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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산으로 마을 여행 간다
2시간 남짓한 시간. 영화 한 편을 보거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수다를 떨기에 딱좋은 시간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가는 시간도 엇비슷하다. 바닷가에 자리한 부산은 으레 여름에 찾아야 제격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겨울에 더 좋은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구이바구길, 감천문화마을, 비석문화마을 같은 마을 골목길이다.
이들 여행지는 서민들의 애환이 켜켜이 쌓여 있어 그 흔적들을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덤으로 예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겨울 여행의 묘미를 톡톡히 즐기는 셈이다.

글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감천문화마을의 파노라마 풍경

<뉴욕타임즈>가 콕 집어 소개한 곳

부산역에 도착했다면 초량동 골목을 잇는 ‘동구 이바구(이야 기의 부산 사투리)길’을 찾아보자. 이바구길의 시작은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에 자리한 구) 백제병원에서 출발한다.

벽돌의 빈티지한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건물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으로 문을 열었다가 이후 중국 요릿집, 일본인 장교 숙소, 예식장 등 역사의 흐름에 따라 그 용도가 변해왔다. 지금은 ‘브라운 핸즈 커피 백제’카페로 거듭났다. 카페 내부는 건물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특히 2017년 <뉴욕타임즈>가 ‘올해 꼭가봐야 할 세계적 명소 52곳’을 선정, 발표하면서 부산을 포함했는데 이 카페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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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뉴욕타임즈가 콕 집어 소개한 '브라운 핸즈 커피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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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담장 갤러리가 이어지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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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모노레일과 168계단이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

이바구길은 챙겨볼 게 여럿 있다. 부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흑백사진을 전시하는 담장갤러리와 개그맨 이경규를 비롯해 익숙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동구 인물사 담장,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추억의 이바구 갤러리 등이 그것이다. 이런저런 골목을 지나다 보면 어느덧 아찔한 절벽 처럼 보이는 계단 앞에 닿는다. 168계단이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이 계단을 주민들은 1960년대까지 물동이를 짊어지고 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모노레일을 타고 여유롭게 오갈 수 있다. 168모노레일은 고령자인 마을 주민을 위해 설치 했지만, 여행자에게도 재미있는 이동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계단 중간쯤에 부산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인 김민부 전망대가 있으니 놓치지 말자.

이바구길이 사랑을 받는 것은 마을 어른들의 활약이 크다. ‘이바구 공작소’에서는 마을 해설사로 입담을 자랑하고, ‘168도 시락국’과 ‘6.25 막걸리’에서는 맛깔스러운 손맛을 자랑한다. 게스트 하우스 ‘이바구 충전소’에서는 인정 어린 손길로 맞아 주는데 마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가격이 저렴하다. 부산 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전망이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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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김부민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부산역과 국제여객터미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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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곧추서듯 가파른 이바구길 168계단

색()에 미치다, 한국의 산토리니

부산 사하구 천마산 자락 비탈진 곳에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좁은 골목에 질서 정연하게 지은 집들과 파스텔톤으로 덧칠한 독특한 색감, 미로처럼 이어진 가파른 골목. 그야말로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감천문화마을은 시대의 상흔 위에 지어진 부산의 대표적인 산동네다. 원래 신흥종교인 태극도 신자촌으로 조성된 이 마을은 6·25전쟁 때 피란민들까지 몰려들어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있으면 판잣집을 지었다. 당시 지은 판잣집만 1,000여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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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새와 사람 조형물이 골목을 내려다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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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어린왕자와 여우는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감천문화마을의 집들에는 특징이 있다. 지붕과 벽을 빨강, 파랑, 초록색 등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한 것이다. 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나 되기> 포토존에 서면 감천문화마을의 풍경이 동화마을처럼 펼쳐진다. 감천고개마루에 있는 버스정류장 뒤편에 있다.

마을 여행은 새마을금고 분소가 있는 ‘문화마을 입구’에서 시작한다. 공중화장실과 간식 등을 챙길 수 있는 편의시설이 잘갖춰져 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포토존을 따라 움직이는데 첫 번째가 <사람과 새> 작품이다. 입구를 지나 옥상을 보고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 마을 안 골목길은 실핏줄처럼 이어진다. 그렇지만 막힘이 없고 항상 열린 골목이어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만약 길이 헷갈린다면 물고기 모양의 안내판을 따라가면 된다.

골목은 계단과 연결된다. 계단 가운데 가장 긴 것은 189계단 이고 다음은 ‘별 보러 가는 계단’이라 불리는 148계단이 있다. 두 계단 모두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감내어울터를 지난다. 현재 커뮤니티센터와 갤러리로 사용 중이다.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작품에 담긴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귓전에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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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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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옛 모습을 그려놓은 벽화

이색마을이라 부르기엔 가슴 아픈 곳

감천문화마을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이 있다. 이곳 역시 감천문화마을처럼 시대의 아픔 위에 지어진 마을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왜 이곳이 비석문화마을 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좁은 골목길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는 정도만 느낄 뿐. 이곳만의 특징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가옥에 사용된 돌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돌들은 일제강점 기에 일본인들이 무덤의 비석과 상석으로 사용하던 돌들이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하자 일본인들이 부산에 들어오면서 아미동에 공동묘지와 화장터를 만들었다. 해방과 함께 일본인들은 도망가다시피 본국으로 떠났고 잠시 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란민들이 아미동에 몰려들었다. 당장 몸을 누일 집이 없던 터라 궁여지책으로 공동묘지 위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에 건축자재를 구하기도 어려운지라 하는 수 없이 비석과 상석을 자재 삼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을의 역사를 벽화로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비석과 벽화를 따라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최민식 갤러리에 닿는다. 최민식 작가는 우리나라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암울했던 시대상을 담아냈지만,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필터링을 거친 작품이어서 인간애가 묻어난다. 새해 계획 가운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여행도 있을 터이다.

바다와 접한 부산은 해양성 기후를 띄기 때문에 1~2월 평균 기온이 영상 5도 안팎이다. 동장군 걱정 없는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볼 일이다
Travel Information

여행 팁

동구 이바구길에서 감천문화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부산 3대 시장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우선 자갈치역 4·6·8·10번 출구로 나가면 활어처럼 생동감 넘치는 자갈치시장이다. 반대편 3·5·7 번 출구로 나가면 6·25전쟁 때 고물부터 중고품, 상품까지 여러 종류의 물건을 취급하던 도떼기시장으로 알려진 부평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이다. 부평깡통시장은 일제강점기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공설 시장이다. 익히는 즉석요리, 감자말이 새우튀김, 해물 볶음우동 등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이 출출한 여행자의 눈과 코를 집중 공략한다. 가격은 3,000원 안팎이다. 국제시장 역시 부평깡통시장과 결을 같이하며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한 ‘꽃분이 네’로 유명세를 치렀다.

내비게이션 정보

▷동구 이바구길(부산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
▷감천문화마을(부산 사하구 감내2로 203)
▷비석문화마을(부산 서구 아미로 49)

문의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
부산시티투어버스 051-464-9898

한국남부발전 부산발전본부
사우가 추천하는 맛집

부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인 돼지국밥. 부산발전본부와 함께 감천동에 자리한 복돼지국밥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은 곳으로 따끈한 국물과 도톰한 고기가 겨울철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준다.

주소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로73번길 4
전화 051-201-2080

우) 48400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금융로 40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TEL : 070-771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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