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뜻을 가진 ‘삼한사미’가 한국의 일상이 됐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의 사용 등 미세먼지는 우리 일상을 바꿔 놓았다. 또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서도 이런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태양광 발전 업계다.
글 신수빈 과학칼럼니스트
공기 중 미세먼지, 영향력 파악이 우선!
태양광 발전의 첫 단계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흡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빛이 산란 돼 마치 흐린 날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빛이 산란 되면 태양광 패널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적어지고, 그럼 패널이 흡수하는 빛의 양도 적어져 발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미세먼지가 태양광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10월, 미국 프린스턴대 샤오유안 리 연구팀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태양광 발전량이 미세먼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분석해 <PNAS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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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빛이 산란 돼
마치 흐린 날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빛이 산란 되면 태양광 패널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적어지고,
그럼 패널이 흡수하는 빛의
양도 적어져 발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발전량 저하의 주범
분석 결과, 연구팀은 조사 지역에서 연평균 태양 에너지 반사량이 20~25%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제곱미터당 1.5kWh 정도의 발전량이 줄어든 것과 같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정도의 발전량 차이는 우리가 한 시간 동안 진공청소기를 돌리거나, 5kg의 빨래를 세탁할 때, 혹은 노트북을 5~10시간 사용할 때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발표된 적 있다. 바로 2019년 5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팀이 전라남도와 서울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의 영향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2019 한국 기상학회 대기물리, 환경 및 응용기상분과 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라남도와 서울의 시간당 태양광 발전량 자료와 미세먼지를 포함한 기상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라남도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나쁨’ 수준일 때 태양광 발전량이 설비 용량에 비해 17~21.4% 감소했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수준일 땐 16.4~22.3%나 떨어졌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땐 19.3~22.1%, 초미세먼지가 ‘나쁨’일 때는 태양광 발전량이 11.1~13.4% 줄어들었다. 이처럼, 최신 연구 결과들도 미세먼지가 태양광 발전량을 줄인단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태양광 발전의 상관관계에 대해 미국 프린스턴대 샤오유안 리 연구원은 “중국이나 인도 등의 국가에서는 빠른 속도로 태양광 발전량을 늘리려 하지만,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하지만 미세먼지는 그들의 계획에서 꼭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패널 위의 먼지, 손 안 대고 없애는 방법이 있다?!
공기 중 미세먼지와 별개로, 태양광 패널 위에 쌓이는 단순 먼지도 문제다. 태양광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패널은 보통 햇볕이 내리쬐는 위쪽을 향하고 있다 보니 먼지나 봄철 송홧가루도 고스란히 내려앉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먼지를 해결하려는 연구는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우주 과학이다. 먼지가 많고 건조한 화성과 같은 환경에 탐사 로봇을 보낼 경우, 전력을 얻을 방법은 태양광 발전뿐이나 먼지가 많이 쌓이면 발전 효율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2010년 8월, 미국 보스턴대학교 마줌더 연구원팀은 미항공우주국과 함께 ‘스스로 태양광 패널의 먼지를 청소하는 기술’을 개발해 미국화학회에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태양광 패널 표면에 먼지의 양을 모니터링하는 센서를 달았다. 이 센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먼지를 감지하면 표면에 부착한 특수 소재에 전력을 공급해 전기적 성질을 띄워 먼지를 밀어낸다. 10년 전 기술이지만, 당시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2분 안에 태양광 패널 위에 쌓인 먼지 90%를 제거하는 효과를 얻었다.
- 화성 탐사용 로버 ‘큐리오시티’의 모습과 모래 투성이의 건조한 화성의 환경을 나타내는 이미지. (출처 : NASA)
- 노르웨이 과학기술공업연구원(SINTEF)이 개발한 태양광 청소 로봇. (출처 : prodsp.hu)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우주까지 가지 않아도 지구에도 먼지 제거 기술이 꼭 필요한 곳이 있다. 바로 사막 지역이다. 강한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쉴 새 없이 쌓이는 모래의 방해를 받는 곳이니 말이다. 이 때문에 중동과 인도 등 사막이 있는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유리 기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압력을 세게 가할 경우, 표면이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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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017년 7월, 노르웨이 과학기술공업연구원SINTEF은 태양광 패널을 최대한 적게 훼손시키면서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태양광 청소 로봇들과 달리 물방울만 이용하는데, 덕분에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공업연구원이 개발한 태양광 패널 청소 로봇은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아주 작은 물방울 입자를 분사해 모래나 먼지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마이크로 청결 패드’ 방식을 이용했다. 또 최근에는 이스라엘 제이콥 블라우스타인 사막연구소 연구팀이 연잎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자체 먼지 제거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연잎은 물방울이 굴러다닐 정도로 초소수성을 띄는 것이 특징인데, 덕분에 먼지나 세균 등이 잎에 붙어있지 못한다. 연구팀은 이 특징에 착안해 태양광 패널의 표면에 연잎의 나노 돌기를 적용했다. 그 결과 매끈한 실리콘 웨이퍼에서는 먼지 제거율이 41%인 반면, 초소수성 나노 돌기에서는 먼지 제거율이 98%까지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태양광 에너지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더욱 빛나는 태양광 기술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 문제에 공감하고, 친환경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데 힘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