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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에너지 발전소로
진화하는 고층 빌딩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빌딩은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과밀한 도시에서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고층 빌딩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고층 빌딩이 진화하고 있다. 빌딩 내에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박영경 칼럼니스트

건물 사이의 풍력 터빈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레인 세계무역센터.

고층 빌딩은 에너지 먹는 하마?

도심 속 고층 빌딩은 아찔한 높이만큼 높은 에너지 소비량을 보이고 있다. 세계건물건축연합이 2019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건물과 건물건축 부문의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36%이고, 에너지와 관련된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39%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구가 증가하고, 개발도상국이 점점 발전하면서 2060년에는 50%까지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건물 중에도 유리로 이뤄진 고층 빌딩은 단열에 취약해 에너지 소비량이 더욱 높다. 여름철 전면 유리를 적용한 빌딩의 실내 온도는 외부보다 7℃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유리 건물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냉난방비가 다른 건물에 비해 많이 발생한다. 2019년 4월,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은 외벽이 유리로 된 고층 빌딩의 신축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기존에 만들어진 유리 외벽 건물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뉴욕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가량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욕시의회는 이미 2024년까지 파이프, 난방 시스템, 조명과 같은 시설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시설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래도 유리 건물을 지어야 한다면 건축 자재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로이LOW-E 코팅’이 대표적인데 이는 유리 표면에 금속 물질을 코팅시켜 햇빛이 들어오는 양을 줄이고 여름철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방지한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내부에서 빠져나가는 열의 양을 줄여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막는다. 태양의 이동 경로에 맞춰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층 빌딩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법

고층 빌딩 주변 지역의 최대 초속 20m/s~30m/s에 달하는 ‘빌딩풍’은 항상 골칫거리다. 빌딩풍은 고층 빌딩에 부딪힌 강한 바람이 지표면으로 급강하해 소용돌이처럼 위로 솟구치거나 좌우로 빠르게 변하는 현상이다. 건축가들은 빌딩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거나 바람을 완화하는 구조로 건물을 지어 빌딩풍의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빌딩풍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2018년 10월 태풍 콩레이가 부산을 강타했을 때 공사 중이던 엘시티 외벽 유리 1,100여 장이 강풍에 흔들리며 크레인 와이어에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와이어뿐만 아니라 태풍의 바람이 고층 빌딩에 부딪히며 더 강력한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빌딩풍을 풍력 발전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이와 같은 빌딩풍 피해도 줄이고, 에너지도 생산할 수 있다. 빌딩 꼭대기나 빌딩과 빌딩 사이, 혹은 빌딩에 구멍을 뚫고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바람의 운동에너지로 풍력 발전기의 프로펠러를 회전시키고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건물 전력으로 사용한다.

영국 런던의 스트라타 SE1Strata SE1 빌딩은 꼭대기인 43층에 3개의 바람구멍을 뚫어 대형 터빈을 설치했다. 또 중국 광저우의 펄리버 타워Pearl River Tower는 건물의 3분의 1지점과 3분의 2지점에 바람구멍을 뚫어 풍력 발전을 하고 있다. 50층으로 이뤄진 바레인 세계무역센터Bahrain World Trade Center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 쪼개진 건물 사이에 풍력 터빈을 설치해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해륙풍을 이용해 풍력 발전을 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생산하는 풍력 에너지는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11~15%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빌딩풍을 이용한 풍력 발전에도 단점은 있다. 풍력발전에 가장 적합한 바람은 한 방향으로 일정하고 강하게 흐르는 ‘층류’ 바람이다. 그런데 빌딩 주변의 바람은 방향이 시간과 날씨에 따라 제각각인 ‘난류’가 많이 분다. 난류는 층류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빌딩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가 소음과 진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빌딩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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