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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복 본부장에게 부산빛드림본부는 고향 같은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첫 발령지가 전신 부산화력이었고, 3·4호기 근무를 거쳐 이곳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것이다. 이후 본사에 근무하다 19년 만에 다시 본부장으로 부산빛드림본부로 왔으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착공부터 준공을 지켜봤고 본부장으로 오게 되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본부장 발령 소식을 듣고 제가 부산화력에 근무할 당시 소장님이셨던 분이 얼마나 기쁘냐고 전화하셨습니다. 감회가 특별하긴 하지요.”
허허벌판 같은 맨땅에 화면이 빨리 변하며 건물이 쑥쑥 올라가 순식간에 완성되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첫 삽을 뜨는 것부터 시작해 부산빛드림본부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가 그렇게 승흥복 본부장의 눈앞에 그려지지 않을까.
그러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본부장이 되었다’는 축약된 문장으로 한 사람이 걸어온 34년을 갈무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사연을 그 누가 어찌 감히 짐작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먹방 친구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송흥복 본부장의 연륜에서 우러나온 깊이 있는 삶의 지혜와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송흥복 본부장과의 점심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김예지·박형준·장윤창·정종학 프로는 모두 MZ세대다. 이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송흥복 본부장도 얼마간 긴장되긴 마찬가지다. 과연 이야기가 잘 통할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선입견은 일단 문밖에 내어놓고, 드디어 오늘의 점심 식사를 시작해 본다.
“안전을 최우선, 직원이 행복한 부산빛드림본부”
송흥복 본부장은 부산빛드림본부에 부임하며 이와 같은 슬로건을 정했다. 발전소에 있어 안전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수칙이므로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직원이 행복한’이란 문구는 조금 의외다.
“아침에 출근할 때 심란하다면 좋은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모든 일이 사람과의 관계인 만큼 서로 소통이 잘 되고 신뢰가 쌓인다면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겠지요.”
직원의 행복을 목표로 하는 회사라면 누구나 반길 만하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먹방 친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상큼하고 발랄한 표정으로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것은 김예지 프로. 간호사로 일하다 부산빛드림본부의 일원이 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그가 던진 의외의 질문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본부장님 손목의 시계가 눈이 부신데요, 어떤 시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며 송흥복 본부장은 결혼 예물 시계라고 시계의 정체를 밝혔다. 20년 동안 차지 않다가 이곳에 오며 다시 차보았다며.
부산 사나이로, 무뚝뚝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곤 한다지만 직원들의 행복을 챙길 만큼 송흥복 본부장은 사실 섬세한 편인 듯. 장윤창 프로가 퇴근 후 야간대학에 다닌다는 점을 아는 그가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본인도 직장생활을 하며 박사학위를 딴 경험이 있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사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휴가를 써가며 그야말로 주경야독으로 7년 동안 공부했지요. 그동안 계속 눈이 충혈되어 있을 정도였어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한다고 할 것 같아요.”
송흥복 본부장은 어느덧 제2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에 서 있다. 박형준 프로는 송흥복 본부장에게 아쉬운 점은 무엇이고, 남은 기간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후배들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전 직원들을 앞에 두고 연설하듯 이야기하기보다,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여러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즘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들 하고, 갑질, 을질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많이 통용됩니다. 이를 현명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송흥복 본부장은 우리 사회가 부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특히 사용하지 말아야 할 말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라며.
“사촌이 땅을 사면 기뻐해야지요. 직장생활에서도 잘하고, 잘된 동료에게는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배우고 본받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좋습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직장생활을 30년 이상 해야 하는데, 주인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겠지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일에 임하면 잘 풀릴 리 없습니다.”
이어 그는 세 가지만 기억하면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먼저,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 타인은 나와 다른 성장배경을 지녔기에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불편해하지 말고 다름과 상대의 캐릭터를 인정하자. 두 번째,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사실. 모든 사람은 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으니, 그것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이를 기억하면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 일에 프로가 될 것. 자신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모르는 부분은 주변에 물어보라.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직원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기회를 자주 갖고 싶었던 송흥복 본부장은 젊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많다. 직원들에게 해준 말은 그가 아들에게도 건네는 말이라고. 3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몸소 겪고 체득한 지혜를 짧은 시간의 대화로 젊은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듣기 전과 후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늘 문제는 아는 것과 실천이 동격이 아니라는 점. 그러나 ‘똑소리 나는’ 오늘의 먹방 친구들은 송흥복 본부장의 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살아가며 가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이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먹방 친구들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 꽃을 피우다 주제가 여름휴가로 넘어갔다. 송흥복 본부장은 이번 여름휴가에 사찰 탐험을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김예지 프로는 본인이 ‘P’라 아직 구체적인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본부장님은 ‘ISTP’ 이실 것 같습니다! MBTI 아십니까 본부장님?”
송흥복 본부장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직원들이 그의 MBTI를 예측했다. 송흥복 본부장은 들어는 봤다고 대답했고, 이어 MBTI에 대한 요약 강의가 이어졌다. 한참을 미소 지으며 듣고 있던 송흥복 본부장은 “제가 젊을 때는 혈액형으로 특징을 설명했는데…저는 전형적인 B형입니다”라고 응수했다.
MBTI와 혈액형, 세대 간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송흥복 본부장의 말 대로라면 그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면 그뿐이다. 나와 다르다는, 그래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소통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손흥복 본부장과 오늘의 먹방 친구들은 짧지만 내실 있는 소통을 나눴다. 부산빛드림본부 직원들의 행복한 직장생활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듯싶다.
김예지 프로
본부장님을 뵐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들어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간호사로 근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형준 프로
여름휴가 때 사찰을 돌아보신다고 하셨는데요, 젊은 직원들과 함께하시면 어떨까요.
정종학 프로
멀리서만 뵈었던 본부장님과 오늘을 기회로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오늘 해주신 조언들 꼭 기억하겠습니다.
장윤창 프로
오늘 들은 좋은 말씀 마음에 잘 새기고, 직장생활도 학업도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