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r. Apr Vol.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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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ar. Apr Vol.116

인천 중구청으로 가는 얕은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건물로 즐비하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카페와 갤러리, 서점 등이 생겨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신인천발전본부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인천 개항누리길. 개항누리길 중에서도 복닥거리는 차이나타운 옆, 일본식 목조 가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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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보듬어

인천 개항누리길

Write. 박영화 Photograph. 정우철
Video. 성동해 Illust. 청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인천 중구청으로 가는 얕은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건물로 즐비하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카페와 갤러리, 서점 등이 생겨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신인천발전본부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인천 개항누리길. 개항누리길 중에서도 복닥거리는 차이나타운 옆, 일본식 목조 가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 시절의 낯선, 개항장

1883년 1월 1일, 인천의 바다가 열렸다. 1882년에 체결된 제물포조약에 따라 조선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신문물이 쏟아진 것이다. 자그마한 포구였던 이곳은 개항과 함께 일본의 조계지(외국인 거주지역)로 지정되면서 은행과 회사, 별장과 호텔 등 일본식 건축물이 여기저기 솟아났다. 옛 일본영사관인 중구청과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 일본 제58은행 인천지점 등이 그것. 변화한 개항장은 갓 쓰고 도포 입은 조선인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아픈 풍경이었다.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이었던 인천개항박물관

중구생활사전시관 앞에 전시된 옛날 지하철 조형물

개항 당시 거리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

아픔을 보듬어 더 특별한

거리 곳곳에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려있지만 현재는 박물관, 전시관 등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고 주변지역을 정비해 역사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일본영사관은 광복 후에 인천시청으로 사용되다가 1985년부터 중구청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과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은 각각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과 ‘인천개항박물관’으로 리모델링 후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조성한 아픈 역사의 현장. 이곳이 더 특별한 이유는 과거를 없애고 새로움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낡은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더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받아 130여년의 근현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개항누리길은 관광분야 최고 권위 상인 ‘2020년 한국 관광의 별’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왼쪽은 청국조계, 오른쪽은 일본조계로 나뉜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구 인천일본제18은행지점이었던 인천근대건축전시관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조성한 아픈 역사의 현장. 이곳이 더 특별한 이유는 과거를 없애고 새로움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낡은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더했기 때문이다.”

창고건물이 예술의 공간으로

대한통운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인천아트플랫폼

개항누리길에는 백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낸 건물과,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들이 많이 남아 있다. 개항 후 인천항의 물류운송 업무가 증가하자 갯벌을 매립하여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건물을 세웠다. 특히 해안동 일대에 많이 지어졌는데, 약 1,7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는 현재 창작 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전시장과 공연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또한 이러한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한 것. 물류창고, 김치공장으로 활용되던 이곳은 2년여의 공사를 거쳐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부속 건물로, 전시, 교육, 행사 등 한국근대문학과 인문학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더욱이 이곳은 전국 최초의 공공 종합문학관이라는 의미가 있다.

인천항의 물류수송 담당이었던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은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1899년 지어진 좌우대칭의 절충주의 양식 건축물

전국 최초의 공공 종합문학관인 한국근대문학관

개항 초기 인천에 세워진 일식주택들은 대부분 목조다

달빛 따라 문화재 야행

개항누리길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夜行)’ 행사에 참여하면 된다. 문화해설사와 개항장을 둘러보는 역사도보투어 프로그램으로, 6가지 테마(한국, 중국, 일본, 각국, 경제, 종교)로 나눠져 있다. 인천 개항장의 역사를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2016년에 만들어졌는데, 매년 6월과 9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도보로 떠나는 야행’을, 온라인에서 ‘랜선으로 떠나는 야행’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부 프로그램은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니 개항누리길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사전예약은 필수다.

개항누리길 정보는 여기에!
• 인천시 중구 문화관광 www.icjg.go.kr/tour
•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 www.culturenight.co.kr

우리 동네 인천은요~

버텀라인
인천시 중구 신포로23번길 23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버텀라인은 올해 38주년 된 재즈클럽입니다. 손님으로 버텀라인을 찾았다가 이곳의 매력에 빠져, 26년 전 인수하게 되었어요.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으로, 1990년 초반 번성기였다가 세월에 따라 쇠퇴기를 겪기도 했지만 개항누리길 덕분에 다시 활기를 띠고 있어요. 재즈바를 자랑해주세요 이곳은 백년이 넘은 공간으로 중소기업벤처에서 인증한 ‘백년가게’로 건축사적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또 재즈가 대중적인 음악이 아닌데, 그 음악으로 40여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앞으로의 바람은 뭔가요? 주말마다 라이브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데요. 역사를 품어온 장소인 만큼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재즈 선율이 흐르는 곳으로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흑백사진관 우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27번길 101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평소 사진관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는데, 비어있는 가게를 보고 사진관을 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2017년에 오픈하게 되었어요. 같이 있을 때 더 좋은 ‘우리’라는 이름처럼, 함께 찍었을 때 사진에 대한 좋은 감정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사진관을 자랑해주세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최우선으로 추구합니다.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아요. 컬러사진은 옷이나 소품에 시선이 간다면 흑백사진은 사람의 표정에 더 집중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바람은 뭔가요? 이곳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져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었지만, 손님 한명 한명에게 좀 더 집중하고 여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문학소매점
인천시 중구 신포로27번길 89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행복해지는 길을 찾다가 서점을 열게 되었어요. 책에 관한 좋은 추억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도 그 추억을 공감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평소에 개항누리길을 좋아해서 이곳에 서점을 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점을 자랑해주세요 과거에는 이곳이 일본인이 살았던 곳이지만 현재는 한국인이 사는 곳이잖아요. 한국 작가의 책만 판매하고 있어요. 외국 작품을 찾는 분들은 잠깐 둘러보고 나가시지만 한국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은 보물찾기 하듯 오래 머물곤 하세요. 편하게 오셔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책 한권 추천해주세요 최근에 <쇼코의 미소>라는 책을 읽었어요. 한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체나콜로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69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나요? 제가 유년시절을 이 동네에서 보냈어요. 이태리의 한 골목을 걷다가 맛집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처럼, 개항누리길을 걷다가 맛집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2019년 여름 이태리 식당을 오픈하게 되었어요. 체나콜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라는 명화에서 따온 이름으로,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한 식당이라는 뜻입니다. 식당을 자랑해주세요 이태리 음식은 피자나 파스타 외에도 다양한 가정식 요리가 있는데요. 맛있는 이태리 음식을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인테리어도 갤러리처럼 꾸미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손님은 음식을 즐기고, 작가님은 작품을 알리면 좋잖아요. 대표 메뉴는 뭔가요? 감자를 버터에 구워서 감자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버섯크림뇨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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