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구 도시 부산은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진짜 부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이다. 투박하지만 섬세한 손길로 삶의 터전을 이뤄가는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나는 일상을 지켜낸다.
Q. 서점 이름이 독특합니다.
처음 서점 이름을 지을 때 몇 가지 규칙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네 글자여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한글이어야 한다는 점, 마지막은 ‘무슨 책방’ ‘뭐뭐 북스’ 이런 네임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책방 이름에 고민하던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LH주택공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번쩍 한 거죠. 저걸 잘 활용하면 나의 책에 대한 정체성도 들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고, 그렇게 ‘주책공사’가 태어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식회사 책공사’냐 하시는데요, 그것도 맞고요. 진짜 풀네임은 ‘주님 안에서 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공사 한번 지어보자’입니다.
Q. 책마다 작가님들이 작성하신 추천글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저희 서점이 독립서점이잖아요? 책들이 팔려야 작가님들이 다음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 더 책이 팔리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직접 책 추천글을 썼는데요. 그러다 내가 쓰는 것보다 작가님들이 자기 책을 친필로 직접 소개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저보다 책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계실 테고요.
Q.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책은 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정답을 찾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읽으면 안 돼요.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환상을 가지고 책에 접근하면 책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책은 적어도 길은 만들어줍니다. 한 가지밖에 가지 못했던 길을 두 가지, 세 가지 방법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게 책이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책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굉장히 줄어들어요. 그런데 책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줘요. 문학 같은 경우에는 그 안의 무수한 등장인물을 만나게 해주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직군을 경험하게도 해줘요. 그래서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죠.
주책공사란?
향긋한 커피와 함께 책을 판매하는 작은 독립 서점으로, 저자들이 직접 쓴 자기 책 소개글을 볼 수 있다. 아늑한 조명 아래 책 한 권과 함께한다면 그 어느 날보다 더 멋진 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Q. 제사빠, 애된장 치킨 등 주력 치킨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제주와 사랑에 빠진 치킨 같은 경우는 2015년쯤에 만들었습니다. 제주도에 가서 현무암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었는데요. 처음에는 손님들이 이 치킨을 보시고 검은색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셨어요. 맛은 있지만 색 때문에 찾지 않으시더라고요. 애된장 치킨은 4~5년 전에 만들다가 실패를 했는데, 제가 작년에 ‘치킨대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시 개발한 치킨입니다. 그때 미션이 ‘100년을 이끌 양념치킨을 만들어라’였습니다. 그 미션을 받고 애된장 치킨이 생각났죠. 그래서 다시 한번 시도해봤고, 그 결과 맛도 성공하고 프로그램에서도 1차전 우승도 하게 되었습니다.
Q. 음식 대결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때, 부담감은 없었나요?
결이 조금 달랐어요. 저는 치킨을 전문적으로 하던 사람이었고, 다른 분들은 요리를 주로 하셨던 분들이었기에 치킨에서는 제가 조금 유리하지 않았나 싶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아서 저도 꽤 놀랐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러면서 요리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뀌었죠. 평소에는 가게에 그냥 앉아 있을 때도 많았는데요, 요즘은 어떤 치킨을 개발해볼지 연구하기도 하고 외국 치킨은 어떤지 구글링을 하기도 해요.
Q. 만일 다시 대결 프로그램과 같은 기회가 또 온다면 참여하실 생각이신가요?
굉장히 힘든 일인데요, 그건. 매번 미션 요리를 연구해야 하는 것도 머리 아픈 일이고요. 하지만 또 한 번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해야죠. 잘할 자신 있습니다.
닭썸이란?
10년 동안 부산의 한자리에서 꾸준히 치킨과 함께해온 치킨 강자. 제주 유자와 먹물을 이용한 ‘제사빠’, 된장을 이용한 ‘애된장 치킨’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치킨을 만들고 있어 지역민들의 사랑은 물론 관광객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작년 <치킨대전>에서 예선전과 1회전 우승을 한 바 있다.
Q. 부산에서 LP 라이브 카페는 어떻게 열게 되셨나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런 업소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상태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갈망해왔던 DJ를 실현시키고자 소리창고를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LP판을 모아왔거든요. 3,400장 정도 모았어요. 누구에게 받은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제가 직접 샀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한 장 한 장 다 산 거예요. 솔직히 당시에는 정식 라이선스는 비싸서 못 사고, 소위 말해서 해적판이라고 하죠. 그걸 용돈 모아서 샀는데, 밤새도록 어디 튀는 데 없는 LP판을 돌리며 검사를 했어요. 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음악을 해오면서 꼭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사장님께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을까요?
헤비메탈에 심취해 있던 적도 있었는데요. 어느 계기로 인해서 서른여섯 살쯤에 국악을 하게 되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자주 다니던 국악 공연장에서 다른 이의 연주를 듣는데 너무 감명을 받은 거예요. 여섯 개의 지공을 네 개만 쓰더군요. 굉장히 환상적이었어요. 나는 누구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준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국악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대가들을 찾아다니면서 국악 공부를 했고, 그렇게 대금 쪽으로는 문화재 이수자 자격을 받게 되었죠. 현재는 국악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Q. 소리창고는 어떤 매력을 가진 곳일까요?
40대, 50대, 60대들이 옛 추억을 공유하면서 음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상업적으로 흥행을 바라고 하는 곳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함께 놀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죠. 그렇기에 더욱더 매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금 있으면 근방으로 이사를 갈 계획인데요. 여기보다 훨씬 크고 시설이 더 좋으며 깔끔한 곳이라 음악으로 소통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을 듯합니다. 인테리어에도 아주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좋은 환경에서 많은 분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길 바랍니다.
소리창고란?
정겨운 LP판이 벽 한 면을 빼곡히 채운 소리창고는 클래식 기타, 색소폰, 대금 등 다양한 악기도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음악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음악을 즐기다 보면 그날의 피로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