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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계측제어부는 부산빛드림본부의 각종 제어설비를 유지·보수하고 정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총 1,800MW 용량으로 부산 지역 전력 수요의 65% 이상을 담당하는 부산빛드림본부의 전체 설비 규모는 일반인으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그만큼 계측제어부 구성원들이 맡은 임무 또한 막중하다는 의미. 부산 시민의 일상이 막힘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계측제어부가 그야말로 ‘불철주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측제어부의 하루는 부서 인원이 각자 담당한 호기의 설비가 밤새 안녕했는지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퇴근 시간 이후부터 아침까지 운전기록 저장장치(히스토리안)의 운전 기록을 훑어보고 비정상적인 사항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듯이 기계도 어느 날 갑자기 고장나기보다 슬금슬금 미리 징후를 보이기 마련이다. 혹시 그런 이상은 없는지 밤사이 기록을 일일이 매의 눈으로 살피는 것이다.
“발전기술원들도 설비를 살피지만, 저희는 접근하는 시각이 다르니까요. 현장에 나가 제어설비를 둘러보고 개선 사항을 발견하면, 부서원들이 모두 함께 고민해 로직적으로 구현해 냅니다. 메인 CPU가 인지할 수 있도록 로직시트를 그려 정보를 전달하는데, 이것이 잘못되면 기동 중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유경상 부장의 설명처럼 분석과 회의는 계측제어부 업무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사람만의 판단이 아닌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기에, 소통과 협력, 존중은 계측제어부에서 꼭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계측제어부는 GT제어 1·2과, ST제어과, 보일러제어과 이렇게 4개 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인원 21명으로, 다른 부서보다 많은 편이다. 그만큼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의미. 계측제어부의 평균 연령대는 40대 중반이다. 이곳에서 가장 젊은 직원은 1997년생 박형준 프로로, 부서에서 MZ세대를 대표하는 중이다. 누구 앞에서나 해야 할 말은 하는 그의 모습에(심지어 사장님 앞에서도) 고참 직원들이 감탄하기도 했다고.
계측제어부에는 유난히 인재들이 많다. 계전분야 20여년 경력으로 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는 김준규 프로, 발전노조지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솔선수범해 업무에 임하고 있는 장남호 프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원이 올 때마다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김재용 프로, 제어 보안을 담당하는 사이버 보안관 정해천 프로, 내 일, 네 일 따지지 않고 늘 든든하게 선배와 후배를 챙기는 이종혁 프로, 근육 만들기만큼 로직 분석에 진심인 몸짱 이진우프로와 설비 시운전 노하우 전수에 진심인 소리 없이 강한 남자 김순웅 프로 등 모든 인원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젊은 직원이 많은 것은 자랑이 되기도 하지만, 그 어느 부서보다 노련함이 중요한 계측제어부는 이렇게 젊은 세대와 고참 세대가 서로의 장점을 지혜롭게 흡수하고 소통하며 결속력을 다져가고 있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업무에만 몰두하기보다 모두 함께 의견을 모아 풀어내야 할 과제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함께 부대끼며’ 유대가 끈끈하게 쌓일 수밖에 없다.
계측제어부의 특징을 제대로 함축해 알려주는 말이 있으니 바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이다.
누구보다 먼저 각종 설비들을 확인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한다. 그리고 캘리브레이션, 교정 작업을 거쳐 콘트롤밸브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야 하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고 야간작업을 하는 것 또한 계측제어부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부산빛드림본부의 지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데 있어 전기·기계설비가 핵심인 만큼 제작사에서 설계한 기계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저희의 몫이니까요.”
유경상 부장은 부서원들에게 매일 아침 출근해 주요 설비의 알람 및 이벤트를 꼼꼼히 살피라고 늘 강조한다. 점검일지에는 기록되지 않은 이벤트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선제적인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빛드림본부 계측제어부의 실력은 사실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
우리나라처럼 고장 없이 발전 설비가 무탈하게 가동되는 곳도 드물다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깨까 쑥 올라가는 자긍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요즘에는 덜하지만. 계측제어부는 늘 마지막까지 남아 야간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퇴근 후에도 밤새 전화가 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덕분에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지만, 결국 이를 해소해 주는 것 또한 바로 이들의 업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해 결국 해결해냈을 때의 보람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 어렵다. 이른바 ‘제어쟁이’인 이들에게 풀기 힘든 문제는 도전이고, 그것을 해결해 낸다는 건 곧 그만큼의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티 내지 않는 능력자, ‘제어쟁이’들
이렇듯 능력 부자인 계측제어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그 능력이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
‘안녕’은 일상이 되지 못했을 때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늘 안녕하기를 바라며 인사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멋지게 해결해 내는 것이 영웅이라면, 아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숨은 영웅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혹자는 계측제어부를 일컬어 “너무 조용한 것이 아니냐”라고 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칭찬이 아닐 수 없다.
부산빛드림본부가 무탈하고 조용하다는 건 계측제어부가 그만큼 일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계측제어부 사무실은 부산빛드림본부의 종합사무동이 아닌 운전부서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행여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 조치해야 해서다.
계측제어부는 그렇게 오늘도
부산빛드림본부의 안녕을 부산스럽지 않고 드러나지 않게 책임지고 있다.
행여 전화라도 올까 싶어 밤새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고, 휴가 가서도 회사가 걱정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부산빛드림본부 계측제어부 직원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렇게 일밖에 모르는 ‘제어쟁이’들이 올여름에는 누구보다 여유롭고 멋진 휴가를 즐길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