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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발전소로
새로운 에너지 시대 연다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은 시시각각, 숨 가쁘게 세상을 바꿔나간다. 변하는 기술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 친환경 요구에 부합하면서 효율적인 관리를 돕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들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신재생에너지,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다

향후 발전사업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마 신재생에너지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현실화시키느냐의 과제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벽을 넘어서려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은 일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치 않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생산량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예측한다고 해도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이 쉽지 않다. 또 전력 수요지 근처에 소규모로 분산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풍력 역시 유사한 특성들로 인해 전력을 확산시키기에는 현실적 장애가 많다.

쉽게 말해 바람이 불지 않거나 흐린 날에는 출력이 떨어지고, 필요한 시점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전압과 주파수의 이상을 초래하고 전력 품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불확실한 태양광과 풍력, 저장해서 ICT로 관리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가상발전소(VPP)가 대표적이다. 이는 차세대 전력망으로 불리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기반으로 한다. 원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매우 큰 배터리에 비유할 수 있다. 각 가정이나 회사 내 ESS를 설치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해 전력 수급 조정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이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여러 ESS에 전용기기를 설치해 충전 상황 등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해 충전과 방전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해준다. 전력 수급이 어려움에 처할 때는 냉난방 소비가 급증하는 한여름이나 한겨울로 여름과 겨울에는 이에 대비해 충분한 전력 공급망을 확충해야 했지만 이는 비용과 환경 면에서 손실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지속적인 공급 확충보다 에너지 활용과 효율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가상발전소가 도입되면 비상용발전기, 신재생에너지 설비, 소규모 발전소 등 다수의 분산전원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나로 묶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수의 전원이 있기 때문에 한 군데에서 발전량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이를 충당할 수 있으며, 원격 조정을 통해 통합 운영해 전력 운용도 더욱 수월해진다.


테슬라, 세계 최대 가상발전소 구축

해외에서는 테슬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호주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소 5만 개의 가정용 태양광 배터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각 가정의 태양광 패널 설치 비용은 무료이며, 발전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공유받게 된다.

한국에서는 한국전력이 2017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배터리 제작사인 코캄, 가상발전소 플랫폼 사업자인 선버즈와 태양광 및 ESS를 활용한 가상발전소 사업 공동 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코캄은 1989년 설립된 리튬-폴리머 배터리 제작회사로 한전 주파수 조정용 ESS를 공급했다. 선버즈는 2009년 설립된 회사로 다수의 분산전원장치를 통합, 감시, 운영하는 분산전원 관리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 밖에도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말 발전소에서의 사고를 미리 막아주는 기술을 부산대 기계공학부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건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인공지능(AI)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관제 기술을 설치한 것이다.


남부발전, 남제주복합발전소에 AI 활용 사고 방지

한국남부발전은 이를 남제주복합발전소 건설 현장에 적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딥 러닝 학습을 통해 실시간 스마트 경보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는 요소인 중장비 고속 이동 위험, 크레인 작업 위험지역 작업자 접근, 안전모 미착용, 과로로 쓰러진 사람 발견, 신호수 부재 등을 인공지능이 감지한다. 이는 상황실 모니터와 스마트폰 메시지 경보 알림과 동시에 현장 스피커 경보를 울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고해상도 CCTV 카메라를 사용해 한 번에 넓은 영역을 실시간 감지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건설 현장의 사람, 차량, 크레인, 굴착기 및 비정상 상황의 이상 객체를 분석한 감지 건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위험 구역 침입 경보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 한 명이 낙하물 위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경우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경보가 발생한다. 침범 위치에 ‘존 바이얼레이션(Zone Violation)’이라는 표시가 나타나고 교차로에서도 근로자가 제한구역을 침범하면 같은 경보가 울린다.

이 같은 발생 경보 알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무선으로 원격지에 있는 안전관리자에게 실시간 통보된다. 한국남부발전은 난이도 높은 복수의 경보 알고리즘을 포함하는 스마트 CCTV 관제 기술을 달성하고, 개발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특허 출원 진행 중이다. 가상발전소,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발전소는 아니지만, 실제 발전소처럼 전기를 공급하는 효과를 가진 발전소다. 지금보다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가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발전소’에 무게를 둬 가상발전소를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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