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삼척을 여행해 본 사람은 안다. 여름 못지않게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 삼척이란 걸.
작열하는 태양, 열정을 토해낼것 같은 시원한 바다, 젊음으로 덧칠한 듯한 푸르름 따위는
찾아볼 수 없지만 삼척다운 매력은 전혀 시들지 않기 때문이다.
삼척에는 바다와 함께 달리는 도로가 있고, 철길이 있으며, 바다를 가르는 케이블이 있다.
겨울 삼척을 만나는 특별한 방법.
그 세 가지가 답이다.
글.사진 임운석(여행작가)
바다는 도로를 따라, 낭만로드 새천년도로
동해안 낭만가도는 통일전망대가 있는 고성에서 출발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벗 삼아 달리다보면 어느새 강릉. 길이 끊어지지 않듯 드라이브도 멈추지 않는다. 솔내음이 묻어날것 같은 소나무가 울창한 경포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린다. 정동진에 이어 아름다운 해안도로 헌화로를 지나 강릉을 벗어난다. 세찬 바닷바람을 뚫고 도착한 곳은 동해와 삼척이 어깨를 맞댄 추암해변. 한때 밤 12시가 되면 방송이 종료되던 시절이 있었다. 방송 종료와 함께 애국가 영상이 방영됐다. 영상의 소재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그중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한 곳이 추암에 있는 촛대바위다. 매년 1월 1일이면 해맞이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삼척에서 손꼽히는 해맞이 명소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해돋이 사진을 찍으러 구름처럼 모여든다.
추암 해변과 맞닿은 작은 마을에는 김남조 시인이 노래한 ‘겨울 바다…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을 찾아온 여행자들이 몸을 녹일 만한 카페가 있다. 해돋이를 보지 못해도 괜찮다.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으니.
추암해변은 남쪽 증산해변과 맞닿아 있다. 두 해변 모두 해변 길이가 200m남짓한 작은 해변이여서 바다가 한 눈에 안기듯 들어온다. 탁 트였지만 눈부시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 다. 두 해변 사이에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에는 조각상들이 묵묵히 서서 추위를 이기고 있다. 추암해변은 해변을 걸어도 좋지만 기암과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가 더 걸을 만하다. 300m가 안 되는 짧은 산책로지만 촛대바위와 주변 기암 괴석이 한데 어우러진 진풍경이다.
01
01 새천년 도로의 일몰
증산해변을 지나면 삼척해변이다. 추암해변과 함께 삼척해변은 한때 일본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다. 추암해변에서 드라마 <겨울연가>, 삼척해변에서 영화 <외출>을 촬영했는데 주인 공은 욘사마 배용준이다.
삼척해변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은 백사장에 세워놓은 하트 조형물 ‘I love you’ 앞이다. 겨울 바다를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인증사진은 찍어두는 게 여행의 기술이다. 훗날 추억을 소환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삼척해변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가 제법 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너울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커피 한잔은 거뜬히 비워낼 것이다. 카페 ‘1994’와 카페 ‘바다페’ 가 전망이 좋다.
02
02 삼척해변의 랜드마크인 I LOVER YOU 조형물
삼척해변을 지나 이사부광장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를 ‘새천년 도로’라고 부른다.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해 만든 도로다.
약 4km정도 구간을 해안 절벽을 따라 달린다. 갯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가 동해바다 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곳에 비치조각공원과 소망의 탑이 있는 새천 년해안유원지 등 쉴만한 곳이 많다. 소망의 탑은 해맞이 명소로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새천년도로에서 동해안 낭만로드 가운데 역동적인 동해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있다. 도로가 이사부광장에 닿으면 새천년도로는 해안과 멀어진다.
바다는 철길을 따라, 삼척해양레일바이크
레일바이크는 철도 위를 네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다. 주로 정선, 문경과 같은 내륙의 폐철로를 이용하지만 최근에는 해안 선을 따라 달리는 해양레일바이크까지 등장했다.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는 2010년에 운행을 시작했다. 운영 1년 만에 탑승객 50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금까지 삼척을 대표하는 액티 비티로 자리 잡았다. 이것을 본떠 운행을 시작한 곳이 여수와 제주에 있는 해양레일바이크다. 그러니 삼척이 해양레일바이 크에서는 원조인 셈이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는 궁촌역에서 용화역 사이를 오간다.
편도 약 5.4km,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안팎이다. 어느 역에서 출발하든지 무관하지만 궁촌역에서 출발하는 편이 조금 더수월하다. 자가용 이용객을 위해 궁촌역과 용화역 사이를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바이크가 궁촌역을 벗어난다. 처음에 조금 힘이 들어갈 뿐 어느 정도 달리자 가속도가 붙어 힘들이지 않아도 스르르 미끄 러지듯 달린다. 궁촌역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나무숲길을 지난다.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솔향을 내뿜으며 개선 장군을 맞듯 환영한다. 대부분 잎이 억센 곰솔이다. 줄기껍질이 거무칙칙해서 ‘흑송’이라고도 한다. 바다 내음과 솔향이 어우러져 기분마저 상쾌하다. 500여m의 솔숲을 지나면 드넓은 바다가 마중을 나온다.
