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VOL.127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처음 만들어낸 용어인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이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주체를 프로슈머라고 할 수 있다. 공유경제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아지면서 에너지 역시 공유하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겠다.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력이 남으면 그 전력은 어떻게 하는가?’다. 집마다, 빌딩마다 태양광 패널 등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며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생겨나면서 잉여 에너지가 문제 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생각했다. ‘잉여 에너지, 팔면 되지 않을까?’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남은 것은 대여하거나 공용으로 사용함으로써 경기 침체와 환경오염 등을 예방하는 공유경제가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에너지 역시 이 트렌드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에너지 프로슈머다.
그렇다면 에너지 프로슈머는 어떻게 에너지를 사고파는 게 가능할까. 그 방법으로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상계 거래다. 태양광 패널 등 신재생 발전기를 통해 직접 생산한 전력을 소비한 후 남은 전력을 전력회사로 전송해 전력회사가 전기 사용 시 전기요금을 차감해주는 거래 방식이다.
신재생발전기
전력 생산
소비
잉여전력 발생
전력회사 전송
전력회사생산
전기 소비
전기요금 차감
두 번째는 중개시장 판매다. 잉여 전력을 중개사업자가 판매자를 대신해 도매시장에서 거래한 후, 판매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거래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신재생발전기
전력 생산
중개사업자 전달
중개사업자의
전력 판매
공급인증서 발급
중개사업자와
공급자 수익공유
마지막 세 번째는 P2P 거래다. 잉여 전력량과 거래 가격을 확정해 플랫폼 내에서 이웃에게 판매 및 구매하는 거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신재생발전기
전력 생산
소비
잉여전력 발생
플랫폼 판매/구매
물론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기 위해선 필수조건이 있다. 우선 태양광 발전기 등 신재생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 후 한국전력공사에 프로슈머를 신청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 등으로 인해 신재생 발전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럴 경우에는 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해 지역 내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의 공동 주인이 되거나 재생 가능 에너지 펀드에 가입해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받는 방법도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 각국에서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독일 같은 경우에는 150만 명의 에너지 프로슈머가 있을 정도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P2P 거래로 잉여 전력을 이웃 간에 사고팔아 에너지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시 에너지 거래 플랫폼인 반데브론(Vandebron)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에너지 프로슈머가 잉여 전력의 거래가를 제시하면 소비자가 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거래가를 제시한 에너지 프로슈머를 선택해 약정을 맺은 후 전기를 거래하고 있다. 영국도 피클로(Piclo)라는 웹 기반 전력 거래 플랫폼으로 온라인으로 개인 간 잉여 전력 거래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소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정부의 투자계획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인 및 빌딩의 직접 생산 소규모 전력 판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예시도 있다. 수원의 솔대마을이다. 2016년 ‘에너지 프로슈머 실증 마을’로 지정된 솔대마을은 18가구가 모여 살고 있으며, 그중 11가구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그들은 현재 잉여 전력을 판매하고 있는데, 시장 규모는 작지만 에너지 프로슈머의 소중한 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에너지 프로슈머는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정부는 기후변화란 위기에 맞서 탄소중립 정책을 채택했고, 신재생 발전기로 생산한 후 남은 잉여 전력을 사고파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은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광 패널의 경우 그리드 패리티가 현저히 낮아져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어졌다. 친환경, ESG, 탄소중립 등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 국민 모두가 나서는 현재,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