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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자연과 비운의
역사가 조우하는 땅

영월 단종의 발자취를 따라서
강원도 내륙 깊숙한 곳 태백산맥 자락에 영월이 있다. 치악산, 태백산, 소백산이 에두르는 땅이니만큼 첩첩산중 길이 험해
쉽게 오갈 수 없는 오지였다.
덕분에 수려한 자연경관이 보존되어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지만 해도 4곳. 장미에 가시가 있듯,
천혜의 자연 속에 슬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비운의 왕, 단종이 유배되어 생을 마감한 영월, 신록 가득한 7월에 이곳을 찾았다.

글.사진 임운석(여행작가)


단종의 눈물이 서린 육지 속 작은 섬, 청령포

첩첩산중에 자리한 영월은 강원도 특유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칼로 자른 듯 곧추선 선돌과 한반도의 형상을 꼭 빼닮은 한반도 지형 등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만 4곳에 이른다. 수려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레포츠도 흥미롭다. 동강의 협곡에선 래프팅을 즐기며 짜릿한 물맛을 볼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라면 다양한 콘텐츠를 전시한 30여 곳에 이르는 박물관을 찾아봐도 좋다.

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 더 가슴 저미는 것이 있으니 비운의 삶을 살다간 단종(1441~1457)의 생애가 그렇다. 조선 6대 왕 단종은 12살에 왕위에 오른 뒤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고립무원의 청령포에 유배됐다. 이후 생을 마감한 17살까지 비극적 삶을 이어가다 죽어서는 시신마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하는 섬과 같은 곳이다. 동·남·북 3면이 강과 맞닿아 있고 나머지 서쪽 면은 깎아지른 절벽지형인 까닭이다. 영월 청령포구 앞에서 바라본 청령포의 모습은 마치 창살 없는 감옥을 보는 듯하다. 2분 정도 배를 타고 청령포에 발을 들이면 빽빽한 소나무 숲속으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그 숲속엔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어소가 복원돼 있다. 궁녀와 관노가 생활하던 행랑채와 단종이 머물던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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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단종이 잠든 장릉,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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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청령포.


청령포에는 특이한 내력을 가진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한그루는 어소 담장 밖에서 어소를 향해 절을 하듯 굽은 모양 으로 자란 소나무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지금의 장릉에 묻은 엄홍도의 충절을 기려 ‘엄홍도 소나무’라고 부른다. 또 다른 나무는 솔숲 가장자리에서 큰 키를 자랑하듯 높게 자란 관음송이다. 키가 무려 30m에 이르는 이 소나무는 우리나라 자생 소나무 가운데 가장 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령은 600년이 넘었다. 이 나무를 관음송이라 부르는 이유는 ‘단종의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들었다’라고 해 ‘관음(觀音)’ 이라 부른 것이다. 관음송 뒤편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단종이 아내 정순왕후를 그리며 올랐다는 ‘노산대’와 막돌을 주워 쌓은 ‘망향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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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산신각과 단종어각이 자리한다.
    04 산신각은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는 단종을 모시고 있다.
    05 글 읽는 단종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장릉을 에워싼 물무리골 생태공원

비운의 단종은 죽어서까지 안식을 얻지 못했다. 1457년 10월 24일 단종이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나자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三族)을 멸한다’라고 세조가 엄명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니 거들떠 볼 수 없었던 단종의 시신을 거둔 이가 있다. 영월 지방의 호장(戶長) 엄홍도가 그다. 그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가다가 눈 내린 동을지 산기슭에 이르러 노루가 잠자던 자리에 눈이 쌓여 있지 않을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단종의 능인 장릉이 높은 언덕에 자리한 까닭도 그 때문이다. 장릉은 현재 여러 조선 왕릉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0여 년 전부터 장릉 주변 숲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습지식물과 수서곤충의 보금자리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에 이르러서는 장릉 주변 숲이 물무리골 생태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내륙습지 정도로만 인식되던 곳이었는데 생태공원이 들어서면서 나무데크가 놓이는 등 산책코스로 단장되었다.

