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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해상도를 높이면 일어나는 일

생각정리클래스 복주환 대표 인터뷰

올해 초, 당신의 계획은 무엇이었는가. 그 목표를 달성했는가? 많은 이들이 계획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이 너무 거창했던 건지 되묻는다. 그러나 사실 계획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실행하는 방법에 있었을지도.

글 차예지(편집실) / 사진 이대원(싸우나스튜디오)
  • 생각정리클래스 복주환 대표
  • 생각에도 정리가 필요한 이유
    • Q
    • ‘생각을 정리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흔히 생각 정리라고 하면 여행을 떠나서 머리를 식힌다고 할 때와 비슷한 개념을 떠올리죠. 생각 정리란 개념적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내 머릿속의 부정적이거나 쓸데없는 생각을 ‘비우는’ 개념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일을 하거나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각들을 ‘만들어내는’ 개념이죠.

    • Q
    • 생각을 정리하는 스킬이 왜 필요할까요?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생각 정리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저는 사람들의 생각을 쓸모있는 것으로 만들어드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우리 머릿속의 생각 중에 필요한 것을 골라내려면 먼저 불필요한 생각을 비우고, 남은 생각을 보관하고, 거기서 필요한 것을 골라내야 하잖아요. 생각을 비우는 건 술을 마시거나 남들과 수다를 떨거나 하면서 비워져요. 거기까지는 모두 할 수 있는데요, 보관하는 방법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잘 몰라요. 그래서 스킬이 필요한 거죠. 생각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생각 정리 스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화입니다. 생각을 언어로, 이미지로 만들어야 우리가 그걸 통제할 수 있어요. 그러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생각의 해상도가 높아져요.

    • Q
    • 생각이 없어서 아이디어를 끌어내고자 하는 사람과, 생각이 너무 많아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의 생각 정리법은 각각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정리가 안 되는 분들은 분류를 잘 해야 돼요. 메모나 스크랩을 활용하더라도 그걸 보기 좋게 분류하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돼버리죠. 아날로그로 종이에 적든, 노션(Notion) 같은 디지털 도구를 쓰든 상관없이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하는 게 중요해요.
    반대로 생각을 구체화 시켜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싶다면 마인드맵을 활용해 보세요. 해야 할 일이나 과제를 적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단어들을 적어나가요. 그다음 가지로는 ‘질문’을 던져요. 그다음은 ‘분류’예요. 예를 들어 제가 책을 출간하고 홍보가 필요하다고 할 때, 연상 단어로는 SNS가 있을 거예요. SNS에서 많이들 홍보를 하니까요. 그다음 질문의 가지는 육하원칙을 활용하면 금방 떠오릅니다. “SNS 어디에서 홍보를 하지?”가 되는 거고요. 이어 분류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이 있겠구나”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거죠.

  • 생각정리클래스 복주환 대표
  • 노력으로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 Q
    •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의지보다는 관성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 있을까요?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질문부터 출발하면 창의성이 발휘돼요. 그런데 조직에서는 거꾸로, 일단 목표를 먼저 잡고 그걸 어떻게 달성하느냐부터 시작하죠. 그러면 동기부여가 안 되거든요.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서 나만의 지도를 그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능동적으로 일하는 방법이죠. 그런 연습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은 나중에 가서 많은 차이가 날 거예요. 그리고 조직의 리더로 올라갈수록 그런 조감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질 거고요.

    • Q
    • 생각을 정리하려면 글쓰기도 중요한 능력일 것 같습니다. 어떤 글쓰기 능력을 훈련하면 좋을까요?

    생각 정리에 필요한 글쓰기는 논리적 글쓰기예요. 논리적 글쓰기는 ‘배려하는 글쓰기’입니다. 글을 보는 사람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거죠.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일 쓰기를 예로 들어볼게요. 제목을 ‘안녕하세요. ○○입니다.’라고 인사말로 쓰는 것보다 맨 앞에 ‘[인터뷰 요청]’을 붙여 쓰면 그걸 보는 상대가 바로 이해할 수 있잖아요.
    덧붙여 조리 있게 글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좋겠죠. 양서를 읽으면서, 책의 내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도 집중하라는 의미예요. 저자가 자신의 논리를 어떤 방식으로 펼치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책의 저자가 내용을 현황, 문제 파악, 분석, 해결 방안으로 구성했다면, 그걸 보고 저자의 사고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거죠.

