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의 충전소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전기자동차 구매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찰나의 관심일 뿐 대부분은 생각을 더 진전시키지 못한다.
전기자동차말 나온 지가 십년쯤은 된 거 같고 보조금도 몇 천만 원씩 준다는데,
내 주변에 전기차를 모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다.
글 박종훈(칼럼니스트)
전 기 차 를 사 서 맘 편 히 굴 리 려 면
무 엇 보 다 충 전 이 쉬 워 야 한 다
실제로는 어떨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전기차 보급사업이 시작된 이래 연간 전기차 판매대수는 2014년에 1천대를 넘었고, 2017년에는 1만 3,826대였으며, 2018년에는 3만 대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이래 누적 전기차 보급대수는 약 5만 5천 대다. 올해는 더 많이 판매되긴 하겠 지만 글쎄, 8년 동안 5만 5천 대면 괜찮게 팔린 것일까? 참고로 우리나라 차량 등록대수는 2,3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승용차만 따져도 국내차량이 1,650만 대, 수입차량은 200만 대이상이다. 전기차 구매에 뭔가 저어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 왜 내가 굳이 0.3%에 속해야 하지라고 묻는 무의식의 발로였을지 모른다.
각설하고, 그런데 왜 전기차 판매대수가 아직 저 수준인걸까?
그에 대한 답은 실제 전기자동차를 구매했거나, 구매의 문턱 까지 갔던 사람들에게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중에는 주변에서 전기차를 사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겠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사서 맘 편히 굴리려면 무엇보다 충전이 쉬워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내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고, 아파트라면 주차장에서 충전하는 것이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주차면을 의무 할당하므로 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들 이라면 기존 주차면의 일부를 충전소로 전환하면 될 텐데, 난관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아파트 내에 충전소를 설치하 려면 입주자 대표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대표회가 없을 경우 입주민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은 아파트일수록 주민들은 반대하기 십상이다.
작년 7월 이후 전기차 충전기 설치 주차면에 일반차량이 주차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거부감은 더 커졌다. 반대의 명분은 차고 넘친다. “충전 전기세를 왜 입주민이 공동으로 부담하나? 전자파나 감전사고 우려가 있다. 충전을 많이 해정전되면 어쩌나?”(물론 모두 오해이고 기우다) 동의서를 얻지 못하거나 극히 적은 주차면에만 충전기가 허용되면, 다른 전기차 소유주들과 쟁탈전을 벌여야 하고, 차에게 집밥을 먹이지 못해 매번 마트나 공공 급속충전소를 전전해야 한다. 전기 외식은 단지 번거롭기만 한 일이 아니다. 급속충전소라고 해서 주유소처럼 몇 분 안에 충전이 되는 것이 아니며 최소 1~2시간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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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
다행히 대안들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다. 전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전기차 충전기술로 최근 ‘이동형 충전기’ 보급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작동방식은 이렇다. 아파트 주차장 곳곳에는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동형 충전기 사업자에게 연락하면 이 콘센트들을 ‘모자분 리’, 즉 전기료가 별도 산정되는 작업을 해준다. 모자분리된 콘센트 옆에는 RFID 태그가 부착되며, 전기차 소유주는 사용자 식별 모듈이 내장된 충전 케이블을 RFID에 갖다 댄 후 충전을 한다. 해당 콘센트에서 발생한 전기요금은 이동형 충전기 사업자가 한전에 먼저 납부하고, 사업자는 각 사용자들에게 이용요금을 청구한다. 주차장 내 여러 콘센트를 모자분리할 수 있다면 이동형 충전기의 장점은 명확하다. 전기차 전용으로 주차면을 할당할 필요가 없어 입주민들 설득이 쉬워 진다. 충전요금을 입주민들이 부당하게 부담한다는 오해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이동형 충전기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입주자 대표회의나 관리소장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모자분리가 되는 고압전기실이 있는 아파트나 대형건물에서만 가능하다는 제약도 있다. 무엇보다 충전 효율이 좋지 않아 케이블을 밤새 꽂아 두어도 흡족할 만큼 게이 지가 오르지 않는다.
전기차의 새로운 충전 방식으로 현재 실용화 논의가 활발한 것은 ‘무선전력전송 Wireless Power Transfer, WPT ’ 기술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술을 전기차의 충전에도 응용하자는 것이다. 구현방식은 이렇다. 노면에 묻은 송전 코일에서 차체의 밑부분에 설치된 수전 코일에 전자유도 응용기술인 ‘자기공명결합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한 다음, 이 전력을 전기차의 배터리로 보내 충전하게 된다. 무선전력기술은 WPT 은 송전 시스템을 주차면 바닥에 매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충전 가능 장소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충전 장소가 늘어 수시로 충전이 가능한 조건이 되면 배터리 용량을 지금보다 작게 할 수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많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WPT 기술을 연구해오고 있는데, 미국의 ‘와이트리시티 WiTricity ’와 ‘퀄컴 Qualcomm ’이 각각 진영을 구축하여 상용화 경쟁을 하고 있다. WPT 기술의 국제 표준화 작업이 조만간 완료 예정이어서, 올해부터 WPT 지원 전기차들의 출시가 잇따를 것이다.
편리한 충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물론 WPT도 한계는 있다. 대부분의 주차장 시설에 WPT가 도입된다면 시내 주행 정도는 배터리 신경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나 장거리 주행의 경우는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 과감히 배터리 용량을 크게 줄이기 어려우며, 전력 공급 시 출력이 작은 것도 장거리를 달릴 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있다. 전기차 업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일반 도로 및고속도로에 WPT 송전 시스템을 부설하여 전기차가 주행하는 도중에 필요한 전력을 얻을 수 있는 ‘다이내믹 무선전력 전송 Dynamic WPT ’이다. 다이내믹 WPT는 시내 주행 시 주행시간의 1/4은 신호 대기로 서 있는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도쿄대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신호등 정지선부터 뒤로 30m 구간의 도로 밑에 WPT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전기차 들은 신호 대기 중에 충전이 되어 215km 구간을 달려도 배터리 잔량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선이 없는 고속도로에서도 다이내믹 WPT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가드레일 에 전력을 공급하는 트롤리선(접촉선)을 두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전기차에 집전을 위한 로봇 팔 arm 을 내장하고, 전기를 받을 때만 팔이 차체 밖으로 나오게 해 트롤리선에 접촉하면서 달리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전철이나 트램 등이 움직이는 방식과 동일한 것이다. 주행하면서 충전이 되는 다이 내믹 WPT를 지원하는 전기차는 현재의 전기차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탑재하는 배터리는 최소화되고 주행거리는 거의 무제한이 될 것이며, 차체가 가벼워지니 차량 가격도 내려 가고 충전 요금도 낮아지게 된다.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민의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모습과 다이내믹 WPT로 충전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자. 지금까지의 충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가지 않는다면 전기자동차와 새로운 모빌리티의 미래는 어쩌면 오지 않을지 모른다. 전기차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그래서 ‘충전기 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