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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의 종은 울리나

5G 서비스
미국의 통신사 버라이즌 Verizon 은 당초 4월 10일 5G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다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계획을 1주일 앞당기기로 한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 3사, 삼성전자가 모여 4월 3일 오후 11시에
김연아 등 몇 명에게 5G 서비스를 기습 개통해 주었다. 버라이즌보다 2시간 앞선 것이었다.

박종훈(칼럼니스트)

5G 개통 1개월이 지났건만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GSMA 는아직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가 어딘지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야간·휴일 개통이 금지된 국내에서 밤 11시 개통은 불법인 데다가 일반인 개통은 4월 5 일부터 가능했다는 것이 한국 측의 불안 요인이다. 버라이 즌은 5G 전용 단말기가 아니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그러나 발표를 기다리는 국내 통신 3사들에서 별다른 초조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편법 논란이 있긴 해도 기술적으로 버라이즌보다 앞선다는 평을 받는 데다가, 설사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치더라도 5G 붐업에 별다른 지장을 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며 전격 5G 개통을한 이유는 순전히 마케팅 효과를 노려서인데, 아직 초기이지만 5G 가입자 확보는 순항하고 있다.

SKT 광고 KT 광고 LGU+광고

5G 상용화 개시 이후 가입자 15만 명 달성까지 걸린 기간은 4G 때와 비교해 약 1.5배 빠르다고 한다. 이런 가입자 유치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말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5G 가입자의 비중이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G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도 확대되어 올해 말에는 5G 기지국 수가 통신 3사를 모두 합해 25만 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LTE 전국망의 약 60%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제 관건은 ‘현재 가입 속도가 유지된다면’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서비스 초기에 으레 거론되는 서비스 품질의 문제,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문제 등은 기지국 포설이 확대되며 점차 해소될 것이라 본다면, 결국 성패를 가르는 것은 콘텐츠와 서비스의 가치가 될 것이다.

5G 서비스가 개시되자마자 개통 신청을 한 혁신 수용자들 Innovator 도 있지만, 어차피 5G가 자리 잡으려면 2년 정도는 걸릴 것이고 그 이전엔 절대 통신사들의 모르모트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지각 수용자들 Laggards 도 있기 마련이다. 결국, 이통사들은 소비자의 68%를 차지하는 전후기 다수 사용자들(Majority)이 최대한 빨리 5G로 갈아타도록 해야 하는 데, 그러려면 확실한 무기 소위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통신 3사의 5G 광고 카피를 보자. SKT는 ‘초시대 생활이 되다’, KT는 ‘당신의 초능력’, LGU+는 ‘일상을 바꿉니다’를 내세우고 있다. 각사가 준비한 서비스와 킬러 콘텐츠는 비슷 하다. 3사 모두 다양한 각도에서 잡은 프로야구 중계화면을 볼 수 있고, 그 화면을 360도 상하좌우로 돌려보거나 확대할 수 있음을 어필한다. 가상현실 VR 과 증강현실 AR 로 아이돌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영화를 눈 깜짝할 새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멘트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로 대다수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서비스는 이미 지금도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초고속, 초저지연, 초다수 연결

5 G 에 서  기 대 되 는  것 은  ‘ 초 저 지 연 성 ’ 을  활 용 한  서 비 스 들 인 데 ,
개 인 소 비 자 나  스 마 트 폰 으 로  이 용 하 는  것 이  아 니 라 는  특 징 이  있 다 .

5G에서 G는 세대 Generation 를 뜻한다. 사람의 한 세대는 30년이지만 이동통신의 한 세대는 대략 10년이다. 1980년대 처음 등장한 아날로그 방식 휴대전화가 1세대, 1990년대 디지털 방식의 휴대전화가 2세대다. 국내 2G 서비스는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1G와 2G가 음성 통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2000년대 시작된 3G는 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것이었다. 초기 3G는 데이터 서비스 이용료가 너무 비쌌다. 2000년대 중반에는 호기심에 무선 인터넷을 이용했다 수백만 원의 고지서를 감당 못 해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들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데이터 서비스가 보편화 된 계기는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이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크도 고속화되었다. 2010년대 LTE와 함께 4G가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LTE는 3.9세대 기술로 3G에 속하는 것이나 편의상 이때부터를 4G로 지칭한다. 세계이동통신 사업자협회는 4G 이후 새로운 세대의 통신기술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4G의 최고 다운로드 속도는 이론상 ‘초당 1기가바이트 1Gbps ’이므로 구현만 된다면 그 이상의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대를 앞두고 당초 입장을 바꿔 5G 기술 사양 표준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AI , 사물인터넷 IoT , 1조 개의 센서 연결 등 신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5G는 성능 면에서 ‘초고속·대용량, 초저지연, 초다수 동시 연결’이라는 세 가지를 목표로 개발 되었다. 국내 통신사들의 5G광고 카피에 ‘초 超’라는 접두어가 붙은 연유다. 5G의 최대 통신 속도는 4G보다 20배 빠르고, 지연 속도 latency 는 4G의 10분의 1인 1밀리초 ms 다. 동시 연결 단말기의 수도 1km2당 100만 대로 4G보다 10배 향상 되었다.

스마트폰에 가둘 수 없는 5G의 초능력

현재 거론되는 5G 서비스는 세 가지 기술 특성을 모두 이용하되, 그 중 어느 하나를 특별히 강조한 형태가 된다. 가령 프로야구 중계나 VR, AR 콘텐츠 등은 초고속 · 대용량을 강조한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초고해상도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이리저리 돌려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대용량 못지않게 5G에서 기대되는 것은 ‘초저지연 성’을 활용한 서비스들인데, 개인 소비자나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자율 주행차에 응용하는 것이다. 클라우드에서 원격제어하는 자율주행차에서 지연속도는 사고 시 인명과 직결되는 중요 요소다. 5G가 4G보다 지연속도가 짧다는 말은 곧 5G가 4G 보다 제동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인명과 관련된 5G의 또 다른 응용 분야는 원격 로봇수술이다. 의사가 부재한 경우라도 5G에 연결된 수술 로봇이 있다면, 목숨이 경각에 있는 환자를 살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장이나 건설 현장, 재해 현장 등 위험이 수반되는 곳에서 로봇을 실시간으로 원격 제어할 때도 5G는 가치를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들도 5G 시대의 도래를 반기고 있다. 올해 1월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MWC 에서는 5G를 활용한 VR, AR, 게임 콘텐츠 등이 다수 선보였지만, 이들을 제치고 가장 주목받은 것은 야마하가 선보인 ‘5G 사이버 잼 세션’이었다.

현장에 있는 베이스 연주자 옆에 원격지에서 5G로 전송해온 키보드 연주자의 홀로그램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마치한 무대에서 같이 공연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은 5G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맞으면 곧바로 합을 맞춰볼 수 있게 되었다.

5G 시대의 개막은 미증유의 데이터 통신 환경이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환경 위에 무엇을 할 것인지는 이제 기획과 상상력에 달려 있다. 확실한 것은 스마트폰은 5G의 초능력을 온전히 살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기라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디바이스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시야가 필요하다. 5G의 초능력으로 일상을 바꿔 초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마 잠시 스마트폰은 꺼두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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