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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아이폰이
미래의 스마트폰에게

수천 년 동안 별의별 일이 다 있었겠지만, 역사는 그야말로 시대의 대표 사건들만 기록에 남긴다. IT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획기적인 기술과 기기들이 쏟아지지만, 훗날 IT의 역사는 2007년 1월 8일 오전 9시 41분,
오직 이 한순간만을 기억할지 모른다.

박종훈(칼럼니스트)


진짜 ‘스마트’한 스마트폰

그날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의 기조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2년 반 동안 개발한 한 기기를 소개했다. 잡스는 역사를 돌아보면 종래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혁신적인 제품이 고비마다 등장했는데, 이제 소개할 제품 역시 새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며 이런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것은 큰 행운이라 소회를 밝혔다. 잡스가 휴대폰을 재발명했다며 소개한 이 제품은 주지하다시피 아이폰(iPhone)이다. 당시 시중에는 모토Q, 블랙베리, 팜트레오 등과 같은 PDA(개인정보단말) 기기들이 ‘스마트폰’ 이라는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자신들의 신제품에 비하면 결코 스마트하지 않은 이들 기기와 같은 부류가 될 수 없기에, 잡스는 스마트폰 대신 ‘아이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며 기존의 스마트폰과는 레벨이 다르다는 잡스의 말은 자화자찬이 아니어서, 당시 현장에서 아이폰 시연을 지켜보던 청중들은 경탄했고, 스마트폰 경쟁사들은 충격에 휩싸였으며, PDA 사용자들은 분노와 후회로 사용하던 기기를 내던져야 했다.
현장 시연 시나리오는 이랬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는 도중 전화가 오자 음악이 잦아들고 통화 기능으로 전환된다. 통화 도중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오면 셋이서 그룹 통화도 가능하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앨범에서 사진을 찾아 메일로 공유하기를 통해 바로 전송한다.

영화를 보자는 말에 검색을 통해 근처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정보를 확인 후 공유한다. 통화가 종료되면 음악 듣기로 다시 전환되고 중단된 지점부터 자동으로 재생된다. 아이폰 등장 후 15년이 흐른 지금, 그간 눈부신 기술 발전이 있었지만, 우리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은 사실 잡스의 현장 시연 데모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20년의 우리는 여전히 2007년의 아이폰이 새롭게 만들어 준 세상, 다시 말해 아이폰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세 가지 열쇠


미래 스마트폰의 모습을 예측하기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스마트폰 자체가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기에 혁신도 여러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거니와 현재의 스마트폰이 원체 강렬한 기기이다 보니, 웬만한 기능 개선이나 신기술 도입 혹은 디자인 변화만으로는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이 까다로울 때, 종종 과거로부터 단서를 찾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미래의 스마트폰을 예측할 때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했던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듯싶다. 잡스는 아이폰이 이전의 스마트폰들에 비해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세 가지란 ‘혁신적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획기적 소프트웨어, 정말 멋진 디자인’이다.

혁신적 사용자 인터페이스

우선 혁신적 UI. 사용자 인터페이스란 사람과 기기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데이터를 입력하고 출력받는 방식을 말하는데 혁신적 UI가 있어야 혁신적 제품의 개발이 가능하다. IBM의 PC에 비해 애플의 매킨토시가 혁신적인 것은 ‘마우스’라는 UI 때문이었다. 아이폰이 구현한 혁신적 UI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손가락을 이용한 멀티 터치’였다.

미래의 스마트폰은 분명 지금과 UI가 다를 것이다. 이미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 구글이 발표한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는 안경을 기본으로 음성 명령을 통해 기능을 작동시키는 UI를 제시했다. 스마트 안경은 여러 기업이 계속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구글은 더 나아가 콘택트 렌즈를 UI로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02년 개봉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홀로그램은 그야말로 미래의 인터페이스로 꼽혀 왔다. 허공에 띄워진 화면을 손바닥으로 이동시키고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은 이 영화의 대표 장면이다. 2013년 공개된 애플워치의 컨셉 비디오는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편리하고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9년경 뇌에 칩을 심거나 뇌를 컴퓨터와 직접 연결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는데, 일론 머스크는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뉴럴링크’라는 기업을 설립했으며,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뇌 신경의 변화를 감지해 사람의 생각을 유추한 뒤 UI에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획기적 소프트웨어의 탄생

애플은 흔히 하드웨어 기업으로 분류된다. 맥, 아이팟, 아이폰 등 애플의 기기는 모두 애플만 생산한다. 그런데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하며 ‘소프트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잡스가 말한 획기적 소프트웨어는 ‘운영체제’였다. 당시의 스마트폰들이 모바일 전용의 단순한 운영체제를 사용한 것에 비해, 아이폰은 맥 컴퓨터에 사용되는 ‘OS X’ 운영체제를 사용했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담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잡스는 ‘정말로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하드웨어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컴퓨터 공학자 앨런 케이(Alan Kay)의 1977년 발언을 인용했다. 즉, 애플이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는 이유가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라 설명한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 없이 하드웨어의 변화에만 주력하는 기업들이라면 곱씹어 봐야 할 지점이다. 폴더블폰 등 새로운 형태 스마트폰의 성공 여부는 소프트웨어가 좌우할 것이다.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로는 단연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스마트폰은 점점 더 많은 센서를 장착해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 정보를 분석해 마음까지 읽어 주는 비서 역할을 하려 한다. 2018년 구글은 사용자를 대신해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는 인공지능 비서 ‘구글 듀플렉스(Duplex)’를 선보인 바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Allexa)’는 사용자를 대신해 자동차 시동을 미리 걸기도 하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기 몇 분 전쯤 미리 조명을 켜고 실내온도를 조정해 놓기도 한다.

감탄을 부르는 ‘멋진’ 디자인

잡스가 꼽은 아이폰의 세 번째 차별성은 디자인, 즉 손에 쥐었을 때 ‘무언가 정말 멋지다’라는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었다. 스마트폰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넓은 화면과 홈버튼 같은 외양적 디자인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3개의 센서가 사용자와 아이폰의 거리, 주변 밝기, 아이폰의 위치 변화를 감지해 자동으로 구현하는 섬세한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다.

미래 스마트폰의 멋진 디자인은 앞서 말한 혁신적 UI, 획기적 소프트웨어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다시 앨런 케이의 말을 떠올려보면, 구현하려는 획기적 소프트웨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스마트폰은 현재와 전혀 다른 하드웨어가 될 수 있고, UI와 디자인 역시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나의 분신이 될 인공지능이 핵심 소프트웨어라면 이를 담아낼 하드웨어는 로봇이 될 수도 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 C-3PO, BB-8 등을 보자. 이들은 주인이 원하는 정보를 홀로 그램으로 즉각 띄워주고, 전투기를 같이 조정하며, 주인과 떨어져 따로 활동하기도 한다.

기존 예상을 훌쩍 넘어선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또 다른 시대를 열 스마트 기기는 그리 머지않은 시간에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그것의 기능과 디자인은 분명 아이폰이 열어 준 지금의 시대를 까마득한 옛일로 만들어 버리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아마도 ‘혁신적 UI, 획기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정말 멋진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열쇠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 츠키(Wayne Gretzky)의 말로 아이폰 발표회를 마쳤다. 그레 츠키는 그토록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 ‘나는 퍽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있을 곳으로 움직인다(I skate to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not where it has been)’고 답 한 바 있다. 미래의 스마트폰들은 2007년의 아이폰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제일 뛰어난 이들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와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들이 움직일 곳을 가장 잘 상상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 우리 앞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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