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스타트!

온라인 서비스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엎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일생을 위하여
‘십일리터’ 김광현&박주용 공동대표

Write. 강초희 Photograph. 조병우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헬스케어 시장 역시 눈에 띄게 성장했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사람처럼 ‘아프다’고 말하는 게 아닌 만큼 언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매일 꾸준히 영양제를 먹이고 추적 관리를 해도 반려동물의 건강이 걱정되는 건 반려인들의 공통된 걱정거리일 것이다. 이를 혁신으로 해결한 스타트업이 있다. 온라인 문진 서비스로 반려동물의 질환을 예방하며 1년이라도 더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반려인과 살길 원하는 ‘십일리터’다.

Q. 십일리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광현(이하 ‘김’) 사람이 65세에서 70세 정도 되는 나이부터 노화가 많이 진행되고, 또 보통 ‘고연령’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반려동물의 나이로 환산하면 11살 정도인데요. 그래서 사명에 ‘십일’을 넣게 되었고, ‘Life’의 L을 ‘리터’로 표현해서 사명을 ‘십일리터’로 정했습니다. 저희 미션은 ‘One more year with you’로,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반려인과 1년을 더 살 수 있게끔 저희가 도와주는 게 목표입니다. 창업은 제가 2020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시작했고요, 공동대표인 박주용 대표님은 수의사로서 처음에는 어드바이저로 사업에 참여하시다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박주용 대표님께서는 수의사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되셨는데요. 진로가 바뀐 것에 대한 계기가 따로 있으셨을까요?

박주용(이하 ‘박’) 저는 수의에서도 내과를 전공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했을 적 관련 업체들이 자문을 많이 구했는데요. 그러면서 제가 현장에서 동물을 진료하는 일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동물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창업에 대한 생각을 조금 하게 되었고요. 창업하신 분들이 구인구직을 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김 대표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문 위주로 십일리터에 참여하다가 회사가 법인 전환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저 역시 다니던 병원을 그만둔 후 공동대표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십일리터가 출시한 어플리케이션 ‘라이펫’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라이펫을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본가에 있지만, 제가 고양이를 구조해서 키웠어요. 구조 1시간 전까지 제가 고양이 집사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죠. 그러다 갑작스럽게 반려인이 되었는데요.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렇게 초보 반려인이 된 분들은 반려동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너무 방대한 분량에다가 무엇이 본인에게 필요한 지식인지 모르죠. 게다가 어느 경우에 동물병원에 가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집에서 반려동물의 질병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질병 예방이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온라인 문진 서비스 ‘라이펫’을 개발했습니다.

Q. 온라인 문진 서비스는 이용자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듯합니다. 이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실제로 현장에서 수의사가 검사하는 결과 대비 온라인 문진이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문진을 만들어놓은 후 임상시험 수탁기관에 이를 테스트해봤어요. 임상시험 수탁기관은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전문 업체인데요. 그곳에서 문진 결과가 수의사의 검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평가를 내렸죠. 온라인 문진은 동물 신체를 10부위로 나눴으며, 부위당 총 20질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정확도가 93% 정도 나와서 서비스를 출시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라이펫’을 론칭했습니다.

Q. 온라인 문진에 대한 한계도 짚어봐야 할 문제인 듯합니다. 라이펫은 이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나요?

온라인 문진 결과가 나오면 수의사와 온라인 상담을 연결해드립니다. 수의사는 문진 결과를 토대로 상담을 진행하고요. 그러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과 같은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김 대표님은 한 인터뷰에서 라이펫은 초보 반려인을 위한 맞춤 케어 서비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5년, 10년 이상의 반려인을 위한 맞춤 케어 서비스도 제공해야 할 순간이 올 텐데요. 이와 관련한 계획이 있을까요?

처음으로 온라인 문진을 했던 반려동물이 성장하면서 두세 번 더 온라인 문진을 하게 되면 그에 맞춘 반려동물 생애주기 건강 데이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경우가 많이 모인다면 품종별 생애주기 건강 빅데이터가 생성되겠죠. 이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어떤 품종이 몇 세가 되면 이러한 질병에 자주 노출된다고 반려인들에게 미리 알려드리면 좋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이 온라인 문진 결과를 토대로 하는 통계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십일리터의 자체 상품인 반려동물 맞춤 영양 솔루션 ‘포베스트’도 개발해 판매 중입니다. 여기에도 온라인 문진의 데이터가 기반이 되었겠네요.

온라인 문진 서비스가 10군데 신체 부위 질병을 예측하다 보니 그에 맞춰서 영양제도 10종류가 있습니다. 최근에 라이펫을 이용하는 반려인들의 반려동물 품종을 분석해보았더니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강아지의 경우 가장 많은 종이 푸들과 포메라니안, 몰티즈, 비숑 프리제였고, 고양이의 경우는 코리안 숏헤어였습니다. 특히 코리안 숏헤어는 49%나 차지했죠. 그래서 품종별로 저희가 영양제 키트를 따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영양제를 단품으로 판매할 때보다 훨씬 반응이 좋더라고요.

Q. 지금처럼 라이펫이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셨나요?

창업이 계획하는 대로 다 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망망대해를 헤엄쳐서 왔는데요. 앞으로는 조금 더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병원에서 정형화된 일상을 보내다가 창업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매일매일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아무리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놔도 달성 직전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수정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의 중심을 잃지 말아야겠구나 합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많은 것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뀌니까요

Q. 9월에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서비스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반려견의 슬개골 탈구를 알 수 있는 AI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입니다. 반려견의 뒷모습을 사진 찍으면 일정 각도를 통해서 슬개골 탈구를 알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슬개골 탈구가 반려견에 있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거든요. 펫 보험사의 보험 지급 사유의 압도적 1위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슬개골 탈구 진단은 동물병원에 가서 X-ray를 촬영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기까지의 과정과 병원비용, 또 슬개골 탈구가 아닐 경우라든가 이미 너무 늦었다든가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저희 서비스는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확신해요. AI 기반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경쟁업체의 경우 대부분 안과나 피부질환 위주거든요. 슬개골 탈구 진단 서비스는 저희가 처음입니다. 현재 정확도는 90% 초반까지 나옵니다.

Q. 라이펫을 어떤 기업으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서비스로 이용자를 모은 다음 자체 반려동물용품을 제작해 이를 판매하는 형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죠. 시장의 흐름과는 달리 저희는 기술 쪽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서비스만으로도 수익을 충분히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슬개골 탈구 진단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질병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진단 가능한 반려동물 토탈 건강검진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저는 수의사로 일했을 때도 그렇고, 현재 대표직으로 있을 때도 그렇지만,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들의 대부분이 항상 질병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 왔어요. 사람과 달리 건강검진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예후가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아예 예방까지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상황이 많았죠.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헬스케어는 선행적이 아니라 후행적이에요. 저는 저희 서비스가 우리나라 반려동물 헬스케어를 선행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희 미션처럼 반려동물이 1년이라도 더 반려인과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요.

열정-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