동해 특유의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시다. 창공을 가르는 갈매기의 날갯짓도 힘차다. 눈길 닿는 곳마다 시름을 잊게 한다. 바다풍경에 익숙해질 무렵 휴게소에 닿는다. 간이 정거장 개념으로 꾸며놓은 초곡휴게소 인데 간단한 주전부리를 판매한다.
03
03 삼척해양레일바이크가 솔숲길을 지나고 있다.
여기서 10분 정도 휴식하고 다시 출발. 초곡1터널입구에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터널은 황영조를 테마로 꾸며졌다. 초곡2 터널은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현란한 조명 쇼가 가슴을 들뜨게 한다. 이어서 마지막 용화터널을 지나면 종착역 용화역에 도착한다. 시속15~20km의 속도로 1시간을 달리는 동안 스트레스 수치는 떨어지고 쾌감수치는 높아졌으리라.
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이 있다. 힘들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싶다면 4인승도 괜찮겠지만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당연히 2인승이다.
04
04 동해안 낭만가도의 으뜸구간인 새천년해안도로
바다는 하늘을 날아, 삼척해상케이블카
삼척 장호항을 ‘동양의 나폴리’라 부른다. 해안선이 아름다워 서다. 장호리의 원래 이름은 장오리였다. 마을 지형이 수컷 오리인 장오리를 닮아서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장호 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장호리에 있는 장호항은 지난 5~6년 전부터 해양 레저형 체험마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기괴하게 생긴 갯바위들이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풍경, 초승달 모양의 용화해변, 남국의 바다가 부럽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 거기서 즐기는 스노클링과 투명요트,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장호항을 있게 했다. 2017년 6월 삼척 장호항에 명물이 또 하나 들어섰다. 개장 7개월 만에 30만 명이 이상이 체험했고, 일일 평균 1,400명이 이용하는 삼척해상케이블카가 주인공이다.
운행구간은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한 용화에서 장호해변. 해상케이블카의 특성상 탁 트인 바다를 상공에 매달린 채 감상 하는 것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케이블카 바닥이 투명유리로 제작돼 있어 짜릿한 스릴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푸른 바다와 하늘을 만난다. 창밖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데 날씨가 맑은 날에는 어느 곳의 색이 더 푸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케이블카에서 보는 풍광은 날씨가 크게 좌우한다.
05
05 장호항의 새로운 명물로 급부상한 삼척해상케이블카
날씨가 맑은 날에는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를 보는 듯하고, 날씨가 흐린 날에는 채도가 낮은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케이블카 운행거리는 874m. 케이블카를 한번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32명이다. 두 대의 케이블카가쉴 새 없이 오가며 탑승객을 태워가지만 밀려드는 탑승객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는 없는 법. 때문에 대기는 필수다. 용화역과 장호역에는 스카이라운지와 카페, 야외전망대,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케이블카는 왕복티켓보다 편도티켓을 이용하길 권한다. 케이 블카에서 내려서 반대편 역으로 해변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것도 운치 있기 때문. 작은 항구에 기댄 어촌마을의 한적한 풍경과 숲속으로 이어진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Travel Information 여 행 정 보
-
내비게이션 정보
-
삼척해변(삼척시 테마타운길 76), →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용화정거장(삼 척시 근덕면 용화해변길 23 용화정거장, 문의: 033-576-0656~8), →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삼척시 근덕면 삼척로 2154-31, 문의: 033-570-4606) 검색.
-
여행 팁
-
해양레일바이크 용화역과 해상케이블카 용화역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이용에 편리하다. 삼척해상케이블카는 바람이 강한 날에는 운항하지 않을 수 있으니 사전 확인 필수다.
-
문의
-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843
한국남부발전 삼척발전본부
사우가 추천하는 맛집
영화춘(033-572-6109)은 뚝배기짬뽕으로 유명하다. 작은 대야만한 뚝배 기에 푸짐한 해물과 야채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먹음직스럽다. 게다가 갈비까지 들어가니 육해공이 총출동한 셈이 다. 면과 함께 나오는 물만두는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밥을 추가로 시켜 국물에 말아먹는 것도 잊지 말 것. 대 25,000원, 중 20,000원.
임원항에 자리한 덕성식당은 속살이 뽀얀 물메기에 신김치를 넣고 끓여 얼큰하고 국물맛이 개운하다. 밑반찬들은 젓가락이 갈만한 것들만 차려져 믿음이 간다. 곰치국(12,000원)과 생대구탕(소 25,000원), 해물뚝배기 (8,000원)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