    • Q
    • 생각을 정리하여 어떤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는 인풋 또한 중요할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요?

    요리를 할 때 좋은 재료란 뭘까요? 목적에 부합하는 재료예요. 아무리 품질이 뛰어난 재료라도 내가 만들고자 하는 요리에 필요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어요. 제가 앞서 질문을 던지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어떤 일을 해결하고자 할 때 질문을 던지고 목적을 생각해요.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재료를 찾아야 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아요.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에는 왜곡된 정보가 많아서요. 가장 좋은 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고, 2차적으로는 그 대상을 팩트 기반으로 정리한 뉴스나 통계를 보는 것, 그다음으로는 책인 것 같아요. 선별된 인풋을 찾아다니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게 좋은 생각으로 이어져요.

  • 생각정리클래스 복주환 대표
  •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 Q
    • 아날로그 방식으로 종이에 글을 써 정리를 하다가, 온라인 메모장으로 옮겨쓰다가,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또 그걸 이용해보는 식으로 정리 방식을 계속 옮겨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면 정리하다 지치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서비스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그냥 두세요. A 어플을 쓰다가 B 어플로 옮겼다면, A 어플에 쓴 내용은 그냥 두는 겁니다. 마치 창고처럼요. 그건 흩어진 데이터예요. 거기서 필요한 게 있으면 꺼내다 쓰면 되는 것이지 데이터 상태에서부터 완벽히 정리할 필요가 없어요. 직장인 중에 컴퓨터 바탕화면 아이콘 정리가 어렵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냥 두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하는 일은 분류법을 만들어 새로 분류하세요. 나중에 이전 자료가 필요하면 그때 그 창고에서 찾으세요.

    • Q
    • 많은 분이 새해 계획을 세우는 연말입니다. 계획을 잘 실천하려면 어떤 게 중요할까요?

    저도 많은 사람이 하기 힘들어하는 것들을 계획하고 실천해 본 사람인데요. 예를 들면 20kg을 감량해 보디 프로필도 찍어봤고,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고, 책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어요. 제 방법은 목표를 잘게 쪼개는 것이었어요. 새해 목표를 이루고 싶은 분들에게 ‘만다라트’를 추천해요. 제 다이어트 만다라트를 보면, 20kg 감량이라는 목표를 하루 15분, 30분 운동 등 작은 세부 목표로 쪼갰어요. 이러면 해볼 만한데? 라는 마음이 생기죠.

    복주환 대표가 실제 작성했던 다이어트 만다라트

    만다라트와 더불어 한 가지 목표 달성 도구를 또 추천하자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얘기한 ‘SMART’ 목표 설정법이 있어요. 구체적(Specific), 측정 가능(Measurable), 달성 가능(Achievable), 관련성(Relevant), 시간 제한(Time-bound)의 앞 글자를 딴 이론이죠. 이에 따라 목표를 세분화하면 좋아요. 만일 새로운 업무 계획을 세우는 분이라면 보통 기업의 목표는 1년 주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면 좋겠죠. 1년에서 한 달로, 한 주로, 하루로 좁혀가면서 목표를 세분화해보세요. 그리고 목표를 시각화하는 것도 좋아요.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막연하잖아요. 인터넷에서 내 마음에 딱 드는 단독주택 사진을 찾는 거예요.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걸로요. 그러면 목표가 눈에 보이니까 더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 명사소개

    복주환

    생각정리 컨설턴트. EBS 진행자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초빙교수, 법무연수원 검사 대상 초빙교수로 위촉받았다. 생각정리, 말하기, 글쓰기, 기획력을 주제로 외교부, 교육부, 삼성, LG, 현대 등에서 초청받아 연 250회 이상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각정리스킬》, 《생각정리스피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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