해보니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펜싱 경기를 보게 되면 전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임채현 프로
직접 해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새로운 소질을 발견한 느낌이라 앞으로 취미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허윤행 프로
평소 펜싱 경기를 자주 시청했는데요, 보기엔 쉬워 보였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렵네요.
기회가 된다면 동료들과 다시 시합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