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r. Apr Vol.116

구독하기

2021 Mar. Apr Vol.116

문득 온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유를 묻는다면 단순히 날씨가 추워서거나 지쳤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따뜻함이 필요해지는 순간. 그럴 때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온기를 찾아야 한다. 따뜻한 곳을 향해 가기로 했다. 따뜻한 봄이 그래도 조금은 먼저 찾아오는 남해로. 남해의 온기로 가득 채운 봄날의 기록들.

HOME BETTER LIFE 여기 어때

남해의 봄을 보는 것만으로도

Write. 최선주 Photograph. 정우철

문득 온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유를 묻는다면 단순히 날씨가 추워서거나 지쳤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따뜻함이 필요해지는 순간. 그럴 때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온기를 찾아야 한다. 따뜻한 곳을 향해 가기로 했다. 따뜻한 봄이 그래도 조금은 먼저 찾아오는 남해로. 남해의 온기로 가득 채운 봄날의 기록들.

다랭이마을에 또 가고 싶다

봄을 알리는 다랭이마을의 유채꽃

돌아보면 온통 산이었던 동네에서 자란 탓일까. 바다로 떠날 때는 그게 어디든 괜스레 기대가 되었다. 끝을 모르고 펼쳐지는 드넓음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기대했던 남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다랭이마을은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곳. 층층이 자리한 계단식 논과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를 처음 본 순간 드는 생각은 ‘묘하다!’ 이거였다.

농지가 부족했던 선조들이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고. 이런 지형적 특징 때문에 아직도 다랭이마을에서는 농사철에 소와 쟁기가 필수라고 한다. 찾았던 때는 농번기가 아니어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 대신 논 곳곳에 피어난 유채꽃을 볼 수 있었다. 유채꽃이 만개해 논을 가득 채우면 얼마나 장관일까 궁금해졌다. 사실 유채꽃이 아니더라도 바다, 산, 계단식 논의 조화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유채꽃 덕분에 따뜻한 날이면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니 마을 입장에선 좋은 일이지 싶다.

천천히 마을을 돌다가 마당이 매력적인 카페에서 잠시 쉬어갔다. 앉은 자리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여기서 살면 사계절 내내 답답함 없이 살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진짜 살아보지 않고서는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농사일을 시작하는 다랭이마을의 주민

다랭이마을은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곳. 층층이 자리한 계단식 논과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를 처음 본 순간 드는 생각은 ‘묘하다!’ 이거였다.

죽방렴에 갔는데 멸치가 유명하대

남해에 멸치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남해에 대해 아는 거라곤 독일마을과 다랭이마을이 다였는데, 죽방렴을 찾다가 알게 되었다. 남해는 멸치도 유명하다는 걸

죽방렴의 일몰은 낭만적이다

남해군 창선면 지족해협 일원에 있는 죽방렴은 이른바 ‘죽방멸치’를 수확하는 곳이다. 죽방렴은 정확히 물고기를 잡기 위해 대나무로 엮은 발을 가리킨다. 삼국시대 이후부터 오랜 세월동안 행해진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이자 장치를 통틀어 죽방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남해는 현재까지도 죽방렴을 통해 활발하게 고기잡이를 진행하고 있어서 유명해졌단다. 주요 어종은 멸치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죽방렴 멸치는 최상급 멸치로 인정받는다고. 크기별로 까나리, 밴댕이, 대멸, 중멸, 소멸, 세멸, 세세멸로 나뉜다.

실제로도 멸치가 모여 있는지 궁금해 안을 한참동안 들여다봤지만, 팔뚝만한 크기의 이름 모를 물고기만 죽방렴 안을 휘젓고 있었다. 은빛 멸치 대신 죽방렴으로 드리우는 낙조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죽방렴에서 작업을 하는 어부의 모습

보리암에 올라가면 남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보리암이라면 올라가야지

이상하게도 여행을 가면 꼭 산을 타게 된다. 다행히 보리암은 차로 이동 후 도보로 30분 정도 올라가면 된다는 사전 정보로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망설임이 없었던 것 치고 꽤나 고된 등산길에 ‘아, 다음에는 절대 산을 타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겨우 올랐다. 포기하기는 아까웠으니까. 더군다나 일출이 기가 막힌 곳이라니 남해까지 왔는데, 안가면 섭섭하니까.

다 좋았다. 보리암 주변의 웅장한 바위부터, 산중에 자리한 암자와 삼층석탑, 그 앞에 펼쳐진 남해의 자연까지. 원효가 왜 이 깊은 산속에 보리암을 창건했는지 알 것도 같다.

이 수려한 자연 덕분인지 역사에서도 보리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태조 이성계는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다는 뜻에서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지금의 보리암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양양 낙산사, 강화군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보살 성지로 꼽히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여기도 괜찮다고

유유자적 카페유자

남해 여행에서 만난 아저씨가 그랬다. “남해 유자는 약이에요.” 그 약으로 음료를 만들고 빵을 만드는 카페다. 유자를 넣어 직접 반죽해 만든 카스테라는 이 카페의 명물.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 아늑함도 느낄 수 있다. 마당에 앉아서 햇살 맞으며 유자 카스테라 한입 해보자.

  •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423(*매주 수요일 휴무)

멸치쌈밥 남해향촌

멸치가 유명하니 그 요리도 유명한 것은 당연지사. 남해에는 멸치쌈밥집이 많다. 멸치쌈밥은 통으로 놓고 조린 멸치를 쌈에 싸먹는 별미. 비릴 것 같지만 안 비리다. 다양한 밑반찬과 함께 든든하게 먹길 원한다면 Pick!

  •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278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