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Nov. Dec Vol.120
구독하기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해가 간다고 하면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곤 한다. 호기롭게 외쳤던 새해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또 한 살 먹는 나이에 대한 짙은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올해는 지겨운 바이러스로 아쉬움이 배가 되는 듯 하다. 그래도 우리의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기미가 보인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니 아쉬워 말자. 2021년, 그런대로 다 의미가 있었을 테니. 내륙에서도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포항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떨쳐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해가 간다고 하면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곤 한다. 호기롭게 외쳤던 새해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또 한 살 먹는 나이에 대한 짙은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올해는 지겨운 바이러스로 아쉬움이 배가 되는 듯 하다. 그래도 우리의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기미가 보인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니 아쉬워 말자. 2021년, 그런대로 다 의미가 있었을 테니. 내륙에서도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포항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떨쳐냈다.
대개는 새해 해돋이를 보러 호미곶을 찾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호미곶을 찾아보는 것도 감회가 남다를 듯 하여 2021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곳을 찾았다.
‘새해 첫날도 아니고, 먼저 찾아온 한파로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라는 생각은 호미곶에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생각 외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새해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니 미리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통했나보다.
이렇게 새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미곶에 사람들이 붐비게 된 이유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 호미곶이 있는 포항의 옛 이름은 ‘영일(迎日)’인데 해를 맞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호미곶의 이름은 한반도를 호랑이로 보았을 때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대한민국의 내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고 해서 유명해졌지만, 울산시는 울산에 있는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해가 빨리 뜬다고 주장하기도 한단다.
사실, 포항과 울산은 경주를 끼고 바로 옆 동네로, 해가 뜨는 시간은 1분 이내로 미세한 차이라고 한다. 어차피 해는 하나이고, 어디서 보느냐는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해돋이 명소’라는 상징성 때문에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이지 싶다. 아마 호미곶은 상생의 손 덕분에 해돋이 명소로 입지를 다질 수 있지 않았을까. 바다 위로 힘차게 올라온 손 모양의 조각상은, 호미곶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하기 때문이다.
호미곶 일출
어민들이 오징어를 널어두고 건조되기를 기다린다.
구룡포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촬영 장소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렸는데, 그 촬영지가 바로 구룡포에 자리한 일본인 가옥거리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사실 일본인 가옥거리는 역사적으로 더 의미가 깊다.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은 조선으로 와서 살았다. 그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하나다. 구룡포가 동해 최대의 어업전진기지였기 때문. 한때는 지역상권의 중심이었지만, 각종 개발과정에서 남아있던 일본가옥들은 철거되거나 훼손되었다.
우리 민족의 아팠던 과거의 증거물이 사라져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포항시는, 이곳을 재정비해 ‘일본인 가옥거리’를 조성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풍요로웠던 생활상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일본에 의해 착취되었던 우리 경제와 생활문화를 사람들이 기억하길 바라는 의미였다고. 그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으며 2012년 12월 ‘제2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포항시의 노력으로 재탄생한 덕분에 드라마 촬영까지 하며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아기자기한 드라마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 또한 잊지 않고 되뇌길 바라본다. 역사를 잊지 않은 민족의 미래는 분명 밝을 테니 말이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극중에서 유명한 장소 ‘까멜리아’의 모습.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정상에 오르면 구룡포항이 한눈에 보인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덕분에 유명해진 포토존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 있는 동백서점. 다양한 굿즈를 판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돌아 보고나면 자연스레 구룡포항이 자리한 바다 쪽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수십 척의 어선들과 곳곳에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한적하기 그지없었던 이곳이 붐비기 시작한건 일제강점기부터다. 1923년, 일제강점기 때 방파제를 쌓고 부두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항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북 지방 최대의 동해안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단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구룡포항 근처에는 각종 수산물을 파는 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해 있었다.
구룡포항에서는 다양한 어종을 만나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대게다. 전국 최대의 대게 산지로 알려져 있고, 전국 대게 위판물량의 5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게 산지인 만큼, 대게를 맛보는 것도 좋겠지만 가격이 고민이라면 다른 생선 요리를 맛봐도 좋다. 항구 근처 어느 식당에 가서 끼니를 때워도 신선함과 맛은 보장될 테니까.
포항에 갔으면 오션뷰는 포기할 수 없다. 호미곶 인근에 있는 어스피스 커피는 탁 트인 통창 덕분에 오션뷰를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규모가 커서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도 든다. 큰 덕분에 곳곳에 포토존도 많다. 그렇다고 커피맛이 별로인 것도 아니다. 커피맛도 좋고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크로플도 인기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앞에 위치해 있다. 생선을 파는 식당이 워낙 많아서 어딜갈지 고민하다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우 공효진이 촬영할 때 매일 출석 도장 찍었다는 식당을 수소문해 찾았다. 칼칼한 갈치찌개 한 그릇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또 가고 싶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