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프로그램

한때 인터넷에서 맞춤법을 황당할 정도로 틀린 이들을 향해 ‘맞춤법 파괴자’라는 이름을 붙여 그 사례들을 공유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너는 나에게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가 어쩌다 저렇게 파격적으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맞춤법 파괴자가 많다는 사실. 이번 기회로 나 또한 맞춤법 파괴자는 아니었는지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충격 실화★
★충격 실화★

‘맞춤법 파괴자’

‘맞춤법 파괴자’

* 틀린 맞춤법 예시는 실화가 맞습니다. 단, 사례는 틀린 맞춤법이 나올 법한 상황을 가상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사례 ①. 시험시험 하면 더 힘들 것 같은데

나 곧 시험이야. 요즘 완전 힘들고 지쳐.

파괴자

진짜? 준비는 잘 되어가고?

벼락치기지, 뭐.

요즘 매일 밤샘 공부야. 진짜 힘들어 죽겠어

파괴자

에구, 힘들면 시험시험 해.

사례 ②. 거래자님, 지금껏 어떻게 거래하셨나요?

파괴자

안녕하세요? 요가매트 구매하려고 하는데요, 가능할까요?

네네! 가능합니다.

파괴자

택배 거래로 부탁드립니다. 운송장 찍어주시면 괴자번호 로 입금해드릴게요.

…네? 괴자번호요?

파괴자

네! 판매자님 괴자번호요!.

사례 ③. 내가 곡할 것 같다

파괴자

귀신이 고칼로리네.

그게 무슨 소리야?

파괴자

아니, 귀신이 고칼로리라고.

그니까 귀신이 왜 고칼로리인데.

파괴자

귀신이 고칼로리라니까?

뭐라는 거야?

파괴자

이거 속담인데. 몰라?

야 설마…….

사례 ④. 너 덕분에 골이따분하지 않아

그러니까 안 된다고.

파괴자

친구들끼리 1박 2일로 여행 가는 건데 왜 안 되는데.

이성친구도 같이 가잖아? 무슨 일 생길 줄 알고?

파괴자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애들이야. 일은 무슨 일이 생겨?

그래도 안 돼.

파괴자

너 정말 골이따분한 성격이구나.

사례 ⑤. 스타일에도 안부를 묻는 친절한 마음

파괴자

웨딩 촬영 드레스 골랐어?

아니, 아직. 지금 보는 중이야.

파괴자

일주일 뒤 아니야? 배송 기간까지 생각하면 빨리 주문해야지 않아?

그건 그런데… 이건 어떤 거 같아?

파괴자

솔직히 말해도 돼?

파괴자

너무 문안한 스타일인데. 다른 건 없어?

……문안? 무난이 아니라?

파괴자

응. 문안해.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사례 ① : 시험시험

쉬엄쉬엄

사례 ② : 괴자번호

계좌번호

사례 ③ : 귀신이 고칼로리

귀신이 곡할 노릇

사례 ④ : 골이따분한

고리타분한

사례 ⑤ : 문안한 스타일

무난한 스타일

나만 헷갈리는거 아니지?
나만 헷갈리는거 아니지?

맞춤법 & 어휘

맞춤법 & 어휘

① ‘에’냐 ‘의’냐 그것이 문제로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에와 의를 헷갈려하며 혼용해서 사용한다. 이번 기회에 바로잡자. ‘에’는 방향을, ‘의’는 소유를 나타낸다. ‘너에게 간다’처럼 방향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에’를, ‘너의 사랑’처럼 소유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절대 ‘에’가 아니라 ‘의’를 사용한다.

② ‘뿐만 아니라’로 문장을 시작해도 될까?

‘한국남부발전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빛드림본부를 두고 있다’처럼 우리는 흔히 ‘뿐만 아니라’로 문장을 시작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뿐만 아니라의 ‘뿐만’은 보조사 ‘뿐’에 보조사 ‘만’이 붙은 말로, 문장의 첫머리에 나올 수 없다. 그 앞 문장을 받는 대명사 ‘그’를 넣어 ‘그뿐만 아니라’라고 사용해야 옳다.

③ ‘다음날’과 ‘다음 날’ 둘 중 무엇이 옳나요?

둘 다 문맥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다음날에 만나면 식사나 함께하시죠’와 같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어떤 날’을 뜻할 때는 ‘다음’과 ‘날’이 결합해 만들어진 명사 ‘다음날’을 쓴다. 하지만 어떤 날의 그 다음 날, 즉 ‘추석 다음 날’과 같은 경우에는 각각의 단어인 ‘다음’과 ‘날’을 띄어 적는다.

④ ‘눈에 띠다?’ ‘눈에 띄다?’ 헷갈려요!

‘띠다’는 감정이나 기운, 어떤 성질을 나타낼 때 사용하며,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로 감았던 눈이 떠진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띄다’는 항상 ‘눈’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⑤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감정은 틀렸습니다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해 헤아린다는 의미다. 감정의 크기가 커졌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걷잡다’가 맞다. ‘걷잡다’는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를 붙들어 잡다’라는 뜻이다.

⑥ ‘뱃속’은 마음을 낮추는 표현이란 사실을 아세요?

우리는 흔히 ‘뱃속에 아이를 품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배의 안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배 속’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즉, 이 경우 ‘배 속의 아이’가 맞다.

아직 내겐 너무 어려운
아직 내겐 너무 어려운

외래어 표기

외래어 표기

① 프로그램 알고리듬을 완성했다

정말 의외지만, ‘알고리듬’은 맞는 외래어 표기법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알고리즘’도 맞는 표현이다. 외래어 표기법 제5항에 의하면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처음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알고리듬(Algorithm)’과 ‘알고리즘(Algorism)’의 어원을 모두 인정해 현재는 둘 다 표준어로 사용할 수 있다.

② ‘Caffe Latte’는 표준어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Caffe latte. 그러나 이 단어의 한국어 표준어는 아직 없다. 정부 언론 외래어 심의 위원회에 아직 심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탈리아어 표기법에 따르면 ‘카페 라테’ 정도로 사용할 수 있겠다.

③ 혹시 알러지라고 쓰고 있나요?

알레르기를 ‘알러지’라고 쓰는 이들을 우리는 흔하게 본다. 외국인이 발음하는 ‘Allergy’를 한글로 옮기면 ‘알러지’가 되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알러지가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러 언어에서 기원한 외래어들은 가능한 원어에 발음에 가깝게 적는 게 합리적이다. 모든 외래어를 영어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Allergy’는 독일어에서 들어온 말로, 독일어 발음에 가깝게 ‘알레르기’라고 표기해야 한다.

④ 캘린더, 카렌다 모두 표준어가 아니다

새해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캘린더. 또는 카렌다. 하지만 이 두 단어 모두 표준어가 아니다. 캘린더는 영어에서 온 표현이며, 카렌다는 일본식 영어다. 이 둘을 대체하는 정확한 단어는 ‘달력’이다. 앞으로 달력이라고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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