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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태양으로
자급자족 하는

에너지 자립섬 ‘가사도’
많은 섬들이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섬 지역은 도시 외부 대규모 디젤발전소에서 전기를 수급받는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것은 디젤발전기가 아닌 바람과 태양이다.

최유정 칼럼니스트

    가사도 풍력 및 태양광 1, 2단지. 출처/한국전력공사

가사도 풍경에 숨은 친환경 에너지 공급시스템

국내 최초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불리는 전라남도 가사도는 2014년 친환경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친환경과 경제성만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까지 일구어가며 에너지 자립섬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배로 20분 정도면 다다르는 가사도는 서울 여의도 2배 크기의 섬이다. 이전에는 디젤발전기 3대로 섬 전체에 전력을 공급했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전기 공급이 넉넉하지 못해 에어컨 사용은 엄두를 못 냈고, TV가 갑자기 꺼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 외에도 가정에 전기요금으로 부과되는 비싼 발전 단가와 환경오염도 디젤발전기의 단점이었다. 가사도는 이러한 에너지 문제를 섬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약 3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 안에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집마다 태양열 집열판을 소유하고 있다. 디젤발전소의 전력생산 규모가 300㎾급이었던 것에 비해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각각 400㎾와 320㎾급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류비 절감한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가사도에는 4대의 풍력발전기와 4개의 태양광 발전 단지가 있다.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면서 발전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구축한 체계다. 섬 전체의 에너지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센터에서 관리한다. 풍력발전 상황, 태양광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량, 총 소비전력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비용 절감 효과는 상당하다. 디젤발전기를 사용할 때는 연간 7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나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이후 6개월간 1억 5,000만 원의 유류비를 절감했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또한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간헐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반드시 예비 전기를 저장해둬야 하는데 가사도 에너지 저장장치의 저장용량은 3㎿로 160여 가구가 하루 동안 소비 가능한 전력이다.
    가사도의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시스템.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수상태양광.

소음 피해 줄인 풍력발전기 4대

가사도의 주 에너지원인 풍력발전기는 100㎾ 출력의 작은 설비다. 국내 풍력발전기 대부분이 2~3㎿급이지만 이곳은 풍력발전기 소음으로 주민이 받을 피해를 우려해 작은 설비로 정했다.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최소 풍속 3.5m/s면 움직인다. 큰 나뭇가지가 흔들릴 정도인 14m/s의 풍속이면 최대 4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맑은 날씨에는 에너지 저장장치에 저장된 전기와 비상 발전기로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반대로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할 때는 자동으로 물탱크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기로 사용해 식수 공급을 미리 안정화한다. 이렇게 가사도에서는 기존 전력과 달리 자연환경에 따라 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부하를 예측해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시스템 앱 화면.
    폐수를 자원화 하는 시스템을 보여주는 인천학생과학관의 전시물.

출력 높인 수면을 이용한
수상 태양광

태양광 발전설비는 땅이 아닌 저수지 위를 택했다. ‘수상 태양광’ 설비는 설치비가 평지보다 1.2배 정도 더 든다. 하지만 섬 안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면서 물의 냉각 효과로 출력도 10%가량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수지 면적의 10분의 1 정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설치 당시 수질오염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는 광차단 효과를 가져와 녹조현상이 완화되고 물고기 산란환경에 유리해지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가사도에서 한낮에 태양광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는 총가구 사용량의 두 배 가까이다. 남은 전기는 자동 충전돼 충전율은 항상 60%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나서는 한 달 5만~6만 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8,000원으로 크게 줄었다. 정전도 없어지면서 주민들은 전력 소비가 다소 큰 건조기와 같은 가전제품 사용을 망설이지 않게 됐다.

충분한 전기로 재개된
경제 활동, 수출 성과도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를 통해 정전 걱정을 덜어내면서 섬 주민들은 비닐하우스에 안심하고 불을 밝히며 채소를 재배하게 됐다. 또 전기가 부족해 포기했던 톳과 전복 양식도 재개해 수출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수익까지 챙기게 됐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한 이후 가사도의 공기도 맑아졌다.

온실가스는 약 1,100톤 줄었는데, 이는 소나무 23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또 최초의 에너지 자립섬이라는 타이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 소득 증대와 연계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섬의 성과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에 수출하는 효과도 거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가사도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에 쓰인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지역 특성에 맞게 다각화된
에너지 자립섬 사업

가사도의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곳곳에서 ‘친환경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등이 추진되어왔다. 2016년에는 충남 홍성군 죽도가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재탄생했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무공해 융복합 발전시스템으로 약 210㎾의 전기를 생산하고, 남는 전력은 저장해 야간이나 악천후에 사용할 전기로 공급된다. 인천광역시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3년부터 옹진군 백아도 등 총 5개 도서지역에 태양광과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급해 에너지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생활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사업은 폐자원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한국남부발전은 작년 제주지역에 청정 LNG복합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에너지자립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들이 해외에 태양광 전기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시설 유지관리기술을 전수하며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지역 내부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 전력을 충당하고 이용하는 ‘에너지 자립섬’은 첨단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그리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를 갖추며 미래형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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