생태공원 초입에 자리한 엄홍도기념관을 지나면 곧바로 깊고 아늑한 숲길이 펼쳐진다. 곧게 뻗은 전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에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는 듯하다. 바닥에는 굵은 나무 톱밥을 깔아놓아 잡초의 번식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탐방객들이 보행에도 도움을 준다. 전나무 숲엔 나무평상이 여러 개 설치돼 있어 탐방객들이 숲을 공유하고 숲과 교감할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생태공원의 특징 중 하나는 공원 전역에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탐방객에게는 보행의 편의성을, 숲에게는 생태 보존성을 높인 셈이다. 전나무숲길을 지나면 소나무숲길, 자작나무숲길이 이어진다. 초록 잎이 무성한 숲속에 나무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가 하얀 수피를 뽐내고 있어서인지 숲의 격이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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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물무리골 생태공원에는 전역에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다


물무리골은 주변의 높은 산에서 물에 실려 온 모래와 진흙, 점토 같은 퇴적물이 쌓여 오늘날과 같은 습지가 조성됐다. 물무리골에는 152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갈대와 부들 등이 대표적인 수생식물이다. 이외에도 동의나물, 잠자리난초, 좀개 미취, 거센털지치, 물쇠뜨기 등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습지 식물들이 자생한다. 특히 멸종 위기 식물인 산작약과 백부자 등이 발견돼 생태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수서곤충들도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 친근한 잠자리를 비롯해 소금쟁이 등이 그것이다.

단종, 보덕사에서 늠름한 왕으로 기억되다

1시간 남짓 숲 산책을 마치고 발길을 향한 곳은 장릉마을이다. 예로부터 소나무가 울창했던 까닭에 마을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나무를 이용해 많은 것들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장릉의 나무를 베려고 하자 도깨비가 나타나 방망이를 들고 혹떼기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장릉 주변에 있는 나무에 손을 대지 않고 농한기가 되면 혹떼기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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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1832년에 지은 해우소는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32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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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수령 400년 이상된 느티나무와 연잎 가득한 연못
장릉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보덕사가 나온다. 신라 문무왕 때 지은 절인데 1705년에 장릉 보덕사라 불리다가 1726년부터는 태백산 보덕사라 불리고 있다. 산중에 있는 절과 달리 주변 경관이 탁 트인 보덕사는 4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꽤나 볼만하다. 여름 더위쯤은 거뜬히 피해갈 넉넉한 그늘 때문이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연잎이 풍성한 연못까지 있으니 다른 곳보다 체감온도가 2~3도 정도는 낮은 것 같다.

1832년에 지은 해우소(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32호, 근심을 해결하는 장소라는 뜻의 사찰 화장실)도 눈길을 끈다. 모두 12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며 앞뒤를 나눠 뒤쪽은 여성, 앞쪽은 남성이 사용한다. 화장실 마다 문이 없어 드나들 때는 꼭 인기척을 내야 한다.

극락보전 오른편에 단종어각이 자리한다. 실내에 백마를 탄 단종에게 머루를 바치는 추익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으로 만나는 단종의 얼굴에서 비운의 그림자는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늠름한 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산신각은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는 단종을 모시고 있다. 이곳에도 백마를 탄 단종 그림이 걸려 있다.

생태고원 숲길을 거닐고 고요한 절에서 시름을 달래니 한낮의 뜨거운 햇볕도 잊을만하다. 싱그러운 자연이 넉넉한 품을 내어줘서인지 영월의 여름은 생각보다 무덥지 않다.

Travel Information 여 행 정 보

내비게이션 정보

▷청령포(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물무리골생태공원(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산131-1) ▷장릉(강원 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보덕사(강원 영월군 영월읍 보덕사길 34 보덕사)

여행 팁

강원도 영월을 더 알차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영월 투어패스다. 영월 투어패스는 관내 8곳의 관광지를 63%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72시간 동안 8개 관광지를 입장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과 48시간 동안 주요 관광지 3곳을 입장할 수 있는 BIG3 2일권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문의

청령포 관광안내소 033-374-1317 강원도하면 생각나는 감자가 듬뿍 올려진 보리밥이 유명한 장릉보리밥 집 이곳은 보리밥 외에도 두부부침과 메밀감자전, 도토리묵 무침을 만날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영월 관광지로 손꼽히는 물무리골과 장릉 일대와 가까워 몸과 마음의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1101-1
전화 033-374-3989

우) 48400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금융로 40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TEL : 070-771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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