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스타트!

‘쓰임’의 다양한 가치,
업사이클링

라이프 스타일을 친환경하다
‘project1907’ 김정식 대표

Write. 강초희 Photograph. 이승헌

버려진 자원은 지구환경에 크나큰 문제가 된다.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요즘, 정말 ‘두 번’은 쓸 수 없는지 고민한 브랜드가 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project1907’이다. 패션 잡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소품 전반을 다루며 라이프 스타일에 친환경을 더한 project1907이 우리에게 다시 한번 ‘쓰임’의 가치를 고찰하게 한다.

Q. project1907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왜 ‘1907’인지도 궁금합니다.

‘1907’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대부분 연도라고 대답합니다. 맞습니다. 1907년은 인류사에 플라스틱이 등장한 시기입니다. 저희는 폐자원 업사이클링 브랜드인데요. 플라스틱이 등장한 1907년을 상징화해서 사명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플라스틱 문제에 집중하면서 그 외에도 다양한 폐자원들을 업사이클링하고 있고요. 저희가 두 가지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원단을 제작하는 사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원단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사업입니다. 제품으로는 백팩, 토드백, 에코백 등을 포함한 가방류와 티 코스터, 지갑 등이 있고요.

Q. 다른 업사이클린 브랜드와 project1907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업사이클링이 국내에서 시작된 지 벌써 15년 정도 되었어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만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패션 쪽이죠. 그래서 저희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차별화를 뒀는데요. 칫솔, 앞치마, 손수건, 러그 등 생활 소품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Q. 이처럼 환경과 관련한 회사를 설립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project1907보다 먼저 창업한 회사가 있습니다. 공정 여행사인데요. 2015년이었죠. 그리고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친환경 비즈니스로 확장을 한 사례입니다. 우선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최근에 기후위기나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그런 와중에 여행업이나 무역업을 진행하다 보면 세계 각국이 오염되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돼요. 조금이나마 환경 보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사업은 없는지 고심하다가 여행 기념품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제 사업 시작이 여행 기념품이었어요. 친환경 여행 기념품으로 창업을 해서 사업 다각화가 이뤄졌죠.

사실 제가 고등학교 사회과목 교사였어요.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왜 국내에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학생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는 회사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죠.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개념 회사’인데요. 사회적기업도 일종의 개념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제 회사가 개념 회사가 되었으면 해요. 특히 누구 하나만 특출나게 성장하는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회사의 운영 목표가 최대 수익이 아니라 적정 수익이면서도,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그러면서도 사회 역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이것이 개념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런 접근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자연 선순환 방식의 project1907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요? 특히 교사셨다면 반대가 없잖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내도 그렇고, 교장 선생님도 그렇고, 주변에서 찬성하시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어요. 근데 제가 다닌 고등학교에 ‘직업 십계명’이라고 있거든요. 그걸 제가 꽤 좋아하는데,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죠. ‘부모, 형제가 반대하는 길이면 무조건 가라.’ 약간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주변에서 만류하는 상황이라면, 반대로 보면 그만큼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해요. 물론 1년간 휴직하고 시장 조사를 꼼꼼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시장에서도 충분히 반응이 오겠다는 확신을 가졌죠. 그 후 사직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Q. project1907의 경우, 공장을 알아보고 제품을 생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웠을 듯합니다. 지금이야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많지만 당시에는 조금 생소했을 테니까요.

국내에서 플라스틱을 활용해 실과 원단을 제작하는 건 project1907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개발되어 오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품화도 되고 있었고요. 하지만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게 저탄소 제품이라는 사실이 포인트잖아요. 문제는 업사이클링을 하기 위한 원료를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탄소 발자국을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이 부분을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했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페트병 분리정책이 없었어요.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실과 원단을 만들기에는 페트병 수거부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저희가 몇몇 생수 회사들, 그리고 여러 공장들을 노크하며 페트병을 수거하러 다녔는데, 그래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책도 생겼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여기저기서 페트병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너무나 감사한 상황이죠.

Q.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을까요?

충청도에 있는 한 지자체에서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 대상으로 페트병을 수거하는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페트병을 모아 반년에 한 번씩 저희에게 보내주시는데요. 그럼 저희가 원단을 만들고, 그 원단으로 그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백팩을 만들어줘요. 또 지역 중학교 입학생에게는 필통을 만들어주죠. 그렇게 요청을 하셨거든요. 자원 선순환이면서 지역 어린이들에게도 선물을 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니겠어요? 그래서 참 기억에 남아요. 이런 사례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공정 여행사도 운영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자세한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저희 법인명이 ‘세상에없는세상’입니다. 그 아래 친환경 비즈니스, 공정 여행, 공정 무역까지 세 파트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공정 여행은, 우리가 사실 패키지로 여행을 많이 다녔잖아요. 하지만 이 패키지여행이 고객들에게 썩 좋은 경험을 주지 않았어요. 비행깃값은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식당 같은 데서 바가지를 씌운다든가, 여행 루트에 기념품 가게를 꼭 들르게 해서 강매를 하든가 하죠. 여행 자유화 이후 30년이 흘렀지만 이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지쳐 갔고요. 그렇다고 여행 지역민들의 경제가 좋아졌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여행자들이 쓰는 비용의 최대 5% 정도만이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고 그래요. 공정 여행은 최소 20%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호텔을 가더라도 글로벌 브랜드보다는 그 국가에서 운영하는, 혹은 그 지역에서 운영하는 호텔을 이용하며 식당도 마찬가지죠. 그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을 공정(Fair) 여행이라고 하는데, 해외에는 책임(Responsibility) 여행이라고 해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없으면서 동물권을 존중하는 여행을 공정 여행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Q. 공정 여행을 한 이용자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홈페이지에 1년에 네 번씩, 분기마다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1년 차에는 80% 정도가 만족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3, 4년 차가 되니 90%가 되었죠. 근데 이게 여행사 만족도 결과로는 굉장히 높은 수치거든요. 보통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면 평균이 40% 정도예요. 아무리 높아도 50% 이상 나오지 않았어요. 공정 여행이 이용자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 수치였죠.

Q. 요즘에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도 많아지고, 공정 여행사도 적은 편이지만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세상에없는세상’을 운영하시는 데 고민이 깊으실 것 같아요.

요즘 길목마다 편의점이 2~3개씩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편의점이 모두 다 안 될까요? 아니에요. 저는 시장과 환경의 건강함을 생각한다면 저희와 같은 브랜드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친환경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면 더 대중화가 되고 일상화가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누구나 가치소비를 할 수 있고요. 그 결과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겠죠.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저희 회사는 시즌 1을 지내왔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 중에서도 좀 더 고순도인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업사이클링을 해왔는데요. 사실 환경적으로 보면 페트병보다는 재활용이 힘든 플라스틱 문제가 더 심각하거든요. 이를 어떻게 비즈니스적으로 풀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원단으로 만들어서 생활 소품으로 제작할 수 없어요. 그래도 방법은 있죠. 바로 금형 사출이에요. 내년까지 내다보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요. 플라스틱을 금형 사출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해볼 계획입니다. 볼펜이나 핸드폰 케이스 등 여러 아이템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저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엄격하게 보면 다운사이클링입니다. 버려진 자원을 한 번 더 재사용한 것이지, 두세 번 재사용할 수 없는 거잖아요. 결국 매립이나 소각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주목하고 있는 게 생분해입니다. 생분해가 가능한 원단을 연구개발 하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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