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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에너지 이야기

생태 도시 전환 해법은
‘자발적 노력’

<다큐멘터리 : 내일>
코펜하겐과 레이캬비크, 레위니옹 주민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인간답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몇 해 전부터 TV 프로그램을 통해 공기를 사고파는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처럼 이제 사계절은 계절의 온전한 모습보다는 미세먼지에 뒤덮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울러, 재활용품 수거 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갈등으로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과 스티로폼이 수북이 쌓였다. 정부의 대응도 안이하지만,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이종길 아시아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감독 : 멜라니 로랑, 시릴 디옹

개봉 : 2018년 4월 5일

장르 : 다큐멘터리

등급 : 전체 관람가


유해가스 배출 증가…인류에 중대한 시점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 기업은 석유회사 사우디아 람코다. 순이익이 1111억달러(약 128조3,760억 원)에 달한다.
우리 삶이 얼마나 석유에 의존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은 화석연료 때문에 발전했다. 발전과 운송, 난방, 조명. 모두 화석연료 층을 채취해 누리는 혜택이다. 하지만 이 현상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많이 사용할수록 대기권이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에 가려 온종일 해를 못볼지도 모른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지구의 물 주기가 달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산업 활동으로 온도가 1℃ 상승하면 대기권 증발이 7% 늘어난다. 집중 강수로 물의 주기가 완전히 교란될 수 있다”며 “심각한 수해와 폭설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태계는 이런 극심한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여섯 번째 멸종기’라고 일컫는다. 지구의 내적 변화로 일어나는 파국이다. 위험 신호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감지된다. 도시화가 계속되면서 시가지가 확장돼 농촌과 산림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생태계 서비스의 편익 감소는 주민의 삶을 위협한다. 특히 직주 분리가 심화 되면서 늘어난 도시의 자동차들은 심각한 유해 가스를 내뿜는다. 리프킨은 “변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20년쯤 남았다. 인류에게 중대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내일’로 준비하는 우리의 ‘내일’

이와 관련, 멜라니 로랑ㆍ시릴 디옹 감독의 ‘내일’은 문제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영국, 미국, 인도 등 세계 10개국을 돌아다니며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살피고 해결책을 찾는다. 제작진은 긴 여정에서 기후변화가 환경 문제뿐 아니라 경제와 민주주의, 교육 등과 직결돼 있음을 파악한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지구의 미래를 바꿀 실험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해답을 구한다.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이상적인 도시는 덴마크 코펜하겐이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난방시스템에서 석탄과 석유를 배제하는데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 덕에 20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0% 줄였다. 주민과 정치인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다. 현지 최대 에너지 기업인 동 에너지가 석탄 화력 대신 바이오매스(생물체 열분해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건설된 아베되르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발전소가 됐다.



인근 해변에서는 시청과 주민 수천 명이 투자한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한스 소렌센 미델그룬덴 풍력발전 소장은 “덴마크 국민 2만여 명이 풍력발전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은행보다 나은 6~7%의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계획이다. 바이오매스와 풍력은 물론 태양열, 해양에너지, 지열 등의 활용을 늘릴 방침이다.

지열과 수력으로 이룬 에너지자립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는 이미 에너지자립을 이룬 도시다. 지열과 수력으로 도시 전체에 전기와 온수를 공급한다. 석유 없이 살 수 있는 대책을 찾다가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렸다. 군디 요하네슨 아이슬란드에너지공사 사장은 “프랑스, 스위스,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도 충분히 지열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작은 섬 레위니옹도 경제적 이유로 일찌감치 재생에너지를 개발했다. 태양광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땅에서 과일과 채소를 가꾸고, 지붕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태풍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빗물을 저장해뒀다가 농업 용수로 사용한다. 태양광 하우스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600가구에 공급된다. 이를 담당하는 회사인 아쿠오에너지는 농민에게 무료사용권을 주는 대신 지붕사용권을 얻는다. 모두에게 이득인 파트너십이다. 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것은 옛말이다. 1970년만 하더라도 태양광 1W의 가격은 66달러였다. 지금은 66센트다. 태양광 패널값만 내면 무료로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리프킨은 “독일에서 대부분의 전기는 작은 회사들과 민주적 협동조합이 생산한다. 모두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다”며 “4대 발전사는 21세기 생산전력의 7% 미만을 담당할 뿐이다.


에너지 절약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어야

영화는 이런 희망을 다각적으로 짚고 넘어간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를 다시 관찰하는 식이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모든 문제가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등이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동시다발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 이는 모두가 힘을 합칠 때 가능해진다고 한다. 낭비를 줄이고 소비 습관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오늘날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60~65%는 불필요하게 사용된다.

코펜하겐은 건물과 집 대부분을 단열이 잘 되게 개조했다. 상당한 투자가 따랐으나 결과적으로 시민의 전기요금을 크게 줄였다. 시내 100㎡의 아파트에서 매달 7~8만 원을 낸다. 프랑스에서는 같은 면적에 약 22만 원을 지출한다.

이 영화에서 소개하는 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누구보다 거주민이 생태 도시로의 전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데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마냥 부러워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사람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제작진은 그 희망이 관객 개개인에게 달렸다고 강조한다.

“다양성이 진정한 힘이다. 개개인과 각 공동체가 더 자율적이고 자유롭다. 권리와 책임감이 더 크다. 인체의 세포들처럼 제대로 기능하려면 상호 의존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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