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효정 사진. 한정선 영상. 최의인
산과 평지, 바다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부산은 피난의 도시이자 첨단의 도시다. 다채로운 야경 포인트만 해도 20여 곳이 넘는 부산에서 한국남부발전 본사 인근의 동구도서관이 새로운 야경 촬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은 산허리까지 빼곡히 집들이 들어선 산동네가 많다. 6·25전쟁 당시 늘어난 수많은 피난민이 오갈 곳이 없어 경사진 산비탈에서 정착하며 산동네가 생겨났다. 산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선 이런 마을을 연결하는 산복도로는 부산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며 부산의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고 있다.
부산역에서 87번 버스를 타고 가파르고 구불구불 한 도로에 올랐다. 운전의 난코스로도 불리는 고갯길을 따라 차량에 몸을 맡기니 오른쪽으로 꺾이고 왼쪽으로 꺾였다. 도로를 따라 한참 올라가 ‘성북고개’에서 내렸다. 1960 성북전통시장 웹툰 이바구길이라는 커다란 간판 아래로 왁자지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의 본사가 들어선 남구에서 3km 정도 떨어진 성북시장은 피난민들이 성북고개로 몰려들면서 형성된 곳이다. 과거에는 오후 3시에 개장해 오후 6시까지 반짝하고 운영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하며 이른 아침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런 와중 2017년에 그림으로 시장의 풍경이 달라졌다. 웹툰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 시장 전체를 웹툰 속 이야기로 장식하기 시작한 것. 그렇게 성북시장은 ‘웹툰 이바구길’이란 새로운 이름이 생겨났다. 여기서 ‘이바구’는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웹툰 이바구길은 성북전통시장, 좌천연립, 동구도서관을 아우르는 Y자 형태의 길을 따라 약 500m 정도로 형성되어 있다.
“고등어는 잔 게 맛있제, 크면 파이다”, “고춧가루를 부셔서 해야제”, “아지매, 이거 얼만교?” 정겹게 이어지는 우리네 삶의 소리가 퍼져 나오는 시장통 사이를 따라 익숙한 웹툰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건물 1층을 따라 2층, 그리고 옥상까지 익숙한 웹툰 장면들이 펼쳐졌다. 《우리 집에 사는 남자(유현숙 작가)》, 《썸남(배철완 작가)》, 《또디(정연식 작가)》, 《파동(최해웅 작가)》 작품 속 그림을 따라가 시장을 기웃거리다 배시시 웃음이 피어나는 풍경을 만났다. 가게들의 입구에 가게 사장님의 캐리커처와 가게에 대한 설명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만난 것. 가게를 방문하지 않더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훔쳐본 듯한 느낌이 드는 시장길을 따라 오늘의 목표인 동구도서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작가는 도서관에 대해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일종의 도서관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칭송했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놀이터, 또 누군가에게는 상상의 공간…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 도서관. 그런 도서관 중 미디어홍보실의 추천을 받고 선택된 이번 여행지인 동구도서관. 산마루에 있어 아름다운 부산의 풍경을 보여주는 장소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고 웹툰 이바구길에서 증산공원으로 방향을 꺾어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두리번두리번, 느릿느릿 걷는 길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다. 건너편에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였던 호천마을의 풍경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공공도서관인 동구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작은 도서관이다. 1998년 개관한 후 지난 2020년 리모델링하며 새 단장을 했다. 리모델링하면서 2층 종합자료실의 창을 넓게 내어 책을 읽으면서 부산항, 영도, 부산역이 시원하게 펼쳐진 멋진 경치를 만날 수 있다. 1층 어린이자료실 역시 창을 통해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또 2층 종합자료실에서 눈에 띄는 것이 웹툰 코너. 웹툰 이바구길을 걷다 만난 덕인지 웹툰 코너의 《고독한 미식가 맛집 순례가이드》, 《오무라이스잼잼》, 《미생》,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도서관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 해 질 녘에 동구도서관의 매력인 아름다운 야경을 보기 위해 최종 목적지인 책마루 전망대에 올랐다.
동구도서관 옥상에 위치한 책마루 전망대.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옥상을 전망대로 개조했다. 부산에서 손꼽히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인 책마루 전망대는 도서관 내부 계단, 또는 외부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 앞으로는 부산항대교가 펼쳐진 부산항과 영도가, 뒤편으로는 범일동, 범천동, 호천마을 등이 모여 부산 특유의 산만디(산마루의 경상남도 방언)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 산만디 마을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한국남부발전의 본사가 있는 문현동으로 풍경이 이어진다. 전망대 곳곳에서는 책, 연필 조형물이 설치도 있고, 도서관 뒤편 마을을 배경으로 TV모형도 설치되어 오가는 이방인의 발길을 잡았다.
도서관 뒤편의 엄광산 너머로 해가 사라지며 매직아워가 펼쳐지니 도심에 하나둘 불이 켜졌다.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며,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시간”이라고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상상의 시간이 돌아왔다. 빼곡히 들어선 집에 불이 켜지니 차가웠던 바닷바람도 불빛 때문인지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집집이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이들이 하루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와 힘든 몸을 뉘며 다시금 힘을 충전하겠지. 산마루의 집이나 높디높은 네모난 아파트 속에 사는 사람들 모두 낮에 일어난 온갖 것에서 벗어나 밤의 안락함을 기대고 있겠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흐드러진 불빛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부산항대교와 섬 아닌 섬 영도의 불빛을 받은 바다가 일렁임과 함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히 퍼졌다. 한 컷 한 컷 흔들리지 않게, 신중하게, 깊어져 가는 밤의 흔적을 담아냈다. 문득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흔들리는 사념에 휩싸일 때 밤의 고요를 느낄 수 있는 이곳으로 한번 방문해보시길. 아스라한 불빛들이 우리를 반겨 줄지니.
구름이 너무 많은 날에는 밤하늘을 제대로 담기 어렵다. 그러니 촬영하기 전날에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전운량을 확인하자. 구름의 양을 표시한 전운량은 ‘기상청 날씨누리–관측·기후-육상-도시별관측-요소(전운량)’에서 찾을 수 있다. 대기의 혼탁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정도 체크하자. 미세먼지 역시 빼놓으면 안 된다. 야경 촬영하기 좋은 날씨는 시정 20~25km 이상, 미세먼지 농도 20~25㎍/m3 미만, 운량 3~4 미만, 풍속 3~4m/sec 이하 정도다. 야경의 골드타임이 있다. 일몰 전후 30분. 매직아워라고도 하는데 여름에는 길고, 겨울은 짧다.
전운량, 시정 확인 사이트
기상청 날씨누리 바로가기
www.weather.go.kr/w/obs-climate/land/city-obs.do
부산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전망대 부산광역시 중구 민주공원길 19
봉오리산 신선대전망대 부산광역시 남구 용당동 산 170
동항성당 부산광역시 남구 장고개로16번길 13
황령산 봉수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 산 50-25
호천마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491
해운대여고 뒤의 간비오봉수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산 148-76
누리마루 APEC하우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동백로 116
해운대 마린시티 마천루 촬영 동백섬 주차장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동백로 88
장산 약수암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로383번가길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