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억 대륙의 끝자락, 인도 남부에서 맞닥뜨리는 풍경은 이채롭다.
남인도는 자연풍광과 함께 다양한 문명이 조화를 이룬 땅이다.
수로 위 하우스보트, 히피들이 머물던 해변 등이 잔잔하게 녹아들었다.
그 위에 편견을 벗어낸 삶의 모습들이 차곡차곡 덧씌워진다.
글 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자원의 고갈, 이산화탄소의 배출 제한 등 세계는 에너지 전쟁 중이다. 때문에 전 세계는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인도의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행보는 매우 분주하다. 100개 도시의 스마트시티화를 진행 중이며, 2030년까지 석유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전면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시티의 핵심골자는 태양광등 신재생에너지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인도에서 화력발전에 이어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자연이 뒤엉키고, 적도와 가까운 남부지역은 태양광 발전에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의 친환경 햇빛 혁명
인도 전역에서 수많은 순례자가 찾아오는 티루말라 사원은 매일 하루 평균 10만 명이 식사를 하고 가는 사원이다. 이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만 3만 명이 일을 한다하니그 규모가 가히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세계인들이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곳에서 식사 준비에 사용되는 것이 태양열 에너지라는 사실이다. 티루말라 사원은 106개의 태양 집열 접시판으로 구성된 쉐풀러 조리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규모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다.
조리를 위해 사용되는 나무땔감을 줄여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보급되고 있는 이 태양열 조리기는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공장, 명상센터 등 열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다양하게 보급되고 있다. 현재, 인도에만 50만6천대가 보급되어 21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인도의 햇빛 혁명이라 불리는 태양열 조리기는 나무땔감과 기름의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의 태양광 이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IT 중심인 발갈로르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작동되는 신호등이 있다.
인도는 석탄 매장량이 세계 3위이지만 자원이 부족해 작은 마을의 경우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태양에너지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2005년에 개장해 연간 70만 명이 찾는 인도 최대 물놀이 공원 ‘원더라 워터파크’의 수온도 태양열 온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햇빛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 정부는 태양에너지의 보급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재생가능 에너지부를 두고 자체적으로 만들어 쓸 수있는 자립 에너지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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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코친의 도심 시장에서는 서민들의 일상이 번잡하게 녹아든다.
02 꼴람 수로의 하우스보트는 이동수단이자 삶터 역할을 한다.
03 마을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태양에너지 집열판
하우스보트 오가는 ‘인도의 베네치아’
남인도는 예로부터 수상 교통이 발달한 곳이다. 수십여 개지류의 강과 운하가 남쪽 대륙을 가른다. 긴 수로는 꼴람에서 알라뿌자, 꾸마라콤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의 주민들은 육로교통 보다는 수로가 오히려 익숙하다. 덩치 큰 배들이 운하를 오가는 정경은 ‘인도의 베네치아’를 연상시킨다.
물가에는 수상시장이 들어섰고 마을 역시 대부분 운하 옆에 기대 있다. 배를 타고 지나면 수로와 공존하는 남부 인도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베일을 벗는다. 아낙네들은 빨래를 두들기고 설거지를 한 뒤 천연덕스럽게 목욕을 한다. 호수같이 넓던 물줄기는 배가 간신히 오갈 정도로 좁아지기도 하고, 강둑으로는 한가롭게 소들이 손에 잡힐듯 지나치기도 한다. 모두 평화롭고 정겨운 모습이다.
미로같이 얽힌 수로에는 긴 나룻배와 하우스보트로 통칭되는 풍뎅이처럼 생긴 배들이 오간다. 하우스 보트는 원래 물길을 오가던 쌀 수송선을 개조한 것으로 대나무로 지붕을 이어 우아한 멋을 전한다. 수십여m 길이의 보트에 올라서면 부엌과 거실, 에어컨 등이 갖춰져 있다. 1박 2일 수로 투어에 나서거나 수상시장에서 생선을 구입해 즉석 요리도 가능하다. 하우스보트 체험의 압권은 배 위에서 맞는 새벽이다. 물안개가 자욱히 피어오르는 물길 위로 새벽 고기잡이를 나서는 쪽배가 가로지른다. 나룻배 위로는 물새들이 한가롭게 날갯짓한다. 생애 단 한번 겪을 이색 추억이 이곳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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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남인도의 재래장터 만나는 꽃시장.
힐링, 아유르베다 체험의 꼬발람
꼬발람은 인도 남부 제일의 해변 휴양지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꼬발람 해변의 전경은 아득하다. 수백 개의 어선들이 빼곡하게 도열한 모양새다. 초승달같은 해변, 낭만적인 등대 등이 인상적인 꼬발람은 20세기 초반 영국인들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코코넛 술을 팔던 열대 해안 마을이었던 꼬발람은 한때 히피들의 아지트로도 사랑받았다. 꼬발람 해변의 북쪽은 동남아의 휴양지에서나 만날 수 있는 리조트가 군락을 이룬다.
성수기인 12월에서 1월 사이를 벗어나면 현지인의 삶이 뒤엉킨 제법 한적한 해변이 외지인을 반긴다. 해 질 무렵,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기는 꼬발람의 풍경은 인상 깊은 장면이다. 꼬발람이 유럽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친화적인 체험과 아유르베다 마사지 덕분이다.
요가, 아유로베다를 테마로 한 리조트 숙소에는 에어컨, 텔레비전 등의 문명은 잠시 단절된다. 꼬발람에서 인도의 남쪽 땅끝마을인 깐야꾸마리까지는 차로 불과 1시간 거리다.
좁은 길목사이로는 세발달린 모터사이클인 노란색 오토 릭샤가 달린다. 깐야꾸마리는 인도양과 아라비아해가 만나는 성스러운 땅이다. 이곳에서 해와 달이 뜨는 모습을 지켜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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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꼬발람에서는 어부들의 그물 끄는 광경이 해변 위에 덧칠해진다.
06 고산지대를 따라 끝없이 늘어선 테카디의 차밭.
향신료 투어, 고산차밭의 테카디
남인도의 남,서쪽이 바다와 수로인 반면 동쪽 테카디 지역은 차밭이 늘어선 고산지대다. 서쪽 물길과 달리 동쪽은 산길이 꼬불꼬불 연결된다. 테카디의 고산차밭을 힘겹게 넘어서면 페리야르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인도에 10여 개 흩어진 야생동물 서식지 중에서는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페리야르 산정호수에 배를 타고 나서면 물소, 멧돼지 등이 한가롭게 물을 마시는 풍경을 엿볼 수 있다. 호랑이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으나 육안으로 마주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페리야르 인근의 쿠밀리는 향신료로 유명하며 야생동물 관람과 함께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한 향신료투어가 진행된다. 재래시장 등 골목 곳곳에는 향료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무더운 날씨의 남부 인도인들에게 ‘맛살라’로 통칭되는 향신료는 없어서는 안 될귀중한 식재료다. 어느 식당에 들어서던 노릇노릇한 향이 가득하다. 남인도에서 꼭 봐야 할 공연은 전통 마임극인 까따깔리다. 힌두신화를 소재로 표정과 손짓, 몸짓을 이용해 내용을 전달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배우들의 분장 과정을 적나라하게 지켜볼 수있다는 것이다. 일단 분장에 들어가면 배우들은 가끔 미소만 지을 뿐 무표정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희로애락을 과격한 표정과 손짓으로 표현하는 까따깔리는 흡사 중국의 경극을 닮았다. 남인도만의 독특한 공연으로 까따깔리를 가르치는 무용 대학이 별도로 들어서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